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람의 페미니즘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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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의 페미니즘을 위하여"
  • 강영희 시민기자
  • 승인 2019.07.07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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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페미니스트를 위한 축제 _'인천 페미니즘 페스티벌'에 다녀와서



처음, 그리고 유일한!! IN FE FE
36.3도 속에 산듯한 바람처럼 .. 


'인천 페미니즘 페스티벌'(IN FE FE 이하 '인페페')가 6일 부평구청 옆 '인천여성가족재단' 앞마당에서 펼쳐졌다.
페미니즘 행사로서는 인천에서 처음으로 열린 것이다.

인페페는 인천시가 후원하는 '여성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인천민우회 등 6개 여성단체가 모인 '여성연대'가 주관하고 '북극서점'이 지난 3월부터 기획하여 준비한 자리다. 부평지역 최고온도가 36.3도까지 치솟은 이날 인페페는 붉은 수돗물 사태등으로 각종 행사가 취소되는 상황에서도 진행하게 됐다.

서울에서 2년 전인 2017년 열린적이 있으나 지속되지 못하고 있어 지금으로서는 유일한 페미니즘 페스티벌이라고 관계자는 설명한다. 이를 위해 인천지역 여성단체들뿐만 아니라 부천, 안산, 서울 등 수도권과 제주에서 비행기를 타고 참여한 셀러까지 지지와 연대의 마음으로 참여했다고한다.    





이날 인천여성가족재단 작은 앞마당은 70여개의 부스가 촘촘히 채워졌다. 건물로 둘러싸여진 공간, 최고 기온이라는 상황속에서도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이 간간히 땀을 식혀주고 있었다. 이날은 인천여성가족재단 재개관식이 예정되었으나 붉은수돗물 사태로 개관식이 취소된 상황에서 재단 관계자들이 '인페페'의 진행을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20170706토-인천 페미니즘 페스티벌-인천여성가족재단
@인천 페미니즘 페스티벌-인천여성가족재단. 

행사장이 한산해보여 사람들이 없나 했는데 계단을 오르니 넓게 느껴졌던 재단 앞마당이 부스와 사람들과 가득했다. 더운 날씨에도 사람들이 많이 참여했고, 1시가 조금 넘어 도착했음에도 5시까지 전체 부스를 모두 돌아보지도 못했다. 열정과 이야기가 가득한 사람들이 함께한 자리였다. 

 

"당신은 어떤 말이 불편하신가요? _ "라는 스티커 투표로 '인천 성평등 서포터즈-U&I 문방구'는 "느리지만 전진하고 있어요!!"라는 달팽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대학교 젠더평등을 외치는 사람들의 모임- '젠장' 외에도 숙명여대, 서울여대, 인하대 등 대학교 소모임과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청년모임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로 캠페인을 진행했다.

 


@7월 12일부터 14일까지 '영화공간 주안'에서 열리는 15회 인천여성영화제 홍보중인 '인천여성회' 활동가들. 

 

왜 총을 들었어요?

 

@'도와주지 않아도돼!' 작은 스티커 그림 한 장에 그들의 생각과 마음이 담겨져 있었다.

 

20대라는 그들은 여전히 여성은 약한 존재,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 웃어야 하는 존재로 인식되는 것이 싫었다고 했다. 지금의 20대들에게 수 십 년전의 그 말들이 여전히 그들을 억압하고 있다는 생각은 상상하지 못했다.  너는 왜 사소한 것에 화를 내냐는 말을 많이 들었었다. "여자가,, 여자는... " 말에 참 많이 목소리를 높히고, 화내고, 따졌더니 돌아온 말이었다. 그래도 학교 졸업할 즈음 내 주변에서는 잘 들리지 않았던 말이었는데 여전히 그러하다는 말에 속이 상했다.


숙명여대 학생들은 군대 문제로 논쟁하다가 마무리 짓지  못했다. 군대 복무와 함께 1등 시민의 권력을 부여받은 남성들의 행패라며 여성들도 군대갈 수 있게 그래서 그들만 누리는 1등 시민의 권리를 우리에게도 달라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지만 이들이 파는 물건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다음을 기약하며 자리를 옮겼는데 시간이 모자랐다.

왜 참여하게 됐나요?
여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떤 차별을 받고 있나요?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나아질 수 있을까요?

