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된 사기극' 아라뱃길, 명칭부터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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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된 사기극' 아라뱃길, 명칭부터 바꿔야
  • 윤종환 기자
  • 승인 2019.11.1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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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환경단체들 '경인운하 기능재정립 모색 위한 토론회' 열어
아라뱃길 전경


애물단지, 정치적 도구, 2조원 대 자전거 도로... 아라뱃길을 부르는 별칭이다. 
 
명칭과 달리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인운하(아라뱃길)을 어떻게 '인천의 자산'으로 '활용'할 것인가. 이제는 시민들의 관심과 기대, 담론조차 멎어가는 경인운하 논의에 다시금 동력을 부여하고자 마련된 토론회가 열렸다.

가톨릭환경연대·인천녹색연합·인천환경운동연합이 공동 주최한 ‘경인운하 기능재정립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14일 오전 인천YMCA 아카데미실서 열렸다.
 
환경부 주도의 경인운하 기능재정립 공론화위원회가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경인운하(현 아라뱃길) 관련 발전적 논의와 지역사회의 관심 제고를 위해 마련됐다. 경인운하 관련 정치 행보에 대한 견제와 비판, 정부 의견과는 별개인 시민 차원의 대안 모색과 제언을 위한 자리다.
 
‘개통 그 이후, 경인운하의 현재와 향후 전망에 대해’를 주제로 한 이날 토론회에서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이 ‘경인운하의 시작과 현재에 근거한 평가와 전망’에 대해, 서종국 인천대 교수가 ‘바람직한 경인운하 활용과 기능재정립을 위한 정책제언’에 대해 각각 발제했다.
이어 권창식 가톨릭환경연대 정책위원장, 김진한 인천대 교수, 장연규 인천환경운동연합 정책위원장, 이한구 전 인천시의회 의원, 강원모 시의원의 지정토론이 진행됐다.
 


발제를 맡은 장정구 정책위원장(좌), 서종국 교수(우)


발제자로 나선 장 위원장은 경인운하의 추진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이어갔다. 장 위원장에 따르면 경인운하는 1987년 인천·부천 등 굴포천 유역의 홍수발생에 따른 굴포천 침수 방지대책 수립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수면위에 올랐다.
 
물론 1987년 이전부터 경인운하 추진에 관한 언급은 꾸준히 이어져왔다. 1967년 박정희 대통령의 지역 공약을 시작으로 노태우 정권을 거쳐 노무현 정권, 이명박, 박근혜 정권... 그리고 최근까지, 경인운하의 역사는 깊다고 할 수 있다.
 
장 위원장을 이를 두고 “경인운하의 추진과정은 정권과 맞물려있다”고 말했다. 경인운하를 바라보는 시선은 차이가 있지만, 정권에 따라 끊임없이 언급됐기 때문이다.
 
장 위원장은 당시 경인운하에 대한 언급과 공약은 ‘운하의 필요성’ 때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인천지역의 개발 사업을 언급함으로써 민심을 달래고 표심을 얻기 위한 정치적이고 관행적인 행동이었다는 설명이다.
 
경인운하는 이후 2000년부터 지역주민들의 찬성과 시민단체들의 반대 여론 속에서 추진이 본격화됐다. 2003년 노무현 정권의 재검토 추진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제 타당성조사(B/C) 결과 왜곡 등의 이유로 감사원이 내린 전면 재검토 발표에도 경인운하에 대한 열기는 식지 않았고 2008년 사업추진이 확정됐다,
 
장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제 타당성조사(B/C) 결과 중 가장 높은 수치(0.92~1.28 중 1.28 발표)를 건교위에서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또 2008년 DHV 삼안컨소시움의 경제성 조사 역시 비용누락 및 왜곡됐음을 설명했다.
 
장 위원장은 이에 대해 "당시에도 경제성 분석은 엉터리라는 조사결과가 있었다"며 "현재 경인운하의 물류 운송 수치는 예상치의 8.9% 수준, 그것도 경인항에서 막 내린 물동량을 포함한 수준"이라고 당시 경제성 조사에 대한 왜곡을 비판했다.
 
