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시민 창작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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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시민 창작시대”
  • 송정로 기자
  • 승인 2019.06.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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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지대 사람들] 꾸물꾸물문화학교 윤종필 교장
중구 신포동 꾸물꾸물문화학교 사무실의 윤종필 교장

 
인천시 중구 신포로 23번길 꾸물꾸물문화학교 교장 윤종필(43). 그는 스스로의 직함을 커뮤니티 아티스트(Community Artist)로 부른다. 그가 굳이 여기에 ‘커뮤니티’를 붙이는 것은 그가 천직처럼 수행하는 문화예술 교육활동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 개인들의 예술 활동 보다 커뮤니티 간 혹은 작가들 간 협업을 통해 발휘할 수 있는 시너지가 더 중요하겠다고 생각한다. 예술가로서 그의 역할은 ‘스스로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일상 속의 예술을 주민 혹은 시민들과 공유하며 협업하며 그 빛을 발하게 하는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2006년 하반기 그는 전국적으로 불붙기 시작한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당시 김홍희(낙타사막 대표), 박미나(작가),양승수(미디어아티스트), 김창기(조각가), 백승기(영화감독), 김진희(작가) 등 자유공원 주변에서 활동하던 작가들과 함께 ‘홍예문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인천문화재단이 공모한 ‘공공미술’이란 배에 올라탄 것이다.
 
그때 그는 프랑스에서 예술학위(석사)를 취득하고 귀국한 지 1년이 지나던 무렵이었다. 인천 동산고를 졸업한 윤종필은 계원예술대학을 나와 조교 생활을 하다, 프랑스 그르노블예술대학으로 유학했다. 여기서 예술학위(학사)를 취득하고 다시 프랑스 쌩떼티엔느예술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2005년 8월 귀국했다. 프랑스에서 8년 반만에 귀국한 것이다.
 
공공미술인 홍예문프로젝트에서 윤종필은 동네의 아이들과 함께 하는 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를 기획하였다. 아동을 대상으로 지역을 함께 거닐며 유휴공간을 관찰하며 상상력을 발현시키는 작업이었다. 교육은 어떤 작품을 만들어 보이는 것보다 그 지역의 사회관계망을 중시하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지역의 과거를 알아야 했고, 옛사람을 찾아 인터뷰도 했다. 제도화된 테크닉이나 장르 위주가 아닌, 통합교육 나아가 시민교육, 민주주의 교육의 장으로 기본을 깔아야 했다. 그의 문화예술 교육활동의 방향은 처음부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일관했다.
 
그의 이같은 문화예술교육은 구립 월디지역아동센터에 알려졌다. 홍예문프로젝트가 시발점이기에 그 취지를 살려 프로그램 이름을 그대로 이어 여기서도 사용했다. 2010년부터 센터 아동을 대상으로 교육사업을 다시 시작하면서 꾸물꾸물문화학교의 기틀을 잡는다. 이듬해 그는 센터 아동들 뿐만 아니라, 청소년, 성인 대상으로 확장해 3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아동 대상은 ‘홍예문 프로젝트’, 청소년(중·고생) 대상은 ‘우리동네고고싱 RPG’, 그리고 성인 대상으로는 ‘생활의 발견’으로 각각 이름지었다. 초등생부터 성인까지 생애주기별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완성한 것이다. 이 3개의 프로그램에 아동센터 소속의 25명을 포함해 해마다 50여명씩 참여하였다.
 
2011년, 윤종필은 이 3개 프로그램을 묶어 꾸물꾸물문화학교를 세우고 교장이 됐다. 2009년 ‘컬렉티브 커뮤니티 스튜디오 525’(Collective Community Studio 525)란 문화단체를 만들어 디렉터로 활동했는데, 이것이 모태가 되었다. 그리고 이해 간석동에 있던 사무실도 지금의 신포동으로 이사했다.
 
초등생, 중고생 아이들은 꾸물꾸물문화학교를 통해 성장하면서 아주 끈끈한 문화예술 공동체가 되었다. 교육은 미술적 관찰, 시각디자인의 방식, 연극이나 사진활동의 방식으로 진행됐고, 지역적 맥락을 스터디하기위해 중구의 향토지리 전문가를 멘토로 모셔 워크샵을 갖기도 했다.
학생들 상당수가 4~5년에서 6년까지 ‘꾸물꾸물’에 재학하면서 윤종필 교장은 학부모들보다 아이들에 대해 더 잘 알았다. 그들의 재능이나 적성을 잘 아니 자연스럽게 진로상담으로도 이어졌다. ‘꾸물꾸물’을 통해 아이들은 미대나 사진 쪽으로 진학하기도 했고, 아동청소년복지학과, 패션쪽으로 나가기도 했다.
꾸물꾸물문화학교 막내가 대학생이 되고, 2015년에는 이들을 위한 청년프로젝트가 탄생했다. 이름하여 ‘우물쭈물 잉여력 대폭발’. 지역문화 기획 프로그램이었다.
 
