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지대에 갇힌 가좌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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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지대에 갇힌 가좌천
  • 장정구
  • 승인 2019.07.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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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가좌천, 석남유수지와 인천교유수지 -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가좌천 유수지. 오염물질이 물위에 그대로 떠있다.


 ‘심한 악취와 검은 기름때와 오염물질 등이 물 위에 그대로 떠 있다’
 ‘다른 산단 하천에 비해 BOD는 약 10배, COD는 6배, 부유물질(SS)는 5배 가량 높다’

 인천 서구 가좌천 이야기다. 2015년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종합감사에서 지적된 내용이다. 비가 내리면 오염물질이 월류하여 그대로 바다로 흘러든다. 환경부 특별단속에서 주변 사업장 중 절반이 넘는 곳이 환경법규 위반으로 적발되었음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국회의원들 지적에 대해 인천환경공단 관계자는 오염이 심각한 것은 알고 있으나 처리용량 한계로 특별한 대책이 없다고 이야기했다는 후문이다.
 
 ‘서구 가좌동 이레화학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였으니, 인근 주민은 안전에 주의바랍니다’ 2018년 4월 13일 점심 때, 인천시민들에게 긴급재난문자가 전해졌다. 화학사고가 난 이레화학은 폐유기용제·폐유·알코올 등을 재활용하는 지정폐기물 중간처리업체이다. 알코올을 옮겨 담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차 등 10여 대 차량이 불탔다. 시커먼 연기가 서구는 물론 동구와 남구에서도 확인될 정도였다. 

 가좌천 옆에 위치한 해당 공장은 2011년에 설립돼 환경부로부터 지정폐기물 수집·운반업으로 허가를 받아 수산화나트륨(가성소다)과 황산 등 특정폐기물을 취급하고 있었다. 문제는 불이 난 지 4일이 지나도록 인천시나 환경부 등 행정기관에서는 이 공장에서 정확하게 어떤 물질을 취급하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했고 관련법 위반 여부를 알지 못했다. 이 공장이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른 유해화학물질 정기·수시 검사를 한 번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회적 파장이 컸다. 확산 방지막을 설치했지만 유해화학물질과 화재진압 소화제 상당량이 가좌천으로 흘러들었고 북항을 통해 인천 앞바다를 오염시켰다.

 가좌천은 석남유수지에서 인천교유수지로 연결되는 약 1.5km의 수로이다. 하천법에 따른 하천이 아니다. ‘가좌천’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공장 옆 배수로였던 것이 오염문제가 계속 대두되어 오염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가좌천이라 불리고 있다. 

 갯벌 매립으로 공장이 들어서기 전 갯골이었다. 한남정맥 원적산 기슭, 서부여성회관과 석남중학교 부근에서 시작되었던 물길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덮여 하수도가 되었다. 가좌천의 열린 구간은 엠파크와 석남유수지에서 인천교유수지 사이 뿐이다. 인천 서구 가좌동에 위치한 ‘엠파크(M-PARK)’는 수출단지와 성능점검센터 등을 갖춘 우리나라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의 중고자동차매매 복합단지이다. 석남유수지는 팬스로 둘러싸여 일반시민들은 존재를 잘 모르는데 가좌동 모래방죽사거리 해수워터피아 뒤에 위치하고 있다. 인천교유수지는 현대제철과 인천환경공단 가좌사업소 사이에 위치한 유수지이다. 

 


 지금 가좌천은 공사가 한창이다. 석남유수지 차집관거 신설공사이다. 현장안내판에 ‘오수 차집이송에 의한 석남유수지 건천화로 악취예방 및 환경개선을 통한 민원해소’라고 공사목적을 적고 있다. 인천시는 2010년 2월, 인천교 유수지와 석남유수지 악취 저감을 위한 친수공간 타당성 조사용역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9년 만이다. 북항과 청라지구 개발 등으로 악취 민원이 발생해 유수지를 준설하고 자연생태 습지, 자연친화적인 친수공간으로 조성하여 주민들에게 쾌적한 여가공간을 제공할 계획이라 했다. 또 약 900억원을 투입하여 가좌하수처리시설을 고도처리시설로 개량하여 방류수를 법적기준 이내로 하겠다고도 밝혔다. 

 가좌천과 유수지, 지금은 어떨까? 가좌천은 여전히 공장들로 둘러싸여 있다. 수질은 등급을 언급하기 민망할 정도다. 비가 오면 몰래 폐수를 방류하는 업체들이 있다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가좌천과 유수지 가장자리로는 두꺼운 오니층을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고 회색과 검은색 물 위에는 부유물질들이 둥둥 떠 있다. 선거를 앞둔 공약(空約)이었는지 아직도 환경에 대한 투자는 뒷전이다. 

 유수지 옆 북항으로 가는 도로변에는 주차·박차(駐車·泊車)들이 빼곡하고 쓰레기가 넘쳐난다. 현대제철로 이어진 수십대 고철스크랩 운반차량들의 행렬은 장관이지만 답답하다.

18만9천㎡의 인천교유수지, 13만9천㎡의 석남유수지 그리고 1.5km의 가좌천. 생태공간, 친수공간으로 갈 길은 멀지만 인천의 대표 공장지대인 서구와 동구에서 여전히 생태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물길이고 친수공간이다.


가좌천 석남유수지 차집관거 신설공사 현장 모습
 

인천교유수지 옆 북항으로 가는 도로변에는 주·박차 화물차량들이 빼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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