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묵 시인 초청 강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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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묵 시인 초청 강연회
  • 최일화
  • 승인 1970.01.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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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 같던 여름이 서서히 물러나고 있습니다. 아침저녁 선선한 바람이 불어 산책하기 좋은 계절이기도 합니다. 나는 자주 소래습지생태공원에 나가 산책을 즐기곤 합니다. 우리 옛 조상들은 일 년을 24절기로 나눠 절기마다 특색을 설명하고 절기에 따른 농사 준비를 하며 온 몸으로 그 기운을 느껴가며 살았습니다. 지금은 일교차가 커지고 식물들이 더 이상 성장을 멈춘다는 처서를 지나 이슬이 내리기 시작한다는 백로를 기다리고 있는 시점입니다.
 
이러한 계절에 부천 문예대안공간 <라온제나>에서는 9월부터 시인 한 분씩을 초청하여 강연회를 준비했다고 합니다.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지는 추분이 내일모레인 무렵, 9월 21일(토)일엔 임경묵 시인을 초청하여 독자와 만나게 됩니다.

임경묵 시인은 경기도 안양 출생으로 2008년 하반기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수주문학상 대상(2006), 대산창작기금 수혜(2011)했고 2018년 첫 시집 『체게바라 치킨집』을 상재했습니다. 임경묵 시인은 사소하게 흘려버리기 쉬운 사물이나 현상을 매우 섬세하게 그려내는 데 천재적인 재주를 가진 시인입니다. 첫 시집 『체게바라 치킨집』의 아무 페이지나 펼쳐 보시기 바랍니다. 그럼 거기 한 편의 시가 마치 흥미진진한 한 편의 독립영화처럼 펼쳐질 것입니다.
 
세상엔 많은 시인들이 있습니다. 사람들 손금이 전부 다르듯이 모든 시인들의 마음과 정서는 다 다릅니다. 그 다른 생각 다른 느낌을 언어예술인 시로 표현할 적에 어떻게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할 지에 따라 시의 성패는 가려질 것입니다. 조금만 방심하면 타인이 이미 발표한 낡은 표현의 틀에 갇히게 됩니다.
 
‘간장게장’이라는 음식에 대한 생각, ‘질경이’를 보았을 때 느끼는 감정, ‘청과물 도매 시장’ 옆을 지나며 떠오르는 생각은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그 다른 느낌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작품은 천태만상의 모습으로 독자에게 나타나게 됩니다.
 
세상엔 천편일률적인 시가 너무 많습니다. 모든 시인이 천재적인 시인이 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개성이 빛나는 작품이어야 시인으로서 부끄럽지 않을 것입니다. 감동 없이 식상한 시가 넘쳐나는 문단 풍토에서 재미 있고 감동적인 시를 쓰는 시인을 발견한다는 것은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임경묵 시인의 시 한 편을 읽고 나면 전율 같은 감동이 오고 시인의 이름이 금세 마음에 새겨지게 됩니다. 이제 시인을 만나볼 차례입니다. 2019년 9월 21일(토) 오후 6시에 문예대안공간 <라온제나>, 꼭 기억하셨다가 참석하시기 바랍니다. 참가비 없습니다. 무료입니다. 부천역 남쪽 출입문에서 인천 방향으로 150m 정도 걸어오시면 3층 아담한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주소: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심곡본당 539-9 3층
연락처: 010-2211-8361
 
시인의 시 한 편 소개합니다.
 
배춧잎 줍는 여자
 
                                        임경묵

 
새벽 청과물 도매시장 한편에 서서
경매 끝나기를 기다리는
한 여자가 있었네
 
경매가 끝나자마자
손수레로 옮겨지는 푸른 배추 더미 뒤를
졸졸 따라가
상인들이 떼어 내버린 배추 거죽을 한 잎 두 잎 줍는
한 여자가 있었네
 
푸르죽죽한 배추 거죽
거무죽죽한 배추 거죽
사람들이 밟고 지나간 배추 거죽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 짓이겨진 배추 거죽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 짓이겨져 푸른 물이 배어나오는 배추 거죽에서
가장 깨끗한 것만 골라
한 보따리 짊어지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는
한 여자가 있었네
 
보따리 안에서 늙은 빨래 같은 배추 거죽들을 꺼내
찬물에 헹궈
비틀고 꼬옥 짜서
처마 밑 빨랫줄에 가지런히 널어 놓고
우려낸 멸치 국물이 없어 솥에 반쯤 맹물을 붓고
어슷하게 썬 파 쪼가리와
다진 마늘 약간
묵은 된장 한 숟갈 휘휘 풀어
연탄불에 은근하게 한솥 배춧국을 끓여 놓는
한 여자가 있었네
 
푸르죽죽한 배추 거죽 같은
거무죽죽한 배추 거죽 같은
사람들이 밟고 지나간 배추 거죽 같은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 짓이겨져 푸른 물이 배어나오는 배추 거죽 같은
  한 여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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