평범하고 짧은 질문에도 참여자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 상황이 새로울 것이 없다는 것에 미안함을 느꼈다. 뻔한 그 질문에 답이 여전하다니 ... 여성만의 싸움으로는 한계가 있다. 함께 싸울 것을 고민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질문을 하며 부스들을 돌아다녔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패미니스트 아티스트들이 다양한 창작물과 함께 했다.
 

  



@안산에서 페미니스트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펨에서 골라준 '초보 페미니스트를 위한 세 권의 책.' 

 

학교 게시판이 혐오-비난의 공간이 아닌 건강하고 합리적이 논의와 논쟁이 가능하면 좋겠다. 배운다는 사람들이 이것밖에 쓰지 못한다는게 이해가 되지 않은다. 혐오가 폭력인걸 모르는걸까? 약자보다 약하고 강자보다 강한 지성인은 어디에 있을까? ..  대학교 및 청년 패미니즘 소모임들의 고민을 함께 나눴다.
 



 @혐오적인 익명의 게시판에는 지성인 다운 합리적인 논쟁이나 의견따위는 없다고 한다. 혐오가 범죄인 줄 모르고 펼쳐지는 게시물에 항의를 했더니 오히려 자신들이 계정이 삭제되는 일이 반복적으로 생긴다고 하다.

 

 

@인하대학교 페미니즘 소모임 '인페르노' 학생들은 대학생들이 사용하는 '에브리타임'에서 심각하게 퍼지고 있는 상황을 걱정하며 사람들의 생각과 의견을 모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활동을하고 있었다.

 

@페미니즘은?

 

여성들도 소셜클럽을 만들자!!


@왼쪽에서부터  황순유 아나운서 . 김진아 작가. 기획자 북극서점 슬로보트.

3시부터 경인방송 라디오 아나운서 황순유씨가 진행한 김진아 작가와의 대화는 많은 셀러와 시민들이 함께한 가운데 한시간 가량 진행됐다. 기획자인 북극서점 쥔장이 월요일마다 함께하는 '책방언니의 책바구니'를 함께 진행한 인연으로 북토크 진행을 맡았다고 한다.

김진아 작가의 에세이 '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 건 아니라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남성들의 소셜클럽이 사회적인데 반해 여성들의 모임은 왜 친목모임에서 그칠까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직장등 일상에서 왜 나는 페미니스트가 되기로 했는가에 대한 이야기 등을 나눴다.
 

 

턴온디스페미니즘

북토크가 끝난 후에는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소문자 에프'가 진행하는 참여낭독회와 함께 '용기내어 하고 싶은 말을 하자'라는 취지로 이야기 마당이 펼쳐졌다.  시를 낭송하고, 책을 읽고, 자신이 페미니즘이 된 이유, 페미니즘 소모임 소개 등 다야한 이야기가 넘쳐 다음 행사를 위해 발언 신청자를 더 받지 못했다고 한다.

페미니즘 말만 해도 왜 욕하고 싸우려고 하는지 .. 그저 생각을 말하는 것 초자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시간과 자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투운동을 촉발시킨 최영미 시인의 <괴물>을 낭독하고 있는 조은숙 시인.

@암울했던 결혼생활체험기<결혼따윈>를 쓴 작가-다이스타는 책 속의 내용을 발췌해 낭독했다.

 


@미끄마끄 회원들-즐겁고 편안하게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한다.


'뒤죽박죽이어도 괜찮아!!'라는 슬로건으로 활동하는 에코, 퀴어, 페미니스트 창작 품앗이 크루 <미끄마끄>는 대학친구들이 지속적으로 모임을 가지며 즐겁게 창작활동을 펼쳐가고 있다고 한다. 페미니즘이나 퀴어 등에 대한 이야기를 카페에서 하다가 분쟁이 된 적도 있다고 한다. 

페미니스트 마켓은 5시까지 진행되었고, '턴 온 디스 페미니즘'에는 많은 참여자들이 있어 공연을 위해 자리를 억지로 정리해야했다.

이어 대강당에서 이어진 <키라라>와 <슬릭>의 공연에도 100여명의 관객이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함께했다.


