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라이브 부평
상태바
生라이브 부평
  • 유광식
  • 승인 2019.07.26 08: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09) 부평1동 굴포천 일대 / 유광식

부평구청 뒤 굴포천, 2017ⓒ유광식
 


예부터 물가 옆에는 자연부락이 생기듯이, 부평 지역은 평평한 지형과 여러 하천 줄기로 일찍이 농사와 주거가 발달했던 곳이다. 지금이야 부평에서 농사를 짓지는 않지만, 농사의 중요한 전통이었던 풍물축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그 규모와 의의가 커져 부평구의 대표 행사로 자리잡았다. 

2년 전 국가하천으로 승격된 굴포천은 지도로 살펴보면 그 본류와 지류를 합쳐 놓은 모습이 마치 진귀한 산삼 뿌리 같은 형상이다. 그만큼 뿌리 깊게 우리 주변의 생활을 보듬고 있다는 징표일 것이다. 굴포천의 영향이 작용했는지 부평은 오늘날까지도 농경, 산업, 문화, 경제 부문이 전부 긴밀히 맞닿아 있다. 미군기지로 인해 고약하게 불거진 토양오염 문제로 뒤끝은 작렬하지만 말이다. 종종 부평 동아아파트 옆 복개천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부평문화의거리 입구, 2018ⓒ유광식

부평대로에서 부평풍물축제를 즐기는 모습, 2017ⓒ유광식
 


부평 거리를 걷다 보면 사람들의 오감에 눈이 돌아갈 지경인데, 지상과 지하를 막론하고 부산하게 움직이는 모습에서 젊음을 느낀다. 번호마저 팔팔한 88번 버스는 부평의 대표 노선버스 중 하나이다. 간혹 지하철로 부평에 오게 되면 물을 뿜지는 않는 둥그런 지하 분수대 앞에서 만남과 동시에 그날의 동선을 시작하지만 904번, 46번 시내버스를 타거나 자가용으로 부평에 올 때 처음 찍는 지점은 동아아파트 인근의 굴포천 복개 공영주차장 부근이다. 반년 가까이 만남의 장소로 이용하다 보니 주변 풍경이 자연스레 눈에 익었다. 

지붕 낮은 허름한 주택들은 복개 후 만들어진 주차장보다 낮은 높이에 있어 매우 안쓰럽고, 허름한 주택과 영세공장 등이 고층 주택으로 탈바꿈하는 시즌을 보내느라 바쁘다. 아직도 빈 집, 점집, 막걸리 주점, 보세 옷가게가 줄 따라 군데군데 자리하고 있다. ‘굴포천은 이렇게 변화합니다’라며 복개천 공영주차장 경계벽과 구의회 앞에는 개발 청사진이 붙어 있는데, 기쁘기도 하고 엉뚱해질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부평지하상가 리뉴얼 공사 현장 모습, 2017ⓒ유광식

정류장에 도착한 88번 버스, 2017ⓒ김주혜
 


부평의 대단지 아파트인 동아아파트는 지상에 차량 주차가 많아 문제지만, 관리가 잘되고 있는 오래된 단지 특유의 여유가 느껴진다. 동아아파트 1단지 일대는 구) 동아시티백화점을 인수해 운영해 오던 롯데백화점이 최근 폐점을 진행하면서 다음 타자인 새 복합상가 입점에 대해 지하상가 상인들의 우려가 일기도 하는 공간이다. 이 일대가 모두 유통 왕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듯, 불기운이 센 곳이 바로 굴포천을 중심으로 하는 부평이다. 

동아아파트 1단지 입구 쪽에는 풀빵 할아버지와 호떡 아주머니가 계시다. 부평깡시장 건너편에는 박 서방 메밀우동집도 있고 말이다. 한 가지 팁이라면 월요일에는 식당 휴무가 많아 원하는 곳에 갔다가 허탕을 치는 경우가 많으니 되도록 피하는 게 좋다. 뒤엉킨 시장길을 따라 오래된 노포를 찾아 떠나는 여정은 새로운 도시 보물찾기 놀이가 될 것이다. 특히 풀빵 할아버지와 상거래 시에는 따뜻한 덤이 따를 것을 잊지 말지어다.

 

동아아파트 입구 구) 롯데백화점(현재는 공실), 2019ⓒ유광식
 

쭉 걸어 내려가다 부평구청 근처에 도착하면 몇 개의 지류가 합쳐지는 복개되지 않은 굴포천을 만나게 된다. 이윽고 냄새가 올라왔는데, 어느 겨울날 아이들이 뛰노는 장면이 있었고 왜 그렇게 불안했는지의 이유로 작용했다. 굴포천은 인공하천이다. 수로를 통해 짐을 이동하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지금은 오리 가족만이 오갈 정도의 폭이지만, 복개 구간을 다시 뒤집는다니 반가운 마음이 잠시 들었다. 다시 복원할 걸 애초에 왜 덮었는지 원망의 감정이 더 큰 게 사실이다. 공사 위주의 조성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상태로 복원하여 하천 본연의 기능에 충실할 수 있게 조성되었으면 좋겠다. 굴포천 주변으로는 법 규정의 상한만을 좇으며 고층 주상복합아파트가 나날이 장벽을 이루고 있어 굴포천이 자칫 위축되지 않을까 싶다.

 

개천 옆 주택가 뒤로 고층 아파트가 지어졌다, 2018ⓒ유광식

부평시장 로터리 위에 임시 적치된 폐건축자재와 곰 인형, 2019ⓒ유광식
 

부평역부터 부평구청역까지 덮여있는 굴포천. 서쪽 굴포천을 따라 하천과 함께 하는 생활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건 어떨까. 동쪽으로는 거대 방사형의 부평시장이 더더욱 부풀어 오를 전망에 다소 두근두근하다. 부평은 현재 옛 미군기지 지역이 시민의 품으로 순차적으로 돌아오면서 그 활용 가치에 대한 논쟁 또한 뜨겁다. 지하도 지하지만 지상에서 길 찾기를 잘 못 하면 오히려 안좋은 인상을 머금을 수도 있으니, 지도 앱 사용법 뿐만 아니라 몇몇 건물정보 정도는 뜨거운 부평 벌을 누릴 수 있게 기본기를 다져야 할 것이다. 시원한 生맥주, 라이브 한 흐름 속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잠자는 큰 곰은 과연 어떤 꿈을 그리려는지 자못 궁금할 노릇이다.

 

부평구의회 입구에 설치된 굴포천 개발 조감도, 2019ⓒ유광식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