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산업박람회가 남겨야 할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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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산업박람회가 남겨야 할 것에 대하여
  • 이범훈
  • 승인 2019.05.14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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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칼럼] 이범훈 청운대학교 건축공학과 외래교수/공학박사


책 속에나 있던 이론이 현실이 되기까지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이다. 인천시는 ‘도시재생’에 관한 산업박람회를 처음으로 개최하였고 그동안 인천의 주요 행사 장소인 연수구 송도 컨벤시아가 아닌 중구 내항 8부두 곡물창고에서 진행하였다. 이러한 시도는 인천시가 바라보는 도시계획의 관점이 변화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직접적인 근거이다.
 
실제로 이번 기회를 통해 각 지방자치단체의 도시재생 현황과 사업들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던 자리였다. 또한 SNS나 유튜브에서 ‘도시재생 산업박람회’를 검색하면 300건 이상의 후기가 남겨져 있고 그 평가 또한 긍정적이다. ‘짱 재밌는 박람회’, ‘눈을 넓힐 수 있는 소중한 기회’, ‘참여 자체가 축제’ 등이 대다수이다. 시작에 불과하나 도시계획이 행정만이 주도 하는 것이 아닌 시민들의 의견을 모으고 협의해 나가는 과정임을 인식한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라는 속담처럼 우연히 좋은 기회에 인천형 도시재생에 대해 세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지난 4월17일 인천내항 8부두 곡물창고(상상플랫폼)에서 열린 '2019 도시재생 산업박람회'>

 
첫째, 일자리 창출에 대한 관심이다. 최근 중앙정부의 도시재생뉴딜정책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며, 인천시와 기초자치단체들도 도시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 정책을 적극적으로 공모하거나 활용하고 있다. 사실 뉴딜(New Deal)정책이란 우리에게 익숙한 용어인데,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경제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하여 추진된 경제정책으로써, 테네시강 유역 개발 등 거대한 인프라 구축과 함께 정부 재정 지출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실업자 노동자를 보호하는 제도적 정비가 동반하는데 기반이 된 정책이다. 결국 도시재생의 궁극적인 목적은 일자리 창출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 원도심 균형발전의 의미이다. 원도심 쇠퇴의 원인으로 공공기관 이전과 외곽 택지개발로 인한 중심성 약화, 산업기반 노후화, 활력저하, 생활편의시설 부족 등이며, 인천시에도 적용된다. 하지만 원도심이 쇠퇴했다는 인식은 단지 신도시지역과 비교해서 나오는 기능적 측면의 관점이다. 이에 ‘균형발전의 의미’를 신도시가 목표이거나 격차를 줄여나간다는 시각보다는 그동안 도시정책의 사각지대였던 열악한 환경을 보편적 기준에 맞춰 나간다는 것으로 인식하였으면 한다. 사실 기능적인 관점이 아닌 다양성이라는 관점으로 기준을 설정한다면 인천 원도심은 신도시보다 훨씬 높은 평가를 받는 도시라고 볼 수 있다. 연수구에는 중동구만이 가진 개항 이후 역사의 흔적과 문화를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셋째, 정주환경에 대한 개선이다. 실제로 대부분 지역 주민들은 스스로 선택한 주거지에 대해 만족해하고 적응해나간다. 2000년 이후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나 결국 우리 동네, 내 고향, 자식들을 길러온 경험을 회상하며 동네의 전성기를 추억하기도 한다. 결국 집을 투자 대상인지, 삶을 담는 그릇인지로 인식하는 차이일 뿐이다. 그동안 인천시는 정주환경 개선을 위해 저층주거지 관리사업(2013~14년)과 더불어마을 사업(2018~19년)을 진행하였다. 이들은 정책적 인기를 갖기는 힘들지만 이러한 노력을 통하여 지역주민들이 가진 인식을 전환할 수 있다. 이러한 인식전환은 인천시의 자긍심을 갖고 공동체를 이루느냐 아니면 빨리 개발하고 다른 도시로 이주하느냐를 결정한다.
 
결국, 2019년 인천 도시재생 산업박람회가 남기고 가야할 것은 일자리 창출에 대한 관심, 원도심 균형발전의 의미, 정주환경에 대한 개선이다. 어느덧 중앙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정책은 3년차로 접어들었고 충분한 재원 조달도 이미 이루어졌다. 사실 매립·개발·성장의 도시계획 정체성을 가진 인천시는 도시재생 분야에서 신인에 가깝다. 2년차 징크스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중앙정부로부터 정서적인 독립과 퍼스트 펭귄이 되어야 한다. 도시재생 산업박람회가 그 시작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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