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민간인 희생시키고도 '적반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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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민간인 희생시키고도 '적반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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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11.2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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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기어이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했다. 연평도 현장에서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는 합동조사단은 어제 오후 한 공사장에서 북한의 포격으로 숨진 주검 2구를 수습했다. 북한군이 쏜 포탄이 공사현장으로 날아오자 작업하던 인부들이 대피했으나 두 사람은 피하지 못하고 희생당한 것이다. 참으로 안타깝고도 분노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의 이번 공격이 용납받을 수 없는 이유는 대한민국 영토에 휴전 이후 처음으로 포격을 가했다는 점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민간인 거주 지역까지 무차별적으로 포탄을 퍼부었다는 데 있다. 이는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지극히 비인도적이고 야만적인 폭거다. 결국 민간인까지 희생시켰음이 드러났다.

그런데도 북한은 사태의 엄중함을 외면하고 있다. 유엔군사령부는 어제 이번 사건을 조사하기 위한 유엔사-북한군 간의 장성급 회담 개최를 북쪽에 제의했으나 아직 아무런 답변이 없다. 지금의 태도로 봐서는 북한이 쉽사리 회담에 응할 것 같지도 않다. 북한 쪽의 이런 태도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북한군 최고사령부는 그제 저녁 발표한 ‘보도’에서 “남조선 괴뢰들이 우리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23일 13시부터 조선 서해 연평도 일대의 우리측 영해에 포사격을 가하는 군사적 도발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전형적인 생트집이요 책임 떠넘기기가 아닐 수 없다. 무력도발 못지않게 남쪽의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것은 북한의 이런 적반하장식 태도다.

북한이 정녕 책임을 남한 쪽에 떠넘기고 싶다면 남쪽의 ‘군사적 도발’에 대한 분명한 증거를 제시해야 옳다. 국방부 발표를 보면 아군의 포사격 훈련은 북한 영해와는 동떨어진 남서쪽을 향해 이뤄졌다고 한다. 북한이 자신이 있다면 장성급 회담에 나와 조목조목 증거를 대야 한다. 명확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남쪽의 군사도발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은 비겁하기 짝이 없다.

모든 것을 떠나 북한은 민간인 포격에 대해서만이라도 확실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애초부터 민간인 거주 지역을 겨냥한 것인지, 아니면 표적이 빗나간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민간인에게 피해를 줘도 개의치 않겠다는 미필적 고의의 결과인지 등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 민간인에 대한 공격은 국제법상 금지된 중대 범죄다. 민간인 피해가 나면 전쟁중이라도 상대방 국가와 국제사회에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준칙이다. 백주대낮에 민간인 거주 지역에 포탄을 퍼부어 사람을 죽여놓고도 나 몰라라 하는 태도는 결코 묵과할 수 없다.

김정일 위원장이 책임져야

북한이 어떤 생각에서 이런 극단적인 행동을 저질렀는지를 짐작하기란 쉽지 않다. 김정은 후계 구도를 다지기 위한 내부의 정치적 필요성 때문인지, 강경파의 독단적 행동인지, 미국을 양자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고도의 전략인지 그 속셈을 헤아릴 길은 없다. 하지만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분명한 사실은 이런 도발 행위가 북한 자신에게도 결코 득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국제사회가 더욱 북한으로부터 멀어지면서 체제유지나 경제문제 해결 등에 대한 국제사회의 도움을 기대하기도 어렵게 됐다.

이제 남은 과제는 사태를 확대시키지 않고 슬기롭게 마무리하는 일이다. 그러자면 남북한 양쪽 모두의 노력이 요청되지만 더 큰 책임은 북한에 있다. 선제공격에 민간인 희생자까지 나온 상황에서 북한은 결자해지의 자세를 보여야 옳다. 필요하다면 한동안 중단됐던 남북 장성급회담을 다시 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래서 다시는 이런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번 사태의 궁극적 책임은 결국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있다. 그가 공격을 직접 승인했느냐 하지 않았느냐, 강경파 군부를 제대로 통제했느냐 못했느냐는 따위는 결코 중요하지 않다. 남한의 민간인 희생자들까지 나온 비극적 사태에 대한 총체적 책임을 지고 사태 해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가 모른 척 시치미를 떼는 것은 한반도의 한쪽을 책임진 지도자의 자세가 결코 아니다. 김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한다. <출처:한겨레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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