그는 이어 “향후 재정립 될 방향이 무엇이든(친수공간화 혹은 관광레저공간화) 가장 중요한 것은 수질관리”라고 강조했다. 경제성과 환경성을 고려하지 않은 대규모 토목사업으로 많은 비용을 투입했음에도 수질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장 위원장은 “추진과 보류의 반복으로 사회적 갈등을 조장한 사업에 대한 정치권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필요하다”며 ▲친수공간 활용을 위한 수질개선대책 ▲명분뿐인 재정투자가 아닌 편의증진 대책 우선 ▲환경파괴를 야기하는 그린벨트해제개발 등의 재검토 등을 제언했다.
 
장 위원장은 이어 “아직 결론이 나진 않았지만 아라뱃길 기능재정립 공론화위원회에서 물류기능 유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며, “2020년 6월 중 연구결과 발표 및 공론화가 있을 것”이라 밝혔다.

 
이어 서종국 인천대 교수는 “경인운하는 태생적인 한계를 가졌다”는 말로 발표를 시작했다. 경인운하의 추진 전 시행됐던 경제타당성 조사의 신빙성이 없다는 것이다. 서 교수에 따르면 KDI의 경제성 조사는 대규모 사업 추진의 근거로 동원되는 것으로, 마치 ‘엿가락’처럼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서 교수는 이에 대해 “아라뱃길은 노무현 정부와 감사원 등의 지적에도 KDI의 수치를 근거로 탄생한 사업”이라며, “공인된 ‘사기’로 통하는 KDI 조사를 사용한 이 사업은 과격하게 말해 ‘인천지역에 대한 사기’”라고 비판했다.
 
서 교수는 이어 경인운하의 추진 과정 및 개요, 운영실적 등을 설명했다. 그의 조사에 따르면 현 경인운하는 무용지물이란 비판 속에서도 ‘치수(홍수방지)’에 대한 기능은 잘 유지되고 있다. 지난 2012년 개통 이후 현재까지 굴포천 유역의 홍수피해가 전무한 것이다.
 
그러나 물류 및 선박운항, 여객 부분은 예측보다 크게 적다. 물동량 약 8%, 선박운항은 평균 정기선 553척, 부정기선 767척, 여객은 2012년 개통 이후 2019년까지 총 이용객 누계 80만명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 교수는 이를 두고 “물류운송 기능은 끝났으나, 아직 건져갈 여지는 많이 있다”며 “버릴 수 없는 인천의 자원이자 자산을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에 따르면 관광레저 분야 관련 경인운하의 연평균 방문객은 22.03%로 2019년 1월까지 3,425만 명이 방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시가 관광 분야에 예산을 투입해도 관광객 증가율이 연 평균 10.7%인데 반해 경인운하의 방문객은 자연스럽게 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는 기능재정립에 대해 현장이 답을 주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운하에 대한 패러다임과 인식을 바꿔야 한다”며, “아라뱃길의 현재 강점인 관광수요 잠재력을 고려한 재정립과 도심친수공간으로의 변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경인운하의 아라뱃길 명칭전환에서부터 수자원공사와 정부는 물류기능이 끝났음을 인식했을 것이지만 법과 제도 정비는 없고, 목소리만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 교수는 가장 먼저 정부와 수자원공사 등의 ‘아라뱃길 실패 포기 선언’이 우선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지상태에서의 새로운 기능재정립을 위해선 연결고리를 끊고 논란을 종식시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외에도 ▲경인운하 기능재정립 공론화위원회의 내실화 ▲아라뱃길 정책분석검증위원회 구성 및 운영 ▲관주도에서 탈피한 시민주도의 아라뱃길 거버넌스 운영 ▲인천시와 정치인들의 앞장 등을 제언했다.



지정토론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 권창식 가톨릭환경연대 정책위원장은 경인운하가 ‘실패한 국책사업의 전형’이자 ‘우리 개발사업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건’이라 정의했다. 실제 물류운송량이 기대치의 0.01%뿐이 되지 않는 운하는 ‘운하라고 부를 수도, 재기할 수도 없다’는 설명이다.
 
