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을 위해 살다 간 사람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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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을 위해 살다 간 사람은 아름답다'
  • 최원영
  • 승인 2019.11.11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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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행복산책]
(91) 바른 삶에 대한 단상

 

풍경 #127. 바른 삶에 대한 단상
 

조동화 시인의 ‘나 하나 꽃 피어’는 빼앗지 않으면 빼앗기고 마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잠시나마 생각에 잠기게 합니다.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남들이 잘못 산다고 손가락질하며 화를 내거나 원망을 하지 말고 자신만이라도 올바르게 살라는 시인의 꾸중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가끔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르게 사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양우 선생은 『짧은 인생 긴 영혼』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신념을 위해 살다 간 사람은 아름답다'는 말이 있다. 인생의 가치는 무엇을 먹고, 무슨 벼슬을 했고, 어떤 집에서 호사스럽게 살았느냐, 하는 것이 아니다. 신념, 즉 정의를 위해 이웃을 위해 얼마나 자신의 한 평생을 불살랐느냐, 하는 것에 있다.”
 

이양우 선생의 말대로라면 올바른 삶이란 이웃을 위해 사는 것입니다. 그렇게 살면 칭찬도 많이 듣고 존경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나의 시간과 정성을 타인을 위해 모두 써버리고 나면 과연 행복할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타인을 위한 것이라면 도대체 나는 어떤 존재이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이 생길 법도 합니다.
 
내가 존재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나만을 위해 사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일까? 끝없는 질문이 이어집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나만을 위해 산다면 다른 사람들은 어떤 존재일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나만을 위해 살 때에는 남들은 나의 행복과 성공을 위한 ‘수단’이나 ‘도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정신이 퍼뜩 들었습니다. 그들도 그들의 삶의 목적이 있을 텐데, 그들의 목적을 내려놓고 나만을 위한 노예가 되길 바라는 것이란 생각에 미치자 갑자기 내가 무척이나 나쁜 사람인 것이 들켜버린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합니다.
그렇습니다. 내가 존재하는 이유는 ‘너’를 위해서입니다. 너를 사랑하게 되면서 나의 삶은 의미와 가치를 갖습니다.
 
내가 있어서 아내가 있고, 내가 있어서 아들딸이 존재한다고 여기기가 쉽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내가 있어서 내가 남편으로 불릴 수 있고, 아들딸이 있어서 내가 아빠로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결국 ‘너’가 있어 ‘나’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현명한 판단일 겁니다. 그래서 나는 너를 고맙게 여기게 되고, 너에게 도움을 더 주기 위해 더더욱 나 자신을 갈고 닦을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자신의 존재이유가 자기 혼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타적인 것으로 넓혀갈 때 비로소 아름다운 삶, 바른 삶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렇게 이타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사람들은 존경을 표하게 됩니다. 이것을 ‘명예’나 ‘명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탈무드’에서 이런 가르침을 주고 있나 봅니다.
‘명성은 자기 스스로 구해서 얻는 것이 아니라 남이 자연적으로 주는 것이어야 한다. 명성을 찾아서 뛰는 자는 명성을 따라잡지 못한다. 그러나 명성으로부터 도망치는 자는 명성에게 붙들리고 만다.’
 
존경을 받으려는 목적으로 선한 행동을 하면 결국에는 서운함과 원망, 그리고 후회만이 남을 겁니다. 열심히 남들을 도왔는데 존경한다는 소리를 듣지 못하거나 감사의 말을 듣지 못하면 무척이나 서운하기 때문이겠지요.
이타적인 삶이란 그렇게 살아가는 삶이 자신의 일부인 것처럼, 즉 이타적으로 사는 행위가 즐거워서 그냥 행하는 삶일 겁니다. 그럴 때는 다른 사람들이 박수를 치든 치지 않든, 존경을 표하든 표하지 않든 간에 상관없이 그냥 즐겁게 해나갈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사람에게 사람들은 존경과 사랑으로 화답해줄 겁니다.
 
이미 고인이 되어 하늘의 별이 되신 김수환 추기경님이 생전에 ‘죽음’에 대한 의미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 『유쾌한 소통의 법칙』이란 책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추기경님, 모든 사람들은 죽는데, 사람의 죽음이란 도대체 무엇입니까? 그리고 어떻게 해야 잘 죽는 것입니까?”
“죽어서 하늘의 별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잘 모를 때, 사람들 삶의 방향이 되어주는 것이지요. 부모는 자식의 별입니다. 그리고 선조들은 후세대의 별이 되어야 합니다.”
 
참 대단한 분입니다. 살아계실 때도 그렇게 사셨는데, 죽어서까지도 별이 되어 산 자들을 위해 불을 밝히겠다는 그분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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