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포크, 얘기를 시작해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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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포크, 얘기를 시작해 보다
  • 이권형
  • 승인 2019.06.20 0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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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프롤로그 - 이권형 / 음악가



지역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2018년 7월, 인천의 세 싱어송라이터 Pa.je 이권형 박영환이 함께 컴필레이션 음반 [인천의 포크]을 제작했고, 이어  2019년 연작 [서울, 변두리]를 발매합니다. [인천in]은 이에 매주 1차례씩 8회에 걸쳐 지역 음악과 음악인들의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음반 제작 프로젝트의 취지와 내용을 소개하며, 인천과 서울, 그 변두리 지역을 오가며 활동한 세 팀(클라우즈 블록, 단식광대, 물과음)과 함께 음반 제작 과정과 프로듀서 인터뷰, 아티스트들의 대담 등을 기록하고 그 의미들을 찾아봅니다.



 

- [인천의 포크]를 시작하다
 
머릿속에 지도를 떠올려 봅니다. 중심을 그리고 또 그 주변을 그려봅니다. 중심과 주변을 구분 짓는 경계도 그려봅니다. 그 경계는 어디쯤인가요.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어디쯤 속하는가요.
 
[인천의 포크]는 2018년 저, 이권형과 저의 동료들이 함께 제작한 컴필레이션(compilation, 음반집) 입니다. 수도권의 지하철 노선도를 놓고 세 개의 좌표를 찍어봅니다. 하나는 수인선의 ‘인천논현’, 또 하나는 ‘서울역’, 다른 하나는 인천지하철 1호선의 끝과 공항철도가 만나는 ‘계양’. 이 세 좌표 중 중심은 무엇이고 주변은 무엇일까요.
 
하나의 예를 더 들어봅니다. 7월 3일, 곧 발매될 [서울, 변두리]와 관련된 좌표를 네 개 찍어봅니다. 1호선과 인천지하철 2호선이 만나는 ‘주안’에 하나, ‘서대문’과 ‘신갈’에 각각 하나씩, 다른 하나는 4호선 ‘쌍문’에 찍어봅니다. 이 중에선 무엇이 중심에 가깝고 무엇이 변두리일까요.

이 좌표를 찍은 기준은 [인천의 포크]와 [서울, 변두리]에 각각 참여한 ‘파제(Pa.je), 이권형, 박영환’과 ‘클라우즈 블록, 물과음, 단식광대’의 거주지입니다.
 
이들은 홍대 앞의 공간들을 중심으로 활동해왔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맺은 관계를 통해 저와 함께 ‘인천의 포크’ 프로젝트를 만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홍대 앞’이라는 중심은 음악가에겐 매우 중요합니다. ‘홍대 앞’의 관계망을 공유하기 위해 누군가는 경상북도에서 인천으로 이주하기도 하고, 길게 뻗은 1호선을 위아래로 왕복하기도 하고, 홍대로 가는 교통편이 좋은 공항철도 라인에 거주하기도 합니다. 이때 이 노선표의 중심은 ‘홍대입구’가 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인천의 포크] 좌표가 전부 인천 안에 찍혀있진 않은 것처럼 홍대 앞을 중심으로 이뤄진 인디 뮤지션들의 역사 또한 홍대 앞에만 머무는 건 아닙니다. 예를 들자면, 저는 인천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고 지역의 명소에 관해 노래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임금노동을 병행하기 위해 서울역 인근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음악 활동을 유지하기 위해 따로 돈 버는 노동을 하는 것은 대부분 음악가들의 현실입니다. 그리 부자연스러운 일은 아닙니다. 다양한 삶의 결이 있고 그만큼 다채로운 음악과 작업 방식도 있으며 그로 인해 다양한 음악이 각자의 고유한 자리를 갖게 되는 거니까요. ‘홍대 앞’이라는 좌표를 잠깐 놓아두고 그 곁을 오가는 다양한 결을 포착해보고 싶었습니다.
 
 



- [인천의 포크]와 그 연작 [서울, 변두리]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품은 음악들이 구체적인 지역과 맞물릴 때 보다 피부에 와닿는 감상이 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인천의 포크]와 [서울, 변두리]에 담긴 음악들은 흔한 통념과는 달리 특정한 지역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대신 각자가 자신의 지역과 공간에서 살아가며 겪은 삶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그려냅니다. 그 안에는 생각하고, 고민하고, 아파하고, 반성하는 보편적인 삶의 초상이 담겨있습니다. 지역에서 꾸려가는 삶이라고 보편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무대의 중심을 늘 멀리에 두고 있었을 뿐이죠.
 
[인천의 포크]에서는 그 무대를 인천으로 다시 돌려 보았습니다. 인천이라는 도시에 대한 기억과 경험이 음악과 맞물려, 더욱 폭넓은 감정을 불러일으켰으면 했습니다. 신작 [서울, 변두리] 역시 마찬가지로 서울과 그 변두리를 오가며 활동한 세 음악가 ‘클라우즈 블록’, ‘단식광대’, ‘물과음’ 각자의 삶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나아가 각자 따로 작업했던 전작과는 달리 참여한 세 음악가 모두 인천 주안에 있는 서준호 엔지니어의 작업실에서 작업했습니다. 뮤직비디오 역시 전문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제작했습니다.
 
이 프롤로그를 포함, 총 8편의 연재를 통해 [서울, 변두리] 컴필레이션을 제작하는 과정을 기록하고자 합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음악가 개개인이 자신의 지역, 자신의 로컬에서 활동해온 경험을 인터뷰와 대담을 통해 기록합니다.

이 연재가 각자의 지역과 공간에서의 음악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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