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꿈틀대는 인천 무인도
상태바
생명이 꿈틀대는 인천 무인도
  • 심형진
  • 승인 2019.05.16 08: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3) 새들의 고향 -구지도, 동만도, 서만도


<동만도 서식지를 향해 날아가는 저어새>
 

괭이갈매기는 인천 앞바다에서 흔하게 보는 텃새다. 연안여객터미널이나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인근 섬으로 떠나는 관광객이 던져주는 새우깡을 받아먹기 위해 떼를 지어 여객선을 쫓아온다. 이 괭이갈매기는 평소에는 흩어져 살다 번식기가 되면 육지에서 떨어진 외딴 섬에 모여 군락을 이룬다. 인천 앞바다에는 번식기에 괭이갈매기가 모이는 섬이 있다. 가까이에는 동만도와 서만도, 조금 멀리에는 구지도가 대표적이다.


<둥지에서 알을 품고 있는 암컷 괭이갈매기와 그를 지키고 있는 숫컷>

동만도와 서만도는 장봉도 서남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구지도는 대연평도 남쪽 소연평도 북서쪽에 자리하고 있다. 둘 다 무인도로 인간의 간섭이 없다. 이 섬은 괭이갈매기 뿐만 아니라 여름 철새인 멸종위기종 1급인 천연기념물 205-1호 저어새와 천연기념물 361호 노랑부리백로, 멸종위기종 2급인 천연기념물 326호 검은머리물떼새 등이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는 서식처이기도 하다. 그만큼 귀중한 섬이기에 환경부가 관리하는 특정도서이다.

새들의 평화-왜가리와 가마우지의 공존이 아름답다
<새들의 평화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최전선 서해의 외딴섬, 왜가리와 가마우지가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다>

괭이갈매기와 천연기념물의 번식처인 두 섬은 바다가 풍요로운 곳이다. 동만도와 서만도는 조선 3대 어장의 하나였던 만도리 어장이, 구지도는 조기파시에 이어 꽃게가 중국 어선의 불법 어로활동을 부르는 연평도 어장에 있다. 최근 들어 이곳 어장들은 인천공항의 건설 등 개발과 남획의 영향으로 어획량이 예전만 못해, 황성 옛터의 영광처럼 쓸쓸함을 자아낼 뿐이다.

하지만 옛터가 있어 황궁이 있었다는 것을 알 듯, 몇 만은 족히 될 괭이갈매기가 사는 섬의 존재가 이곳이 한때 대단한 어장이었음을 웅변한다. 그렇지 않다면 4월 번식기가 되면 모여들어, 알에서 깬 새끼들이 자라서 떠날 8월까지 머물러 있어야 하는데, 보급기지가 부실해서야 어느 누가 대를 잇기 위해 깃들겠는가!


<동만도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저어새>

괭이갈매기는 침입자가 있으면 일제히 날아올라 접근을 막기 위해 똥을 싼다. 가까이 다가가려면 갈매기들의 똥 세례를 무릅써야 한다. 그러나 특별히 다가갈 이유가 없으면 해안가를 따라 돌며 갈매기의 포란 둥지를 살펴보거나, 산등성이에 자리를 잡고 있는 저어새를 필드스코프나 망원경, 망원렌즈로 살펴보면 그만이다.

괭이갈매기는 짝짓기를 모두 끝냈는지 경계하기 좋은 방향에 자리한 둥지에서 알 품기에 열중이다. 저어새도 마찬가지 암컷들은 둥지에 들어앉아 있다. 검은머리물떼새는 둥지를 만들지 않고 바위틈이나 자갈 사이에 알을 낳는다. 사람 주변에서 ‘삣 삣’하고 울어대면 그 근처에 알이나 새끼가 있다는 징후이다. 새끼에게는 경계신호를 보내고 사람은 다른 곳으로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큰 소리로 울면서 유인비행을 한다. 아직 짝짓기 중 검은머리물떼새가 많아 서로를 탐색하다, 눈이 맞았는지 짝짓기를 한다.

구지도에서 포란중인 노랑부리백로 외
<노랑부리백로- 곳곳에 알을 품고 있는 둥지가 보인다.>

구지도에는 동만도에서 찾지 못한 노랑부리백로가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 이 섬에서 여름을 났던 노랑부리백로가 올 해 되돌아 온 것이다. 이기섭 박사는 이들이 되돌아 온 이유를 구지도에 방사했던 염소를 잡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작년 가을에 염소를 잡으니, 섬에 풀이 제대로 자라 풀에 둥지를 트는 노랑부리백로가 서식할 여건이 마련되었다는 것이다. 인간이 방목한 염소에 의해 사라졌던 천연기념물이, 인간이 방해요소를 제거하니 바로 그 자리로 자연이 돌아왔다.


<남동유수지 새로 만든 저어새섬에서 서식중인 저어새>

인천 남동구 남동유수지에 있는 저어새섬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만든 유수지 인공 섬에 찾아온 저어새, 이를 보호하기 위한 인천시민의 노력이 저어새 개체수를 늘리고, 인공 섬이 늘어난 개체수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다시 시민들의 노력으로 또 하나의 인공 섬을 만들었다.

올 해 두 개로 늘어난 섬 중 하나에 너구리가 침입하여 저어새 알을 모두 포식하고 스트레스를 받은 저어새는 알 품기를 포기하고 섬을 떠났다. 인간의 간섭이 자연을 망치게 하는 경우가 더 많지만, 자연을 보호하기 위한 간섭이 필요할 때도 많다. 남동유수지의 인공 섬 한 곳에선 여전히 저어새가 알을 품고 있고, 때가 되어 깨어난 저어새 새끼들을 먹이고 있다. 이 섬이 없었다면 어쨌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서만도에서 짝짓기를 하는 검은머리물떼새>

동만도를 해안선을 따라 한 바퀴 도는데 멀쩡해 보이는 괭이갈매기들 몇이 날지 못하고 바닥에 누워있다. 특별히 상처를 입은 것처럼 보이지도 않고, 부상을 당한 것 같지도 않는데 움직이지 못한다. 안타까운 마음에 일으켜도 보고 들어도 보지만 제 명이 거기까지 인지 그저 눈만 끔뻑일 뿐이다. 하지만 그 곁에서는 검은머리물떼새가 짝짓기를 하고, 또 다른 괭이갈매기가 알을 품고 있다. 산은 푸름으로, 산괴불주머니는 노랑으로, 개복숭아는 짙은 분홍으로 화사함을 뽐내며 가는 봄을 아쉬워하고 있다. 지금 인천 앞바다 무인도에는 생명이 쑥쑥 자라나고 있다.
 

2019년 5월 인천 앞바다 섬을 다녀와서.


<구지도>


<구지도 검은머리물떼새>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