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근대문화(산업)유산 보존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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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근대문화(산업)유산 보존의 중요성
  • 박상문
  • 승인 2019.11.04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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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문/ 지역문화네트워크 공동대표





-신일철공소 보존의 이유-


인천의 역사는 유구하다. 인천에는 선사시대유물이 있고, 문헌상에 나타난 미추홀로 시작된 고대국가가 존재하기도 했다. 이후 삼국시대 백제의 관문으로, 고려시대 임금의 고향인 7대 어향으로, 조선시대에는 군사적 요충지로, 근대에는 서양문물의 유입지로, 광복과 한국사변을 겪으면서 산업도시로서, 그리고 현재는 300백만 인구가 함께 사는 산업과 물류와 교통의 중심지이자 다양한 사람들이 총화를 이루며 살고 있는 다문화사회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유구한 역사와 다양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인천의 역사문화유산은 서울은 물론 타 지역에 비해 소소하다.
 
이러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인천에서 살아 온 사람들이 역사와 문화의 중요성을 알지 못하여 역사문화 기록과 보존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가 철저하게 중앙집권적 영향 아래서 기록되고 관리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반도 내에서 한번이라도 중앙집권지역으로서 역할을 했던 곳은 지방에 비해 역사문화유산이 대체로 잘 기록되고 보존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에는 한 나라에서 조차 중앙과 지방을 나누는 것이 불편할 정도로 글로벌화 된 세상이 되었다. 그리고 다양한 정보가 동시간적으로 교환되고 있기 때문에 옛날처럼 중앙 위주의 역사문화만 기록되고 보존되어야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지역적으로 생각하고 세계적으로 행동하라’는 표어가 일반화된 세상에 살고 있기에 지역의 역사문화는 지역 나름대로 판단되고 관리되어야 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인천지역사회에서 인천사람들의 생활과 지역성을 함축하는 역사적 상징으로 인천사람들이 계승할 만한 가치를 지닌 유형, 무형의 문화적 소산이 일순간에 사라지거나 사라질 뻔 한 사건들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송월동 동화마을 앞에 위치한 ‘애경사’ 옛 공장이다. 한 자치단체장의 무소불위한 문화적 무지에 의해 동화마을을 좀 더 지속가능하게 해 줄 좋은 콘텐츠와 문화유산이 사라진 것이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일이 동구지역에서 발생하여 안타깝다.
 
십여 년간 방치되었던 인천 동구 만석동 신일철공소가 철거냐 존치냐의 문제로 동구청과 지역주민들 간에 갈등이 발생했다. 동구가 ‘만석주꾸미 더불어마을’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 사업부지에 신일철공소를 포함하여 철거를 결정하면서 발생한 문제이다. 동구청은 원천적으로 철거를 검토하고 있고 지역주민들은 보존을 주장하고 있다.
 
신일철공소는 인천사람들의 생활과 지역성을 함축하는 역사적 상징으로 인천사람들이 계승할 만한 가치를 지닌 유형, 무형의 문화적 소산이다. 신일철공소가 제작한 배 못은 인천지역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목선을 제작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 배 못은 신일철공소 박상규 대표가 생존할 때까지 특별한 제조방법으로 가공했던 철물이었기에 목선을 건조하는 목수들에게 최고 인기부품이었다. 특히 이 배 못은 1970년대 인천지역 만석동과 화수동에 분포되었던 목선조선소에서 사용했던 철물이었기에 바다도시인 인천으로서는 이 정도 이유만으로도 기억하고 계승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된다.
 
동구청은 신일철공소와 박상규 대표가 동구사에 조차 수록되지 않은 인물이어서 그 가치를 인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견해를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신일철공소 박상규 대표는 이미 그의 이력과 생애가 구술사가들로부터 취록 된 기록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구사에 수록되지 않은 인물이기에 그가 운영하던 신일철공소의 가치를 폄하하는 일은 동구사 집필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스스로 밝히고 동구사의 신뢰성을 폄하하는 일이다.
 
최근 문화계는 물론 도시개발 관련자들조차 근대산업유산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산업사회를 축으로 고도성장을 담당했던 장소로서 근대산업건축물들이 도시변화과정에서 근대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있기 때문에 보존이 시급하다는 역사문화계의 인식과 도시개발에 있어서 구도심에 자리하고 있는 산업시설들의 재활용이 도시재생에 활력을 주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근대산업유산에 대한 관심과 정책개발이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석주꾸미 더불어마을’사업은 어떤 사업인가? 이 사업은 대표적인 도시재생사업이며 기존 쭈꾸미마을에 활력을 넣어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사업이다. 그렇다면 ‘만석주꾸미 더불어마을’ 사업이 지향해야할 방향은 현지의 역사성과 산업유산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신일철공소를 보수하고 보전하여 마을 전체에 활력과 상생을 도모하는데 주력해야한다. 게다가 이는 현지주민 대다수가 바라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일이다.

지금까지 인천의 문화유산 정책은 문화재 현황을 보면 알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인천의 문화재는 인천의 역사와 지리적 크기에 비해 매우 적은 편이다. 게다가 문화유산 정책도 기존의 문화재를 유지관리 하는 정도의 업무에 국한 되어 있고 문화재에 대한 인식도 관광적 차원에 머무른 경향이 크다. 그러다 보니 새롭게 조망되어지는 근대산업유산에 대한 정책도 미비하다. 그렇기 때문에 인천의 문화유산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치되거나 철거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거듭 당부하건데 이참에 그동안 지역사회가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근대건축물에 대한 전수조사작업이 하루빨리 이뤄져야한다. 그래야만 신일철공소와 같은 사안이 지역 갈등으로 작용되지 않을 것이며 아울러 인천사람들이 기억하고 보존해야할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 풍부해 지는 계기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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