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지?’ 기대를 내려놓은 우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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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지?’ 기대를 내려놓은 우리에게
  • 장재영
  • 승인 2019.05.08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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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히어로 영화 전성시대 - 장재영 / 공감미술치료센터 기획팀장


최근 개봉한 영화들 중 유독 높은 인기를 구가하며 극장가의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하는 영화가 있다.
바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어벤져스 : 엔드게임> 이다.
 
이 영화는 개봉 첫날에 100만을 돌파하며 13일째 만에 1100만 관객 돌파 및 시리즈 영화 사상 최고 흥행 기록을 달성하더니 어느새 1997년 개봉한 영화 ‘타이타닉’을 제치고 역대 전세계 흥행 순위 2위에 올라섰다.

이런 속도라면 이르면 2주안에 전세계 흥행 1위 영화 ‘아바타’ 가 세운 흥행 28억달러(약 3조2700억원) 기록을 돌파할 것이란 여러 매체들의 예상이 나올 정도이다. 국내에서도 해외영화와 한국영화를 통틀어 역대 최단기간인 11일 만에 누적 관객 1000만명을 돌파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영화 '어벤져스 : 엔드게임'의 포스터>
 
 
사실, 대한민국에서 이 영화는 웬만하면 누구나 한번쯤은 보았을 법한 친숙한 영웅들이 대거 등장한다.
그도 그럴 듯이 영화를 안본 사람조차 티셔츠, 핸드폰악세서리, 각종 필기도구 심지어는 차량용 방향제에까지 다양한 능력과 개성을 지닌 영웅들의 이름이 심심치 않게 보여졌을 듯하다.
 
하늘을 날아다니며 손으로 레이져빔을 쏘는 위트만점의 콧수염아저씨 아이언맨
미국의 성조기를 상징하는 별모양의 방패를 들고 우직하고 용감하게 싸우는 캡틴아메리카
천재 과학자이나 화가 나면 거대한 몸집의 상상도 못할 괴력을 자랑하는 헐크
천둥의 신이라 불리우나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등 인간적인 매력의 몸짱 히어로 토르
 
이들 이외에도 다양하고 멋진 매력을 뽐내는 히어로들이 많이 등장하여 일명 ‘히어로 종합선물세트’란 느낌을 방불케하는 영화가 바로 어벤져스다.
 
또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말고도 경쟁사인 DC코믹스의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그리고 아쿠아맨에 이르기까지 매년 이름난 영웅들의 속편이 등장하고 우리는 그들의 활약에 열광한다. 요즘은 가히 히어로 영화의 전성시대라고 봐도 무방한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은 때때로 실수를 저질러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고 경찰과 대립하기도 한다. 물론, 법의 울타리 안에서 활동하는 히어로도 있지만 대부분은 가면을 쓰고 진짜 신분을 감추고 몰래 활동을 하곤 한다. 소위 말하는 ‘자경단원(vigilante)’이다.
 
‘자경단’이란 말은 실제로 지역사회의 주민들이 지역사회내의 실존적 문제와 잠재적 문제들을 해결 및 예방하기 위해 결성한 ‘자발적인 민간단체’를 뜻하는데 영화 속의 자경단원들은 주로 범죄와 싸우고 공공의 적을 소탕하는 역할로 등장하곤 한다.
 
히어로들은 정의를 수호하며 자신만의 강하고 독보적인 능력으로 크게는 지구의 평화를, 작게는 자신이 속해있는 도시의 질서를 잡아나가는데 큰 공헌을 한다. 그들은 아무 댓가 없이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활동하며 누군가를 돕는 것이 그들의 보람이자 곧 행복이다. 필요하다면 자신의 목숨을 과감히 내던질 각오가 되어있으며 정체를 숨기는 이유조차 큰 힘을 가진 자신에 반해 보통사람들인 자신의 주변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영화 속에서는 얼핏 멋져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정말 쉽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
정체를 숨겼으니 현실에서는 선행을 인정받기 어렵고, 자신의 사비를 털어 수트를 만들어 입으려면 바느질 솜씨라도 훌륭해야 하는데 의상을 전공하지 않은 이상 보통일은 아니지 않은가.
또한, 잘 싸우기 위해 최신 장비를 구입하거나, 크게 다치기라도 하면 그 병원비와 약값은 어떻게 감당하는가.. 물론, 아이언맨이나 배트맨 등 재벌2세로 태어난 히어로들도 간혹 있다지만 현실 속의 그들도 이렇게까지 자신을 헌신하며 누군가를 도우려고 할지 만무하다.
 
우리는 왜 히어로 영화에 열광하는가!
그리고 최근들어 유독 히어로 영화가 더 많은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히어로영화의 상품성과 감동적인 스토리, 철저하고 전략적인 마케팅도 한몫 했겠지만 어쩌면 우리들의 마음 속 깊은 곳에는 법망을 피해서라도 자신을 희생해가며 정의를 실현해줄 영웅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은 아닐까?
 
법을 집행하는 기관들이 법적인 일을 제대로 못한 관계로 지지부진한 수사만 계속되고 있는 사건들, 누군가 밝히고자 하지만 자꾸 뭍혀 버리는 진실들과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이목끌기식의 여론몰이로 매스컴을 가득매운 연예인들의 사건사고들을 안타까운 심정으로 바라보며 ‘정의란 무엇인지?’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은 우리들에게 히어로 영화 한편은 막힌 속을 뻥 뚫어주는 달콤한 사이다 한잔이 아닐 수 없다.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그들의 강인함은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대리만족을 가져다주기에 충분하며 강력한 악당 빌런들과 싸우면서 시련과 역경을 딛고 승리를 쟁취하는 모습은 찌릿한 카타르시스와 함께 진정한 영웅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게 한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라는 ‘스파이더맨’ 삼촌의 명대사처럼
지금, 우리에겐 큰 힘에 따른 큰 책임을 제대로 감당해줄 진정한 히어로가 필요한 것 같다.

 
<영웅들의 뒷모습이 그려진 '어벤져스 : 엔드게임' 의 중국판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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