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결혼 '거부'를 '포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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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의 결혼 '거부'를 '포기'라고요?
  • 이민지
  • 승인 2019.05.13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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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이민지 / NGO 활동가


완연한 봄이다. 친구들의 결혼식 소식이 하나둘 들려오고, 나를 만나는 지인들의 안부인사가 부쩍 결혼으로 시작되는 일이 많아졌다. 결혼하는 친구들을 보고 있자니 알 수 없는 초조함이 생긴다. 나만 정해진 길을 이탈하고 있는 기분이다.
필자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비혼’을 응원하고 ‘딩크족’을 지향하는 삼십대 여성 싱글이다. 특별한 이유를 들어 결혼을 할 것이다, 혹은 하지않을 것이다를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내게 어려운 숙제임은 틀림이 없다.
 
14년 전 ‘내 이름은 김삼순(2005)’이라는 드라마가 시청률 50%를 기록하며 굉장한 인기를 끌었던 기억이 난다. 30살의 씩씩한 노처녀 김삼순이 연하 재벌남을 만나 사랑을 하고, 꿈을 이뤄가는 로맨틱 코미디였다. 드라마 속 여주인공이 30살의 노처녀라는 설정이 이상하다고 생각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2005년 MBC 수목드라마 '내이름은 김삼순'


지금 우리는 더 이상 노처녀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지만, 여전히 서른을 넘은 여성들에게 결혼 유무는 정상과 비(非)정상의 기준이 되곤 한다.
 
N포 세대를 아는가? 3포(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 세대, 5포(3포에 내 집 마련, 인간관계를 추가) 세대를 뛰어 넘어 모든 삶의 가치를 포기한 현 20~30대 세대를 말한다.스무 살 성인이 된 자유를 채 만끽하지도 못하고 내가 맞닥뜨린 장애물은 바로 ‘청년 실업’이었고, 비정한 시대를 지나오며 나 역시 N포까지는 아니더라도 몇몇 지점에서 포기를 외치며 항복했다. 앞으로 결혼 또는 출산이 내 인생 포기 중 하나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그 N포 세대의 당사자인 나는 내가 ‘문제’라고 일컬어지는 것이 불편하다. 내 삶이 언제부터 ‘사회적 문제’가 되었던 걸까?
 
나를 비롯한 우리가 연애를 하고 결혼을 거쳐 출산을 하면 대한민국 청년들의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말할 수 있나 궁금해진다. 지금 청년들의 혼인이 늦어지고 출산율이 하락하는 것은 물론 경제적인 지원이 뒷받침되면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는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 거부는 N포 세대의 포기가 아니라 ‘선택’이고, 삶의 방향성이 변화됨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포기한 이들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문제 해결식 접근보다 선택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필요하다.
 
누군가에게는 사회 현상이지만 나와 내 친구들에겐 삶이다. 우리네 결혼과 출산이 사회에 등떠밀려 완수되는 미션이 아닌, 그리고 포기하면 뒤쳐지는 경쟁이 아닌, 다른 갈림길이 존재하는 하나의 방향이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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