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에서 농수로, 하천으로... 인천 하천의 전형
상태바
습지에서 농수로, 하천으로... 인천 하천의 전형
  • 장정구
  • 승인 2019.06.11 16: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 갈산천 -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어머~ 가지가 늘어질 정도로 오디가 주렁주렁 달렸네”

“어렸을 적 시골에서 먹던 것보다 훨씬 커요. 먹지는 마세요. 약을 쳤을지도 몰라요”


6월 초 보슬비 내리는 어느 날 오후 부평구청역 2번 출구. 빨간색, 검은색 우산이 나란히 지하철 입구 나무 밑에 서 있다. 길가 뽕나무들이 가지마다 아직 덜 익은 붉은 빛 오디를 달고 늘어져 있다. 여름을 재촉하는 비에 뽕나무 옆 풀들도 더 자란 듯 무성하다. 옆으로는 뽕나무보다 더 넓은 품으로 더 한껏 늘어뜨린 버드나무들이 눈에 들어온다. 지금은 제법 자연스러운 모습이지만 10년 전 대대적인 자연형 하천사업공사가 벌어졌던 곳이다. 굴포천 삼각지이다.





이곳은 물길이 열려있는, 굴포천의 최상류이다. 또 갈산천 종점이기도 하다. 인천의 하천들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2개의 국가하천은 모두 인공하천이다. 아라천은 굴포천방수로, 경인운하, 아라뱃길로 우리나라 최초의 운하이다. 판개울이라는 굴포천도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 현대 도시확장을 거치면서 농수로와 함께 곧게 정비되고 높은 제방과 넓은 대형 물길로 변했다. 검단천, 장수천, 심곡천, 승기천 등 바다로 바로 흘러드는 하천들도 갯벌 매립으로 만들어진 하천들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다이나믹한 하천인 갈산천일 것이다. 갈산천은 부평구청역 굴포천 삼각지부터 청천천의 서부2교까지 약 0.84킬로미터짜리 물길의 이름이다. 원래 갈산천은 서부간선수로의 제일 남쪽 끝지점이자 청천천 하류였다.
 

서부간선수로는 한강에서부터 부평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했던 물길이다. 지금도 한강 신곡양배수장에서부터 삼산동의 벽산블루밍아파트 옆 삼산삼거리까지 연결되어 있는 농수로이며 하천이다. 서부간선수로는 2000년대초 부평 삼산동의 논들이 대규모 택지로 변하기 전까지는 지금의 청천천 서부1교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삼산중학교와 영선초등학교를 가로질러 서부간선수로가 있었다. 삼산동 택지를 개발하면서 기존의 서부간선수로 삼산동 구간을 매립하고 서부1교부터 부평역사박물관까지 새롭게 물길을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물길이 지금의 청천천 하류가 되었다. 이와 함께 부평구청 방향으로 향하던 기존의 서부간선수로 구간을 갈산천이라 명명했다. 청천천의 서부1교와 서부2교, 갈산천의 서부3교라는 다리가 서부간선수로였다는 흔적이다.



 

"맹~맹~꽁~꽁" 지나가는 자동차들의 소음 사이사이, 굴포천 하수 악취로 코를 막았지만 어디선가 간간이 그러나 선명하게 소리가 들린다. 맹꽁이다. 버드나무 아래 풀숲을 자세히 보니 펜스가 보인다. 펜스 너머 맹꽁이를 위해 파놓은 웅덩이가 보인다. 멸종위기보호야생동물 서식지라는 안내판이 빛바랜 채 서 있다. 사근다리를 건너면서 갈산천, 굴포천, 청천천으로 이어지는 ‘맹이길과 꽁이길’의 시작이다. 갈산천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지명이 사근다리이다. 나무다리가 있었는데 삭아서 ‘삭은다리’라 불렀다?

 
‘부평구민의 골치덩어리로 눈총을 받아온 갈산동 362 일원 사근다리가 교량개선사업을 통해 굴포천 공공예술프로잭트와 연계한 명품 다리로 탈바꿈하게 된다’

2009년 12월 언론기사 내용이다. 지금의 사근다리는 총사업비 10억원 들여 2010년 완공된 다리이다. 당시 부평구 관계자의 인터뷰 내용을 보니 ‘부평의 새로운 도시 이미지를 창출하기 위해 버들이와 친구들이 함께 걷는 다리로 꾸몄다’고 한다. 버들이는 어둠의 마왕을 물리치고 빛을 찾아 떠난다는 내용의 창작동화 ‘버들이 모험기’의 주인공이란다. ‘사근다리에 버들이는 뭐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친근한 사근다리 변천사를 보여주면 어떨까 싶다.
 

뽕나무, 버드나무, 찔레, 족제비싸리, 갈대, 양버즘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 메타세콰이어, 소나무, 무궁화, 조팝나무, 쥐똥나무, 사철나무, 사과나무,,,,,그리고 올봄 새롭게 심은 듯한 둔치의 대추나무까지. 사근다리에서 서부3교를 지나 징검다리 2개를 건너며 만나 갈산천의 나무들이다.

 
세월천이 흘러들던 지점 외에도 3곳의 우수토실이 말끔하게 단장했다. 청천천에 이르자 물이 솟아난다. 갈산천의 발원지이다. 솟아난 물은 두 갈래로 나뉘어 흐르는데 하나는 갈산천의 유지용수가 되고 다른 하나는 청천천을 흐른다. 작년까지는 잠실 풍납취수장에서 부평정수장까지 끌어온 한강수를 흘렸다. 솟아나는 물에서 냄새가 나는 걸 보니 굴포하수종말처리장(부천시 북부수자원생태공원) 처리수인 듯하다. 흐르는 물이 많아져 제법 하천다워졌는데 냄새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