꾸물꾸물문화학교는 2016년을 기점으로 변화를 모색했다. 대학생이 된 아이들은 대학에서 그들의 꿈을 펼치도록 해야했다. 그리하여 탄생한 것이 ‘꾸물꾸물문화학교 동네예술대학’이다. 씨즌2가 시작된 것이다.

 
2017년 문을 연 동네예술대학은 꾸물꾸물문화학교 성인반 ‘생활의 발견’의 확장판이다. 중구 개항장 일대가 동네예술대학 캠퍼스가 되었다. 문화예술이 일상생활 속 예술로, 상상하던 문화예술을 생활 저변에서 실천하는 작업이었다.
 
2017년 첫해. 먼저 요리수업. 중구청 앞 ‘닭면가’ 주인을 강사로 모시고 요리수업을 했다. 메뉴를 함께 연구해 팔아보기도 했다. 다음 목공수업. 제물포고에서 동인천역으로 내려오는 길가에 있는 ‘아프리카 목공소’에서 수업했다. 못통부터 시작해 톱과 망치만으로 만들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만들었다. 2년차 수업에서는 공공적인 작품으로 동네 벤치를 만들거나, 이웃 할머니 집에 고장난 것을 고쳐드리기도 하였다. 지저분한 담벼락을 청소하고 벽화를 그렸다. 그리고 사진수업. 2년차부터 작가들과 함께 아날로그 필름으로 흑백사진을 만들었다. 그리고 판화. 윤 교장이 맡은 판화수업은 여러 명이 공동으로 대형판화를 만들어 내는 ‘커뮤니티 판화’ 제작에 노력을 기울인다. 중구를 타이틀로, 근현대사를 주제로 진행했다. 매해 12월이면 모든 수업의 작품들을 모아 인천아트플랫폼 칠통마당과 갤러리에서 ‘동네예술대학 과제전’을 연다.


 
‘커뮤니티 판화’를 제작중인 꾸물꾸물문화학교 동네예술대학 시민들


커뮤니티 판화는 윤 교장이 계원예술대학 조교시절부터 오래 관심을 갖고 진행해오던 것이다. 교육생들의 반향도 크다. 윤 교장은 이곳 뿐 아니라 미추홀학산문화원 주관으로 주민 10여명과 함께 3년째 커뮤니티 판화 작업을 해오고 있다. 미추홀구의 동별로 돌아가며 진행하는데, 작년에는 주안7동 ‘신기시장 근현대사’를 주제로, 올해는 재개발로 사라지는 주안3동에서 ‘동네, 살아지다’를 주제로 작업 중이다. 주민들이 자기 동네 이야기를 찍어내니 더 열심히 참여한다.
윤 교장은 지금 커뮤니티 판화를 ‘집대성’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 지금은 이를 위한 ‘실험중’이다. 어느 재질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 고무판화를 시험해보니 잘 새겨지는데, 판본이 변형돼 오래 사용하거나 보관하거나 어렵다. 나왕이나 MDF합판도 나중에 울거나 물러지고.
 
2019년은 동네예술대학 3년차 기획사업의 마지막 해다. 참여 시민의 수요를 감안하여 현재 5개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고 있다. ‘일상 드로잉’(금 오후 1시) ‘명화의 사회사’(금 오후 6시), ‘생활도예’(토 오후 1시), ‘흑백사진’(토 오후 6시), ‘커뮤니티 판화’(일 오후 6시)다. 동네예술대학에는 현재 60여명의 시민이 참여한다. 윤 교장은 참여자들의 집중력이 대단하다고 스스로 감탄한다.
 
“60대 은퇴부부가 열심히 참여하시는데, 동네예술대학을 통해 ‘삶의 시간을 회복하는 활동으로써의 문화예술교육’에 참여하시는 것 같아 제가 감동합니다. 매사에 최선을 다하시고 참 감사하게 생각하시고요. 학기를 시작할 때 쯤이면 언제 시작하냐고 물으시는 분들도 많아요. 어떤 분들은 5개 강좌를 몽땅 수강하셔요. 그리고 만족해 하십니다.”
 
동네예술대학을 ‘운영’하는 윤 교장은 ‘지금은 시민 창작시대’라고 강조한다. 문화예술을 실제 경험해야 관심도 생기고 참여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의 진행은 수요로도 이어진다. 전문 작가의 작품만 감상하는 시대가 아니라, 시민들이 작품을 만들고 체험하고 스스로 자신의 것을 감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화 향유의 패턴이 창작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시민예술, 그리고 시민예술교육의 수요가 증대하고 중요해진다.
그리고 커뮤니티 아티스트 윤종필은 그만의 정체성으로 문화예술교육의 전도사로 나선다.
 
“사업보다 작업한다는 생각으로 일합니다. 나의 작업이 ‘교육예술’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작업을 통해 역사들을 알게되고, 관계들이 생기고, 확장되니 통합적 커뮤니티 문화예술교육의 파워를 새삼 깨닫곤 합니다”


생활도예
‘명화의 사회사’
 흑백사진

일상 드로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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