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힘들었구나……."
상태바
"괜찮아, 힘들었구나……."
  • 장익섭
  • 승인 2019.05.09 08: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69화 교사의 고해성사(告解聖事) - 장익섭 / 동산고 교사

 
얼마 전 어떤 분이 제게 물었습니다. 요즘 학교 분위기가 어떻냐고. 어리둥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더니 가끔 언론에 오르내리는 학교폭력이나 학생들의 철없는 행동들이 무섭다며 우리 학교 아이들의 분위기는 어떻냐고 묻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학교폭력은 왜 나타났을까?
아이들은 왜 그렇게 죽을 수밖에 없었을까?
원래 악한 아이들의 본성이 드러나는 것일까?
가정폭력이 아이들을 물들였을까?
사회가 폭력을 부른 것뿐일까?
교사의 무관심이 폭력을 눈감은 것뿐인가?
 
아이들은 자신의 분노를 풀 곳이 없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주변은 모두 자신에게 경쟁을 강요하고 이기기를 원하고···, 1등과 최고를 요구하고···, 그러면 그럴수록 그렇게 되기 힘든 자신은 패배자가 되고···, 낙오자가 되고···, 가치 없는 존재로 인식되고···, 그 분노는 표출할 곳을 찾아, 자신이 승리자가 될 수 있는 곳을 찾아, 자신의 가치를 찾아, 자신도 주목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 방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겠지요.
 
그래서 찾은 곳이 절대 권력과 힘으로 다수를 지배할 수 있는 사이버 세계, 혹은 자신의 말 한마디와 주먹 한 방에 쩔쩔매는 힘없는 아이가 있는 학급, 어쩌면 유서 한 장이면 자유로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건물 옥상 한 켠…….
 
물론 교육의 책임 속에 교사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 가지 고백을 해 봅니다.
 
그렇습니다. 저도 무서운 선생님이 되고 싶었습니다.
아니, 그랬을 겁니다. 아이들이 무서워했을 겁니다.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다수의 학생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미성숙 인격체를 단시간에 변화시킨다는 말도 안 되는 변명으로, 교육과 훈련의 병행이라는 미명으로, 아이들에게 체벌을, 폭력을 행사했었습니다.
 
왜?
한 번 해보니까 편했거든요.
몇 시간 동안 말로 타이르고 공감시키고 설득시키는 것보다···, 아이들이 저와 회초리 앞에서 떨며 일사분란하게 행동하는 것이 편했거든요. 나 스스로 폭력에 중독되고 말았던 것이지요. 그래서 그것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갖가지 미명들로 포장을 했던 것이지요.
 
그러나 다시 고백하건데, 그러한 저의 행동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그러한 저의 잘못된 행동이 아이들을 더 무기력하게 만들고 패배자로 만들고 도망자로 만들고 폭력배로 만들었던 것입니다.
 
그동안의 스스로를 반성합니다. 그리고 나로 인해 위축되고 상처받은 많은 인격체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다시 생각해 봅니다.
 
그럼 해결책은?
 
아이들을 안아야겠지요.
내가 귀찮고 힘들고 화나고 짜증나도…….
자신의 분노를 안고 이리저리 갈 곳을 찾아 헤매는 아이들을 안아야겠지요.
경쟁, 경쟁, 경쟁……. 말도 안 되는 경쟁의 논리 속에 어쩔 수 없이 낙오 아닌 낙오된 그 아이들을 불러 모아야겠지요.
그리고 패배자가 아니고 주변인도 아닌 자신만이 자신의 삶의 주인공임을 알려줘야겠지요.
그렇게 배려해 줘야겠지요.
 
그러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은?
이러한 경쟁 체제를 무너트릴 방안은?
학력 지상주의를 해체할 수 있는 방안은?
아이들을 자신의 삶의 주인공으로 만들 방법은?
 
모릅니다.
 
그냥 그저 눈앞의 아이들을 안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해하려고 애쓸 뿐입니다. 그러다 보면 더 많은 사람들과 고민하게 되고 좀 더 나은 대안이 떠오르고 실천하게 되고……. 그렇게 해서 바뀌지 않을까 희망해 봅니다. 그게 교육이니까요.
 
교육은 희망이니까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