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칼럼] 윤현위 / 자유기고가, 지리학박사
부평에 있는 삼릉 줄사택이 철거된다기에 연구소의 선생님들과 가보았다. 사실 삼릉 줄사택은 이전에도 천천히 없어져 왔다. 학생들과 답사할 때마다 삼릉의 줄사택들은 계속 없어져 왔다. 이제 삼릉 입구에 있는 큰 주택들은 모두 없어졌다. 일반 주택이 들어서서 없어진 게 아니라 새뜰마을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또 부평2동 동사무소가 들어서는 명분으로 철거가 이루어졌다.
모두 민간기업에 의한 철거가 아닌 관에 의해서 철거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보면 그 이유를 선뜻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런데도 가로수나 구청 주변의 홍보용 간판에는 문화가 살아 숨쉰다는 표현을 아무렇지도 않게 쓴다. 살아있는 역사를 죽이고 있는데 문화가 살아 숨쉬는 게 말이나 되는가.
필자는 삼릉 줄사택 전체를 보전하자고 이런 글을 쓰는 게 아니다. 이 문제는 이곳에 실제 거주하는 주민,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 그리고 필자와 같은 제3자의 시선이 복잡하게 엉켜 있다. 실제 거주하는 주민 입장에서는 주거권이 침해 받지 않으면서 주거환경이 개선되는 방안이 가장 좋을 것이다. 줄사택 때문에 부동산가격이 오르지 않아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입장도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 노후한 주거단지로 인해 실제로 재개발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나쁜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새뜰마을사업으로 삼릉의 줄사택을 철거된 자리에 건설중인 마을커뮤티티센터.
부평 롯데백화점 근처 동아아파트 앞에 있는 옛 조병창이 있었던 미군기지에서부터 철길을 따라 부평공원에서 삼릉 줄사택, 그리고 부평 남부역까지 일제 강점기 후반부를 이곳보다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또 있을까 싶다. 그 한 가운데 삼릉 줄사택이 세월을 머금고 서 있다. 삼릉에 알박기를 한 사람들은 개발을 바랄 것이다. 오랜 시간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은 지역이니 시세차익이 더 클 것이니 말이다. 삼릉 일대는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기에는 다소 필지의 면적이 작다. 그렇다면 아마도 요즘 부평에 난립하고 있는 주거용 오피스단지가 들어설게다.
노후화로 건물 일부가 훼손된 줄사택 모습.
곧 있으면 다가올 총선을 의식할 수도 있고, 구의원 선거를 의식할 수도 있다. 지역의 민심이야 얼마든지 핑계로 댈 수 있겠으나 혹시 이 개발사업에서 정작 이득을 보는 주체는 지방자치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필자는 지울 수 없다. 필자는 지방자치에 상당히 회의적이다. 인천에서 오래된 건물들은 소유주가 명확한 대형 공장을 제외하면 모두 지방정부에 의해서 철거되지 않았던가? 과거의 흔적들을 모두 지우면 그게 미래도시 인천의 완성인 것일까?
1940년대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줄사택 근처의 건물. 과거에 쌀가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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