아픔으로 닫힌 문, 예술로 풀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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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으로 닫힌 문, 예술로 풀어내다
  • 류재형
  • 승인 2019.04.25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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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끝) 에필로그 - 기획자 류재형의 생각


소청도 예동 바닷가에 아직도 일제 강점기에 스트로마톨라이트를 실어나르던 석축이 남아있어 기뢰폭발사고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진정한 평화의 바다 프로젝트, 섬 사람들의 굳어진 마음을 두드리다.
 
굳어짐은 오랜 세월동안 환경에서 겪은 죽음의 경험 때문이다.
순식간에 마을사람들이 사라짐, 그 뒤에 따르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슬픔들, 폭발사건에서 희생된 67명, 가리비조개잡이와 홍어잡이에서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 50여명,
스스로 털고 움직이고 추슬러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너무 크고, 쌓여 있어 스스로 해결하지 못했다.
 
외지 사람에 의해 바위를 두드리고, 바위에 틈을 내고, 빛이 들어갈 구멍을 내며 촉촉한 물이 들어가서 굳어있던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주고자 시도한 내용이다.
바늘구멍만한 틈새로 물이 계속 들어간다면 물은 바위를 움직일 원동력이 된다.
작은 두드림에 불과하지만 크기에 비해 미약하다고 느껴지겠지만 울림은 분명히 존재한다.
내년에도 또 해달라는 요청이 있을 정도로,
 
‘삶의 겪음’ 때문에 생긴 굳어진 마음의 상처를 깨고 녹이는 촉매제 역할을 믿으면서 주위의 조력자(스탭들)들도 같은 시선으로 도와주고자 참여하였다.
그들을 돕고자 했고 좋은 일이 벌어질 거라는 생각!
문화예술을 통해서만이 가능한 일이다.
아픔과 고통에 닫힌 문을 두드리고 틈새를 파고드는 행위,
이를 위령제라는 이름으로 풀어내는 위령제라는 것이고 예술의 행위인 것이다.
 
어쩌면 이 작업은 긍정적 기쁨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기획자인 내 스스로의 감정을 open해야 이 프로젝트가 가능해 지리라는 생각에서
우선 기획자가 자아를 깨닫는 일로부터 시작한 이번 작업은 모든 사람들을 대하거나 말할 때 가장 낮은 자세로 대했고, 마을 사람들이 가지는 무의식 속에 잠재하는 고집과 슬픔을 인식하려는 생각을 기획자 자신이 가지도록 스스로 노력했다. 그리고 이런 생각들은 소청도를 여러 번 드나들면서 마을 사람들과의 접촉에서 생성되었다.
 
섬사람들의 강인한 생명력으로 여기까지 온 소청도!
빼앗아도 일어나는 소청도의 강인함, 그런 바탕이 이번 프로젝트의 중심에서 생각하는 것들이다.
아직도 예동 해변에는 일본으로 대리석을 실어나르던 석축이 남아있다.
이 증거들까지도 없애지 말고, 보듬고, 역사를 바로 보아야하는 것이다.
 
우린 살면서 너무 많은 것을 가졌다.
나는 나이고 존재할 뿐이다.
 


소청도 분바위, 이 자리에서 소청도 사람은 소풍을 와 둘러앉아 놀았던 곳이다.


소청도 분바위 앞의 바다, 4계절을 통 털어 마을사람들의 생활 터전이고 삶을 이 곳에서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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