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저 잘 살아왔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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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저 잘 살아왔나요?
  • 성기덕
  • 승인 2019.08.0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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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성기덕 / 인천노인종합문화회관 소통의 글쓰기반 회원





당신은 내게 공고를 가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나는 싫다고, 안 간다고 인문계고등학교로 가서 대학가겠다고 떼를 쓰며 몇날 몇일을 울기만 하였습니다. 요지부동인 당신이 정말로 싫었고 미웠습니다. 당신의 뜻대로 그 이듬해 실업계 고등학교를 갔고, 7개월 후 당신은 내 곁을 떠나 가셨습니다. 그때서야 저는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저더러 왜 공고를 가라고 말씀 하셨는지…….
 
나는 당신이 저 세상으로 가셨을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나 보다는 내 앞날을 생각하며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실업학교 졸업 후에는 선생님의 추천으로 바로 취업을 했습니다. 회사에서 나이든 현장 직원이 젊은 계장한테 호되게 질책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 '아! 대학을 못 나오면 저리되니 꼭 더 공부를 해야겠다'고 다짐을 하였습니다.
 
1년간 노력을 한 결과 그 다음해 야간 대학에 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에게 공부는 사치였습니다. 1학년이 끝나갈 무렵 어머님이 유방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천주님이 너무하신다고 한탄을 했습니다. 등록을 못하고 휴학을 했습니다. 일하고 휴학, 일하고 휴학을 반복하다 끝내는 포기하였습니다.
 
하루는 회사 출장 갔다 종로3가 인천행 버스정류장에서 학교 선배를 만났습니다. 인천까지 같이 오면서 그 선배는 “직업훈련 교사가 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했습니다. 잘하면 독일 연수기회도 있다고 하면서 말이지요.
 
직업훈련 교사가 뭔지도 모르고 독일연수라는 거르지 않은 꿀 같은 말에 그 자리에서 “선배 고마워, 할게”하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니 선배는 바로 다음날 부산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대답은 했지만 ‘회사는 어찌하나’ 고민이 되었습니다.

그날 저녁 퇴근 무렵 상사에게 상의를 했더니 일단 저쪽에서 확정되면 사표를 내라 하십니다. 그리고 둘만 알고 금, 토 양일은 출장처리를 해줄테니 갔다 오라고 하셨습니다. 그 결과도 꼭 알려 달라시는 상사님이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금요일 오후 6시 경 가까스로 부산에 도착습니다. 선배가 나를 보자 “너 지금부터 면접을 봐야한다” 고 했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독일 사람들과 한국사람 몇 분 앞에서 면접을 봤습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고교시절 독일어 몇마디 공부한 것을 토대로 더듬더듬 이어갔습니다. 뜻밖에도 높은 분이 월요일부터 근무를 하라 했습니다.

돌아와 상사에게 사정 이야기를 하고 일주일 시간을 얻어 회사 일을 정리하였습니다. 직업훈련 교사라는 들어보지도 못한 직책으로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하루하루가 새로웠습니다. 근무 중 독일연수 파견자 선발에서 2위를 하여 1위를 한 동료와 함께 독일 연수의 기회를 얻었습니다.
 
행운은 연이어 찾아왔습니다. 독일 도착 4개월 후 개인능력평가 결과 우수한 성적을 얻었습니다. 그곳 담당자가 “독일에서 공부할 의향이 없느냐”고 묻기에 무조건 하고 싶다고 대답했습니다. 막연했던 희망이 현실이 되어 나는 독일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후 7년이란 세월을 독일에서 학문을 닦았습니다. 이것을 발판으로 나중에는 대학교수가 되었습니다.
 
대학교수로 발령 받던 날 아버지, 당신이 생각났습니다. 당신은 나를 이 세상으로 내보내주신 분이었고, 한 때 저에게 원망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요? 모든 일이 잘 풀리기 시작하자 당신에게 칭찬을 받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을 찾아갔습니다. 공고 가기 싫다고 울었던 만큼 한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보지도 못한 당신의 며느리가 손수건을 넘기며 “여보, 그만 우세요”라고 말하기에 눈물을 멈추었습니다.

“미안했어요 아버지!” 그때 당신의 깊은 뜻을 모르고 떼를 썼던 못난 자식이에요……. 타국에서 사회생활은 너무나 힘들었지만 그 때마다 육친의 정을 생각하며 힘을 얻었습니다. 아버지! 많이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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