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기반의 인천형 세계시민교육으로 나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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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기반의 인천형 세계시민교육으로 나아가기
  • 학오름
  • 승인 2019.10.2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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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경 인천시교육청 세계시민교육연구회 회장 (인천과학고 교사)



세계교육포럼에서 ‘인천선언(Incheon Declaration)’이 발표된 지도 어언 4년이 흘렀다. 2015년 인천 송도에서 발표된 ‘인천선언’의 요지는 세계시민교육 실천이다. 그렇게 인천은 17개 시·도 중 세계시민교육의 선도 도시로 사람들의 뇌리에 남았다. 이후 매년 세계시민교육 실천을 위해 35~40명의 세계시민교육 선도 교사를 선발해 봄과 가을에 기본연수와 심화연수를 실시하고 우수사례집을 함께 제작해 인천 관내에 보급하였다.

인천에는 백교백색의 세계시민교육이 있다. 교육국제화특구의 세계시민교육 선도학교와 세계시민학교, 매년 선발하는 선도교사의 소속교, 세계시민교육에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연수받으러 다니는 선생님들의 학교에 이르기까지 다문화교육, 지속가능발전교육, 국제문화이해교육 등 이름은 다르지만 각 학교의 특색에 맞는 세계시민교육이 실행되고 있다.

□ 세계시민교육은 인류보편의 가치를 내면화한 시민을 양성하는 일

세계시민교육이란 인류보편의 평화, 인권, 다양성 등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고, 가치를 내면화한 책임있는 시민을 양성하는 교육이다. 제4차 산업혁명 이후 세계화가 더욱 빨라지고 지구촌은 더욱 가까워졌다. 그리고 기후변화, 환경오염, 난민사태 등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이 우리 삶의 현장에 영향을 주었다. 그리하여 이러한 현상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문제해결력을 발휘할 세계시민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었다. 세계시민교육은 이러한 필요로 각 학교 교육과정 속에 자리잡게 되었다.
 
본 교사가 학교현장에서 세계시민교육에 뛰어들게 계기는 2016년 새로 부임해 간 학교에 만연한 능력중심주의, 메리토크라시였다. 존중과 배려의 가치보다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에 대한 우대를 중시하는 학생들의 모습에 교육의 참 의미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고,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수업과 평가에서 세계시민교육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본교 영어교사 3명이 함께 모여 영어과 교과협의회를 통해 영어과 교육과정을 세계시민교육으로 재구성하였다.
 
수행평가의 비중을 늘리고 매 학기마다 인권, 지속가능발전, 문화다양성, 평화교육을 주제로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였다. 학년별로 다르게 진행하는 세계시민교육 프로젝트를 통해 과학고 학생들은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고민하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줄 알아야 지역, 국가, 세계의 문제도 해결

세계시민교육은 학교 내 문제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다. 내 학교, 내 주변의 문제를 먼저 해결할 줄 아는 사람이 지역, 나라, 세계의 문제에 대해 해결할 능력을 가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교 1학년 학생들은 FUN THEORY(재미이론) 프로젝트를 영어 수행평가로 한다. 2010년 온라인에서 폭스바겐 회사가 전기자동차 판매 홍보를 위해 주관했던 Fun Theory 캠페인 활동의 취지를 함께 공부하고, 우리학교 적정기술로서 환경을 지키는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사람들의 행동에 변화를 주어 학교의 환경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실험하고 구현해보게 하였다.

 
지난 10월 18일 진행된 '2019 세계시민교육 선도교사 심화 연수'에서 참석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념촬영을 했다.


학생들은 지저분한 탁구장 환경 개선을 위해 탁구공을 학생들 스스로 정리할 수 있도록 재미있는 장치들을 만들어 전시하였고, 화장실 물을 내리지 않는 학생들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 발로 밟는 레버, 면학실의 쓰레기를 실어다 버려주는 면불열차 등 직접 장치를 만들고 만드는 과정과 만든 이후의 학생들의 행동 변화를 비디오로 찍어 UCC로 발표하였다. 교내 곳곳에 학생들이 발명한 장치들을 설치해 지속적으로 다른 학생들의 행동변화를 관찰하는 것도 의미있었지만 ‘재미가 더 나은 세상으로의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모토를 직접 경험하는 것도 의미있었다.
 
세계시민교육은 학교를 넘어 지역으로 확장된다. 인천형 세계시민교육은 인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동아시아를 거쳐 세계의 문제를 이해하고 사람들의 어려움에 공감하며 문제해결을 위해 행동하는 교육이다. 학생들은 관광청 자료를 통해 인천의 관광산업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인천의 문화다양성을 카드뉴스를 제작해 SNS에서 홍보하는 수행평가를 함께 했다. ‘인천 ○○○○ 로드’를 프로젝트 제목으로 하고 학생들은 빈칸에 자신들의 집 주변지역에서 관찰한 문화다양성 테마를 넣었다.
 
예를 들면 ‘인천 BIRD 로드’가 주제인 소그룹의 학생들은 인천 지역명 중 학익동, 작전동처럼 새의 이름이 들어간 지역 명칭의 유래와 새와 인천의 문화적 관련성에 대해 카드뉴스에 담았다. ‘인천 LIFE STYLE 로드’는 인천의 복고풍 라이프 스타일을 나타내는 신포동, 개항장 등의 사진을 담고 30년 된 오락실 주인아저씨를 인터뷰했으며, ‘인천 골목길 로드’는 송림동, 내동, 싸리재, 백마장을 돌며 골목 주민을 인터뷰하고 인천의 골목 역사를 카드뉴스로 전했다. 그 외에 영화, 종교, 드라마, 음악, 역사, 음식 등 다양한 테마 별 여행지 홍보자료를 지역주민 인터뷰와 함께 카드뉴스로 제작해 SNS에 올렸다.

□ 학교와 지역이 함께 만들어 나가는 인천형 세계시민교육

인천시교육청은 2020년 정책과제 중 하나로 ‘평화·공존을 위한 동아시아 시민 양성’을 내걸고 동아시아시민교육, 인천사랑교육 등을 인천 교육과정의 한 부분으로 소개했다. 세계시민교육에서 지역기반학습(CBL: Community-based Learning)은 학습자가 ‘세계시민 연습을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UCLA의 Torres교수는 며칠 전 열렸던 서울국제교육포럼 기조강연에서 ‘유네스코가 공식화한 평생학습’의 관점에서의 세계시민교육, 즉 ‘지역학습센터, 학습클럽 및 도서관 네트워크를 갖춘 한국의 학습도시와 같은 강점을 포함하여 성인 및 비형식적인 교육모델을 통해 지역에 맞는 세계시민교육 실천’을 제안했다.
 
세계시민교육은 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구현되고 지역으로 확장되어 동아시아의 평화와 세계의 지속가능성을 논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평생학습의 관점으로 세계시민교육을 바라보고 지역과 파트너십을 구축해 동아시아와 세계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공감하고 행동하는 시민을 길러내야 한다. 학교와 지역이 연대해 함께 만들어갈 인천형 세계시민교육,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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