<슬릭>

<키라라>  

-사람들의 의견을 담은 메모들-

 

평범한 사람들이 페미니즘을 위하여 ..
젊은 생각과 마음들이 모이는 즐거운 축제가 지속되기를 바랍니다~


야외 페미니스트 마켓을 마무리하고 공연준비를 마친 기획자 북극서점 슬로보트를 붙들고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조심스럽게 시작한 초보적인 페미니스트부터 전투적으로 논쟁을 이끌며 투쟁하고 있는 선진적인 페미니스트들끼지 모두 한자리에 모여 편하고 즐겁게 함께하는 축제가 되길 바랬다는 그는 "보통사람, 평범한 사람의 페미니즘을 위하여.." 그리고 다양한 스펙트럼의 페미니스트들이 모여 그야말로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했다. . 

여성연대에서는 젊은 페미니스트들을 위한 자리를 만들자고 제안했고, 아트북페어를 준비하고  있던 그는 이를 확장해 페미니즘 페스티벌을 만들었다. 여성연대에서도 젊은회원과 여성민우회가 적극적으로 협력하면서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알찬 축제가 되었다고 한다.

이런 마음이 전해졌는지 전국 곳곳에서 무엇을 팔겠다는 것 보다 '지지와 연대'의 마음으로 참여한 페미니스트들에게 공을 돌리며 그들이 함께해줘서 큰 힘이 되었다며 고마움을 반복해서 표현했다. 

지속적으로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꺼내기엔 너무 조심스럽지만 가능하다면 계속 해나갈 수 있도록 애써보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며 마지막 행사를 참여하기위해 짧은 인터뷰를 마치고 총총히 사라졌다.

전에 비해 검게 그을린 얼굴,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 다소 마른 얼굴속에 눈빛은 그 어느때보다 반짝였다.



 

북극서점 그가 출발의 마음을 담은 글을 보내왔다. 전문을 그대로 담는다.  


[ 인천 페미니즘 페스티벌의 출발에 대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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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페페는 인천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페미니즘 페스티벌입니다. 올해 3월, 북극서점은 인천 여성 민우회로부터 페미니즘 공연 기획을 의뢰받고 평범한 공연보다는 평소에 꼭 해보고 싶었던 페미니스트 아트 마켓을 제안드렸어요. 공연이 아닌 축제를 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라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북극서점을 비롯해 포스터 디자이너, 민우회 스텝 분들, 행정을 맡아주시는 분들 모두 적은 페이로, 혹은 무급으로 자신의 시간과 열정을 다해 축제를 일구었습니다. 도중에 행사가 취소될 뻔한 위기도 있었지만 모두가 정성을 다해 지켜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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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운동을 지지하는 많은 분들이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기를 주저합니다. 아는 것이 많지 않아서, 읽은 책이 많지 않아서, 딱히 행동하는 것이 없어서, 너무 과격한 것 같아서, 남성들로부터의 비난이 두려워서, 유별나 보일까봐, 자신이 남성이라서, ...등등 다양한 이유로 페미니스트임을 쉽게 말하지 못하고 마음 속으로만 페미니즘을 지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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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가 만나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성들이 약자라는 이유로 더이상 폭력에 노출되지 않았으면 바라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생활 속에서 받는 통제와 불이익에 분노하며, 억압받는 여성들에게는 위로를 건네고 싶어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페미니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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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은 약자가 약자인 채로 존중받는 것을 추구하는 사상입니다." 라는 여성학자 우에노 치즈코씨의 말을 인용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강해질 수 있는 자유로움 또한 추구하는 사상이라는 것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그 강함은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는 것을요. 누구나 자신이 선택한 모습 그대로 존중받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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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한 페미니스트에게도, 온건한 페미니스트에게도 그에 맞는 시대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모두가 하나의 커다란 빛을 향해 가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많은 것을 겪은 페미니스트와 이제 막 출발한 페미니스트도 결국은 한 자리에서 만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안에서도 어떤 계급이 있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평소에는 건강한 논의와 이해가 있기를 바라고 1년에 한 번쯤은 그 모든 다름을 차치하고 한 자리에 모이는 날이 있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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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아트 마켓이 더욱 다양한 여성의 이야기가 생산되는 마중물이 되기를 바랍니다. 여남소노 누구나 페미니스트라고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서울, 제주, 부산, 대구 등등 먼 곳에서 와주시는 셀러분들께 마음 깊이 감사드려요. 놀러와주실 반가운 여러분들께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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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북극서점 슬로보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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