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팝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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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팝꽃
  • 정민나
  • 승인 2019.10.10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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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팝꽃 - 피석찬



조팝꽃
             - 피석찬

 
어릴 적
멀리서 보면
쌀밥처럼 소복해
 
늦은 봄
양식은 떨어지고
보리가 익기까지
 
고픈 배를 잡고
도랑물 삼키며
고개를 넘었다
 
소작료, 빚, 세금으로 떼인
남은 식량으로
초여름 보리 수확 때까지
칡뿌리 잔대로 끼니를 때웠다
 
아이들이 산에 가서 송기를 벗기고
아내가 들에 나가 봄나물을 뜯던
보릿고개
 
하늘로 올라가서
작년에 국민소득
1인당 3만 불을 돌파하였다
 
도랑가
하얀 조팝꽃
하늘하늘 피었다

 

 
우리 땅은 토심이 얕고 지력이 약해서 유사 이래 우리 선조는 늘 보릿고개를 경험했다. 척박한 우리의 토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일본이 전쟁 수행의 목적으로 우리에게 쌀의 공출을 재촉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대부분의 땅이 산지이고 농지가 적은데다 흙이 척박한 우리 땅에서 곡물의 생산성이 좋지 않자 일본은 그들의 과학자를 데려와 우리나라 토양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어려운 식량 사정을 안 미국 등 여러 선진국가의 학자들도 우리나라의 토양 연구 프로젝트를 벌여 그 후 차츰 한국의 토양 연구가 활발해졌다. 세계의 연구자들은 “한국인 스스로가 한국의 토양관리 방법을 검토하고 어려운 식량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과학 영농의 기초 공정들을 서로서로 가르쳐 주었다.
 
이 사업으로 한국의 토양 연구는 현대화의 모습을 갖추었으나 최근에는 오히려 화학비료가 양산되고 가축 분료가 넘쳐흘러 이제는 보릿고개를 걱정하는 시대가 아니라 위험한 독극물의 위험에 대비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마트에 가면 유기 농산물이 한 쪽 코너에 따로 진열되어 판매되고 있다. 이 좋다는 유기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분료를 사용하는데 여기서 독성 가스나 독극물 만드는 유기물을 과용하게 된다. 그로 인해 아이러니 하게도 우리 땅은 다시 병들게 된다는 것이다.
 
과유불급. 언제나 넘치면 탈이 난다. 보릿고개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거나 알지 못하는 사람들 모두 지금은 경제생활이 향상되어 편하게 살고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우리의 땅이 병들 수 있는 악순환의 고리를 새롭게 만들 수 있다. 과거에는 영양이 부족하여 보릿고개를 겪었는데 앞으로는 영양이 넘쳐나는 풍년의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다니 격세지감을 느낄 분도 계실 것이다.
 
보릿고개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말이 아니다. 몇 년 전에 기후변화에 따른 ‘곰팡이병’이라는 변수로 대대로 커피농사를 지어오던 중앙에메리카의 커피농장 노동자들이 보릿고개를 넘었다는 말을 들었다. 우리가 그 옛날 4-5개월 수확한 것으로 나머지 계절을 이겨내야 했듯 그들도 일감이 생기는 5월이 되기 전 3월과 4월이 보릿고개였다 한다. 그들 역시 떨어진 커피 열매를 모아 쓸 만한 것들을 내다 팔며 보릿고개를 버티었다.
 
세계는 순환한다. 기후도, 질병도, 지식도, 인심도…… 우리가 비록 다른 나라 다른 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빈곤 속에서 보릿고개를 넘었지만 그 후 다행히 자력으로 우리의 산성토양을 개량하였다. 현재 정부는 친환경 농업을 권장하고 학계에서는 생물학이나 물리화학 등 다양한 지식등을 동원해 우리의 토양학을 연구한다.
 
커피를 좋아하는 나는, 연구가들이 끊임없이 실험하고 분석하고 조사하여 앞으로도 계속 세계의 커피나무에 풍년이 들기를 원한다. 세계의 보릿고개를 넘는 나라가 있다면 그들도 하루 빨리 결실에 적합한 땅을 찾는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임목이 청명한 지구가 내내 피어있길 기원한다.
 
시인 정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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