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되면 서해안 갯벌과 새를 조사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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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되면 서해안 갯벌과 새를 조사하고 싶어요"
  • 윤성문 기자
  • 승인 2019.06.28 1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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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민주화운동가 토크쇼] ④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 '내가 살아온 이야기'




"딸들이 크면 아빠처럼 환경운동가가 되도 좋겠어요. 폭넓게 공부하면서 다양한 사람들도 만날 수 있고,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주장할 수 있는 멋진 일이니까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이 땅에서 살아갈 미래세대를 위해서 뛰고 있다는 자부심도 있어요"

인천민주화운동센터와 인천바보주막협동조합, (사)인천민주화운동계상사업회가 주관하는 인천민주화운동가 토크쇼 ‘내가 살아온 이야기’ 4번째 자리가 27일 부평구 십정동 인천시농협기술센터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번 이야기 손님으로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인천시민사회단첸연대 운영위원장)이 초대됐다. 진행과 사회는 이우재 온고재 대표(인천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부이사장)와 강병수 전 인천시의원이 맡았다.

"고향이 인천이냐구요? 강원도 두메산골이에요. 학교에서 돌아와 가방을 벗자마자 지게를 지고 뒷산으로 올라갔어요. 막내는 저는 집안에서 땔감 담당이었거든요"

그는 강원도 깊은 산골에서 태어나 산과 들판을 뛰놀며 자랐다. 고라니와 멧돼지 같은 산짐승도 보고, 예쁜 나비와 신기한 곤충을 잡아 관찰도 하고, 달콤한 열매도 따먹으면서 신나게 놀았다. 그는 대학 진로를 고민할 시기가 오자 서울대학교 농생물학과를 선택했다. 모든 생물에 관심이 많고 시골에 살면서 곤충도 있숙했기 때문이다.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인천과의 인연은 시작됐다. 친형이 인천에 살고 있어 2시간 가량 지하철을 타고 장거리 통학을 했다. 그는 학교에서 강의뿐만 아니라 환경동아리 활동도 했다. 환경에 관심이 많은 학과 선배를 따라 심각한 오염으로 유명했던 안산 시화호와 개발붐이 막 일기 시작한 영종도도 방문했다. 이런 활동으로 그는 환경문제에 조금씩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대학을 졸업한 그는 인천에서 살기 위해 어떤 일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입시학원에서 강사로 일했다. 반년뒤 함께 일하던 학원교사 5명과 학원을 차렸다. 수업이 없는 날이면 그는 자전거를 타고 도시의 골목을 돌고 계양산과 원적산에도 올라가 주변 지역을 둘러봤다. 이렇게 자전거 여행을 다니다가 인천녹색연합의 회원모집 캠페인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회원가입을 했고, 소모임인 '자전거모임'도 만들었다.

회원활동에 참여하다 보니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뛰는 환경운동가에게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돈을 버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들처럼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마음속에서 무언가 꿈틀거렸던 그는 환경운동을 하기로 결심했다.

 
토크쇼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장정구(가운데)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2006년 롯데건설은 계양산에 골프장 계획을 발표했다. 계양산은 숲이 거의 없는 인천에서 그나마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초록 숨통과 같은 곳이었다. 인천시민 80%가 골프장 건설에 반대했다. 하지만 계양산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도시공원으로 만들어 달라는 요구는 번번이 거절됐다.

같은해 10월 장 위원장과 인천녹색연합 활동가들은 모두 계양산으로 올라갔다. 신정은 여성 활동가가 나무 위에 올라가 고공시위를 벌였고, 그는 산을 찾은 시민들에게 골프장 반대 서명을 받았다. 집회와 기자회견 뿐만 아니라 '계양산 1평 사기운동' 등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활동도 벌였다. 고공시위는 7개월동안 이어졌다. 그는 셀 수 없이 계양산을 올랐고 산에서 살다시피 머물렀다.

지역 환경단체와 시민들의 수많은 노력 끝에 2011년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는 골프장계획 폐지를 결정했다. 2014년 인천지법은 골프장 계획폐지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고, 지난해 대법원 판결로 종지부를 찍었다. 길고 길었던 싸움이 막을 내리자 그의 가슴은 뜨거워졌다.

"우리 땅을 건강하게 지키려면 시위나 집회처럼 큰 목소리를 내는 활동뿐만 아니라 이곳이 왜 소중한지, 자연생태계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교육이 먼저 이루어져야 해요"
 
그는 다양한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열어 해마다 환경지킴이들을 길러냈다. 초등학생 숲 교육을 하는 '초록동무'를 비롯해 숲 교사를 키우는 '숲 해설가 양성과정'까지 초등학교부터 성인까지 눈높이에 맞는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인천녹색연합의 활동이 점점 알려지면서 지역사회에서 영향력도 커지고 그를 찾는 이들도 부쩍 늘었다.

인천은 부평미군기지 오염 문제와 굴포천 복개구간 복원, 검단-장수간 도로계획, 부영공원 토양오염, 경인운하 문제 등 해결해야 할 환경문제가 꼬리를 물고 있다. 이런 환경현장에는 찬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릴 때가 많다. 그는 처음 환경운동을 시작할 때 보전 가치가 있는 자연만 봤고, 개발이나 오염문제를 막아야 한다는 결과만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환경현장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이곳과 연관된 사람들이 보이고, 이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모두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법을 생각하고 있다.

그는 이제 인천을 넘어 황해라는 더 넓은 바다를 가슴에 품고 있다. 황해는 동북아 각국에 매우 중요한 지역이지만 황사와 미세먼지, 원자력발전소, 바다오염 등 각종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그는 황해에 대해 더 알고 싶고 보전방법을 찾고 싶어 한다. 이런 관심은 일본 오키나와와 대만을 넘어 우리 민족의 큰 숙제인 남북통일까지 이어진다.

"통일이 되면 서해안의 갯벌과 섬에 사는 새들을 조사하고 싶어요. 저어새는 강화도와 백령도, 인천지역을 번식지로 삼아 새끼를 기르는데, 북한의 새 박사님과 남북 공동협력 조사를 통해 저어새를 비롯한 철새 보호 방법을 찾고 싶어요. 남북 섬에 사는 주민들의 생활사도 함께 연구하고 싶습니다. 통일이 되면 환경운동가는 할일이 너무나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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