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고백, 진정한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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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고백, 진정한 용기
  • 최원영
  • 승인 2019.06.23 19: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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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배에 난 상처가 준 교훈





풍경 #113. 배에 난 상처가 준 교훈
 
어렸을 때였습니다. 식구들과 섬에 갔었는데, 헤엄을 잘 치는 두 살 위의 형이 바위에 걸터앉아 있던 저를 보고 소리쳤습니다.
“야, 이 바보야! 넌 헤엄도 못 하지?”

그랬습니다. 사실 저는 헤엄칠 줄 몰랐었거든요. 자존심이 상한 저는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나도 할 수 있어.”

형이 헤엄치느라 정신이 없을 때, 저는 깊이가 얕을 곳을 찾아 자리를 잡았습니다. 물이 무릎 정도까지 차는 얕은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헤엄치던 형을 부르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형, 봐봐. 나도 헤엄친다!”

저는 형이 대답하기도 전에 몸을 날렸습니다. 그 순간 저의 비명소리와 울음소리에 온 가족이 놀라서 달려왔습니다. 제가 몸을 날린 그곳은 물 밑 바위들에 붙어 있던 조개 껍데기들로 가득한 곳이었거든요. 저의 배는 여기저기에 조개껍데기에 베인 상처들로 가득했습니다.
 
수영을 할 줄 모르는데도 “나도 헤엄 칠 수 있어!”라고 외치는 것이 용기는 아니었습니다. 그때는 몰랐지요. 그런 행위가 만용이었음을요. 할 줄 모르면 ‘할 줄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임을 아픔을 한참 겪은 후에야 비로소 알았습니다.

지금도 배에 훈장처럼 있는 그때의 그 상처를 만지면서 지금 제가 던지는 말이나 할 수 있다고 큰소리치는 그 일이 정녕 진정한 용기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순간의 수치심을 모면하기 위해 만용을 저지르는 것인지를 자문해보곤 합니다. 이 상처는 사실대로 말하면 저의 실수가 드러나게 되고, 털어놓지 않으면 부끄러움  만큼은 감출 수 있다는 심리적 갈림길에서 스승이 되어주고 있는 겁니다. 정직함이 가장 큰 용기임을 가르쳐주는 스승 말입니다.
 
 
풍경 #114. 진실의 힘
 
「리더들의 인격수업」에 오프라 윈프리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녀의 장점 중 하나는 자신의 약점을 과감히 고백하는 것으로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는 점입니다.
고교시절, ‘미스 불자동차’에 선발되면서 방송과 인연을 맺은 오프라였지만 그 당시만 해도 흑인 여성 방송인으로 전국적인 지명도와 유명세를 얻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그녀를 유명인사로 만든 것은 바로 그녀의 정직함이었습니다.

시카고에 있는 작은 방송국에서 토크쇼를 진행할 때, 자신이 사촌오빠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고백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도 방송을 통해 자신이 청소년기에 마약을 복용한 사실을 밝혔고, 낙태 경험이나 복잡했던 남자관계 등을 가감 없이 털어놓았습니다.
 
이 고백이 왜 그녀를 유명하게 만들어주었을까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아마 자신의 어두웠던 사생활을 낱낱이 고백함으로써, 출연자들의 아픔을 어루만질 줄 아는 진행자의 이미지를 굳혔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위인들의 전기를 읽어보면 그들의 삶에서는 어떤 실수도 없었고 항상 모범적인 삶 만을 산 것처럼 미화되어 있곤 합니다. 그러나 그들의 실제 삶은 꼭 그렇지만은 않았을 겁니다. 누구나 실수를 하고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인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다만 그들이 보통사람들과 다른 점은 그 실수나 잘못을 계기로 해서 스스로를 더욱 더 채찍질하며 자신을 성장할 수 있도록 단련시켰다는 점일 겁니다.
 
그녀의 말을 조금 더 전해드리겠습니다.
“매월 저는 제 프로그램에 반감을 가진 시청자들과 점심식사 하는 날을 정해둔다. 매달 받은 편지 중에서 가장 적대적인 내용을 보낸 12명의 시청자를 뽑아 식사에 초대한다.”

참 대단한 사람이란 생각이 듭니다. 반감을 가진 사람들을 없어져야 할 ‘적’으로 여기고, 아예 그들을 쳐다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대다수이지 않을까요. 그런데 그녀는 자신의 방송에 초대하거나 식사자리를 마련해 서로 대화를 나누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그런 자리를 통해 그들은 그녀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오프라 윈프리의 열렬한 지지자로 바뀔 수 있었을 겁니다.
 
요즘은 방송에서 자주 볼 수 없는 분이지만 성교육 강사로 방송채널을 장식했던 구성애 씨도 오프라 윈프리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청소년기에 이웃집 오빠에게 성추행을 당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고백하고, 남편과의 잠자리를 사례로 강의를 해서 인기가 참 많았었지요. 이렇게 자신의 어둡고 부정적인 과거 상처들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그들의 속사정을 알게 된 사람들은 그들이 당한 아픔을 알게 되면서부터 사람들은 큰 위안을 얻을 겁니다.

사실 우리는 방송을 통해서는 유명인사들의 화려한 모습만 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들을 ‘나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사는 사람’, ‘저런 사람은 고생이나 아픔 따위는 없을 것’라고 여기곤 합니다. 그런데 그런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큰 편견이었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나와 비슷한 아픔을 겪은 저 사람도 저렇게 새로운 삶을 사는데 나라고 못할 게 있나’ 라며 다시 힘을 낼 수 있습니다.
 
진정한 용기는 정직한 고백입니다. 자신이 얼마나 큰 성취를 이루었는지를 고백하는 것보다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고백하는 것이 더 큰 용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용기 앞에서 사람들은 위로를 받고 다시 희망의 끈을 붙들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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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인화 2019-06-24 23:53:28
'진정한 용기는 정직한 고백'이라는 말...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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