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봉 아이들의 운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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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봉 아이들의 운동회
  • 문미정 시민기자
  • 승인 2019.11.12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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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봉도에서 아이들과 생활하기]
(18) 장봉분교 운동회

도시에서 나고 자란 젊은 부부가 인천 앞바다 장봉도로 이사하여 두 아이를 키웁니다. 이들 가족이 작은 섬에서 만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인천in]에 솔직하게 풀어 놓습니다. 섬마을 이야기와 섬에서 일어나는 아이들의 일상을 이야기로 만들어 갑니다. 아내 문미정은 장봉도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며 가끔 글을 쓰고, 남편 송석영은 사진을 찍습니다.

 

가을이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들 말한다. 그런데 가을을 독서의 계절로 정한 이유는 이 시기에 책이 제일 팔리지 않아서 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가을이 되자 아이들은 더 집안에 있지 않고 밖에서만 논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운동회며 연주회며 바깥 활동이 많아졌다.
아이들의 운동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나는 근무로 구경 가지 못하고 아이들 아빠만 다녀와 학교소식을 전한다.

 


사진을 보니 작년보다 더 재밌고 종목도 더 다양해 보였다.
신발양궁, 사탕먹기, 돼지치기, 다양한 짝꿍게임들... 마지막엔 릴레이 달리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남편은 다른 집보다 좀 늦게 학교를 떴다.
 
“근데 집에 왜 그렇게 늦게 왔어? 다른 집들은 벌써 왔던데...”
“지유 달래주느라고...”
“지유가 왜?”
 
마지막 게임으로 릴레이 달리기를 했는데 지유는 꽤나 잘 달렸지만 결과는 지유네 팀이 졌다고 한다. 릴레이 달리기를 한 후 지유는 ‘꺼이꺼이’ 울며 그치지를 않더란다. 아이 아빠가 아무리 달래도 울음을 그치지 않고 속상해 해서 빨리 자리를 뜰 수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유치원에서 제일 예쁘고 밝은 여자아이, 예지가 지유에게 와서 지유를 달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울지마. 내가 미안해.”
 
남편은 돌아오면서 한참을 생각했다고 한다.
‘예지도 같은 팀인데 왜 자기가 미안하지? 상대방이 미안해야 하는 거 아닌가?“
 
남편은 나에게 운동회 얘기를 풀어놓으며 신이났다. 그러다가 갑자기 깨달았다는 듯이
“아! 자기가 못 뛰어서 졌다고 생각했나보다. 예지 너무 귀엽네.”
 
아빠는 아이들이 귀여워 웃고 아들은 억울해서 울고 누나는 이겨서 신나하며 그렇게 운동회는 끝났다.

 

 

1년에 한번 있는 운동회,
몇 년 전만 해도 동네 어른들이 다 와서 구경하는 동네 잔치였다고 한다. 지금은 예전과 달리 그냥 아이들과 학교행사가 되어 버렸지만 시간이 나는 어른들은 구경을 가도 된다. 마을 아이들 모두가 친구이고 모두가 내 아이이기 때문에 잔디밭에서 아이들이 뛰어 노는 모습만 봐도 마음이 풍성해지는 풍경이 연출된다.

 

 

아이들은 함께 놀고 함께 울고 웃으며 함께 자란다. 그것을 옆에서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도 어른들의 마음은 흐뭇해진다. 감사하면서도 아련한 마음이 한곳에서 피어 올라온다.
 
‘아이들이 언제까지 이렇게 함께 뛰어 놀 수 있을까?’
 
고학년이 되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떠날 준비를 한다. 시골학교의 교육량이 도시학교의 교육량하고는 차이가 많이 나니 고학년 부모들은 걱정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 집 아이들은 어려서 그런지 친구들끼리 잘 지내는 모습만 보고 있어도 장봉도로 이사 온 것이 결코 후회되지 않는다. 그러나 늘 마음 한 켠에는 언제까지 이 자연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있다. 한 아이라도 떠나면 단짝 친구가 없어지는 이곳 장봉은 모든 것이 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부디 아이들도 어른들도 장봉을 떠나지 않고 오래 오래 남아주기를 소망할 뿐이다. 그래서 내 마음속에 이 작은 섬과의 추억을 더욱 많이 만들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장봉 일기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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