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의 열린공간, 이야기가 머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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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의 열린공간, 이야기가 머무는 곳
  • 윤종환 기자
  • 승인 2019.11.15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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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 시인 조은숙, 복합문화공간 '창영당' 열다






동화구연가이자 시인인 조은숙 씨의 배다리 ‘이야기 가게’가 14일 ‘복합문화공간 창영당’이란 정식 팻말을 달고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했다. 최근 책 도매서점이 나가자 그 자리를 문화공간으로 꾸미고 간판을 단 것이다.
 
창영초교 인근, 배다리 골목에 위치한 이 곳(동구 창영동 21-5)은 지난 2017년 엘살바도르에서 귀국해 배다리에 정착한 조은숙(52) 씨의 집이자 활동공간, 그리고 누구나 들려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야기 가게이자 일종의 사랑방이다.
 
많이 크지도, 또 많이 작지도 않은. 그래서 아늑함과 고즈넉함이 어우러진 이곳은 지난 십 여년간 ‘닫힌’ 공간이었다. 학교에 납품하는 동화서적을 파는 도매서점이 자리했던 곳이었다.
 
그렇게 닫혀 있던 문은 지난 9월부터 개방 준비를 해 14일 열렸다. 조금 더 큰, 꾸며진 공간에서 조금 더 많은 이들과 함께 문화를 나누고자 한 조은숙 씨의 결심에 따른 것이었다.
 

동화구연가 조은숙 씨 


그의 정체성을 무엇이라 할 수 있을까? 혹자는 그를 두고 ‘이야기 꾼’이라 말한다. 주민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들려주고, 또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기에. 그리고 이야기로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주기에.
 
옛날 아이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영웅담을 풀어놓는 이야기 꾼 할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다만 그를 이야기 꾼으로 한정짓기 보다는 ‘행복을 찾는 사람’이라 부르는 것이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조은숙 씨는 다양한 직업을 가진 활동가다. 그는 동화구연가이기도, 시인이기도, 공연예술가이기도, 선생님이기도 하다. 정식 직업은 동화구연가지만 아이들부터 어르신까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문예창작 수업 등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연극배우이기도 했다. 올해는 미추홀구 문학동 작은극작 돌체에서 공연될 시민연극(세 여자)에 출연한다.
 
그가 최근까지 진행해 온 문예강좌와 어린이 교실 등의 수업 방식은 ‘이야기와 동화구연’이다. 다만 그것은 그저 재밌는 스토리를 들려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이야기 수업이 바르게 말하는 언어순화교육이자 자신만의 호흡을 찾는 과정이라 말한다. 또 이야기 속 인물들을 이해하고 분석해보는 토론의 장이자 창의력·상상력과 같은 감성훈련의 장이라 말한다.
 
말하자면 동화구연·이야기는 일종의 복합적인 교육프로그램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수강생의 나이는 상관이 없다. 누구나 가볍게 방문해 함께 즐기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배움이 싹 트는 것이다. 때문에 그는 이야기라는 자신만의 컨텐츠를 가진 ‘마을 교육가’이기도 하다.
 
“나는 교수도 아니고 전문가도 아니다”라는 말을 하는 그가 이러한 ‘일종의 교육’에 앞장 선 것은 ‘그것이 재밌고 행복하기 때문’이다.
 
그는 활동에서의 어려움이 없다고 말한다. 혹 있더라도 ‘그것을 특정하기보단 더욱 다양한 활동들을 찾을 것’이라고 말한다. 원체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이기에 그것을 함께 나눌 수 있고, 또 아이들의 순수함과 동심을 나눌 수 있는 이 활동이 ‘행복’한 것이다.
 
조은숙 씨는 먼 미래, 쉽게 기억될 수 있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고 말한다. 나이를 먹어도 즐거워 보이는, 자신만의 특성이 있는 사람. 그것이 그가 말한 ‘열매를 맺는 것’이 아닐까.
 
배다리 지역 가게들은 많은 수가 30, 40, 50년 이상 된 노포(老鋪)다. 이를 두고 그는 “배다리는 천천히 가는 곳”이라 말한다. 그는 창영당이란 정식이름을 단 것이 화려한, 아주 왁자지껄한 활동을 예고하는 것은 아니라한다.
 
그보다는 작고 조용한 배다리 동네가 가진 ‘소박한 정체성’을 이어나가는 것. 마을 사람들의 친숙한 ‘이야기 가게’이자 함께 하고 싶은 이들이 잠시 들리는 ‘정거장’, 그리고 ‘일상의 한 공간’이 창영당의 정체성인 것이다.
 
조은숙 동화구연가는 현재 화도진문화원이 진행하는 문예강좌 ‘사진에게 말을 걸다’를 맡고 있으며 주간아이보호센터, 복지관 등에서 일반학생·장애학생 대상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복합문화공간 창영당 ‘이야기 가게’에선 오는 19일(화) ‘문학의 밤’행사(작가초대 및 노래 등)가 있을 예정이다. 이 밖에도 향후 동화구연, 인형극, 시 낭송·낭독, 그림책, 전시 등 활동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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