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이 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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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이 와야 한다
  • 이영광
  • 승인 2019.09.05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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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외계인이 와야 한다 / 이영광


           
           외계인이 와야 한다

                                           
                                           이영광

 
콩가루 집안도 옆집과 싸움 나면 뭉치고
툭탁거리던 아이들도 딴 학교랑 축구하면 함께 응원을 한다
딴 동네 딴 도시 딴 지역과 다툼이 나면
한 동네 한 도시 한 지역이 된다
 
전라도와 사이가 틀어지면 경상도가 된다
경상도에 맞설 때면 전라도가 된다
북한과 다툴 때는 남한이 된다
월드컵만 열렸다 하면 아우성치는 대한민국이 된다
 
그러므로 외계인이 쳐들어와야 한다
성간우주(星間宇宙)를 안마당처럼 누비고 다니는
외계 우주선들의 어마어마한 공습 앞에서
미국과 중국이 손을 잡을 것이다
서방과 아랍이 연대할 것이다
아시아 제(諸) 국가들이 단결할 것이다
 
외계인이 와야 한다
모든 국경이 폐제되고
기독교와 무슬림이 형제가 될 것이다
모든 호모사피엔스가 하나가 될 것이다
인간과 사자와 뱀과 바퀴벌레 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스크럼을 짤 것이다
 
더 큰 적이 나타나고 더 큰 싸움이 나는 수밖에 없나?
외계인이 와야 한다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잿더미가 되지 않을까?
외계인이 와야 한다
전 지구 생명체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 않을까?
외계인이 와야 한다
 
다른 별들에서, 지구촌을 전율에 빠뜨릴 초호화 축구팀들이 공격해 와야 한다
부처나 공자나 예수보다 더 환상적인 외계 스타플레이어들이 와야 한다
은하계 별들이 두두둥둥! 자웅을 가리는
우주 월드컵이 열려야 한다


시인은 콩가루 집안도 옆집과 싸움나면 뭉치고 툭탁거리던 아이들도 딴 학교랑 축구하면 함께 응원한다고 말한다. 북한과 다툴 때 남한이 되고 월드컵이 열리면 그 때서야 대한민국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외계인이 쳐들어 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미국과 중국이 손잡는다고, 서방과 아랍이 연대할 것이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시인은 다른 별에서 초호화 축구팀이 공격해 와야 화합된 지구 월드컵이 열린다고, 더 큰 적이 와야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거듭거듭 말하고 있다. 하지만 시인 만의 지구 양생법은 그의 반어적 어조에 묻어난다. 외계인이 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어느 시점에서 시인은 문득 그러면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잿더미가 되지 않을까’ 하고 슬쩍 다른 속내를 표시한다. 일방향으로 치닫던 스스로의 주의와 주장이 갑자기 바뀐 것처럼 보이지만 시인은 애초부터 겉마음과 속마음을 서로 반대로 말하고 있다. ‘외계인이 와야 한다’고 말해놓고 그러면 ‘전 지구 생명체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 않을까?'라고 혼자 대답하는 형식은 독자의 주의를 끈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Yuval Harari)는 그가 쓴 『사피엔스』에서 사람의 정체성에 대해 말한다. 그는 그가 유대인이거나 유럽인이거나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이거나 중세사를 연구하는 학자이거나 상관없이 자기 자신을 ‘호모 사피엔스’의 일원으로 소개한다.
 
수천억 개의 별이 모여 하나의 은하를 이루고, 수천 억 개의 은하가 모여 우주를 이루는데, 이 넓은 우주의 바다에서 지금까지 생명체가 살고 있는 별이 지구 별 하나라고 생각하면 좀 오묘한 느낌이 든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지구에 태어나는 사람들 하나하나는 모두 기적 같은 존재들이다. 우주의 변방에 속하는 작은 별 지구에서 생명체, 그것도 ‘인간’이라는 영혼을 가진 존재로 태어난다는 것은 정말이지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 기적 같은 존재인 사람들이 하나 뿐인 아름다운 별에서 매일같이 크고 작은 전쟁을 벌인다. 나라대 나라가 다투고 한 나라 안에서 계파를 나누어 갈등하고 한 동네 사람들이 사소한 일에 침을 튀기며 투쟁한다.

『장자』 제물편에 조삼모사 이야기가 나온다. 원숭이들에게 밤송이를 아침에 세 알 저녁에 네 알을 주겠다고 하니 원숭이들이 아우성을 쳤다. 그래서 아침에 네 알, 저녁에 세 알을 주겠다고 하니 좋아라 했다. 전체를 보지 않고 당장 자기 앞의 이득에만 집중하여 소란을 피운다. 이것을 빗대어 장자는 “왜 전체를 보지 않는가”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 시에서 시인은 양적인 숫자나 크기를 말하려고 한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인생을 전체로 본다면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그것은 많고 적음이라는 양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소견에 얽매이지 않는 전체적인 통찰을 갖는 행위 아닐까.
 
도의 관점에서 본다면 만물은 서로 통하여 일체가 된다. '분해되는 것이 있다면 곧 생성되는 것이 있고, 생성되는 것이 있다면 소멸되는 것'이 있다 ‘영원’이나 ‘전체’의 관점에서도 현실 상황을 무시할 수 없기에 우리는 우리가 해야할 일을 생각해 봐야 한다.
 
미국과 중국, 북한과 미국, 한국과 일본은 현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인 문제로 서로가 서로에게 돌을 던지며 혼란한 상태이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홍콩과 중국은 화염병이 날아다닌다. 이들은 바다 표면에서 끊임없이 파도가 요동치듯 갈등하고 분노하고 원망하면서 출렁인다.
 
이러한 시점에서 자신은 ‘호모 사피엔스’ 라고 유발 하라리는 또 왜 당연한 말을 왜 했을까. 그것은 암시적인 제언(提言)이 된다. 금을 그어놓고 적대감을 키우는 이런 행위들, 감정의 제약을 만들어내는 이 모든 차별을 내려놓자는 것이다. 우주로 날아가면서 지구 내부는 여전히 용암이 펄펄 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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