권 위원장은 실패한 사업의 근본 원인을 상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경인운하 건설과 실패의 원인은 개발로 표심을 얻고자 공사를 선전·부채질한 지역정치인들, 기회를 틈 타 개발이익을 가지려 한 주민들의 이기적 욕심이었다. 이에 대해 권 위원장은 “시민·환경단체에게 있어 가장 큰 난관은 지역민들의 찬성이었다”고 설명했다.
 
권 위원장은 “토지와 자연은 공공재적인 것”이라며 “표심과 눈 앞의 이익만을 추구해선 안될 것”이라 강조했다. 이에 더해 경인운하의 해양레저발전방향은 중복투자이기에, 향후 운하의 방향은 ‘수질관리 문제 해결 및 시민 휴게공간으로의 활용’이라고 주장했다.
 
김진한 인천대 교수는 “기능‘재정립’은 이미 어떤 기능이 있는 무언가를 바꿀 때 쓰는 단어”라며 물류운송 기능이 사실상 다한 경인운하의 현실을 꼬집었다. 김 교수는 이어 기능재정립 토론에 앞서 경인운하의 명칭 변경이 선행되야함을 말했다.
 
김 교수는 경인운하 혹은 아라뱃길이 아닌, 인천의 역사와 문화적 특성을 담은 명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명칭은 단순한 것이 아닌, 지역의 ‘자립성’을 상징하는 개념이다.
 
김 교수는 인천의 문제는 인천시와 시민들, 각 단체들이 직접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굴포천’과 같은 인천의 상징적인 명칭이다. 그는 “중앙정부나 타 시도가 개입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우리의 논의를 통해 문제 해결에 다가가야한다”고 당부했다.
 
이한구 전 인천시의회 의원은 그간 진행되어 온 개선방안 연구, 추진 등의 ‘실효성’이 없음을 지적했다. 이 전 의원은 이를 두고 “지금까지의 다양한 시도는 대부분 지역 실정을 모르거나, 지역 주민을 배제한 탁상공론”이라 강조했다.
 
이 전 의원은 지금까지의 많은 사업계획들은 검토되지 않은 채 즉흥적이고·경쟁적인 분위기 속에서 나온 것이라 말했다. 아라뱃길의 우선적 기능(치수와 주민휴게 공간)에 맞지 않는 ‘예산 낭비’ 사업들도 많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이 전 의원은 “이번 환경부 주도 기능재정립 공론화위원회의 연구가 10억 가까운 혈세로 추진되고 있는 만큼, 그동안의 문제점을 되돌아보고 지역 주민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장연규 인천환경운동연합 정책위원장은 “경제성 없는 사업을 이제는 놔버려야 할 때”라고 밝히며, 사업주체의 과감한 실패 인정과 향후 추가 사업에 대한 명백한 책임 소재 지정 필요성을 주장했다.
 
장 위원장은 이어 기능재정립 방안에 대해 “동·식물 등 생태학적 관점, 친수공간으로의 활용 어느 측면을 보더라도 가장 우선시 되야 할 것은 ‘수질문제’”라며, “무리한 사업진행보다 중요한 것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수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후 어떠한 기능으로도 나아갈 수 없다는 설명이다.

강원모 시의원은 “본전을 찾기 위해 다른 사업들을 계속 추진하는 것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 의원에 따르면 기능재정립은 인위적인 것이 아닌, 시장과 환경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으로 현 아라뱃길의 기능은 ‘친수공간’으로 이미 정립됐다는 설명이다.
 
강 의원은 “조금 더 오랜 기간동안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찾는 시민공간으로서의 공간성을 만들어 나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시민 역량이 조금 더 성숙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안이 없는, 일반적인 찬성과 반대는 좋지 않은 결과를 알고서도 추진하는 것이란 설명이다. 강 의원은 이에 대해 “교훈이 교훈만으로 끝나선 안될 것”이라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관한 환경·시민단체들은 향후 관계기관 간담회 및 시민사회단체 중심의 여론화를 추진 할 예정이다. 특히 시민참여 현장탐방 및 입장 표명 등을 종합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관련 활동 및 사업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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