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담은, 나를 찾는 '일탈'의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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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담은, 나를 찾는 '일탈'의 무대
  • 윤종환 기자
  • 승인 2019.11.19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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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극장 돌체, 시민참여 연극 조선희의 역사소설 '세여자' 올린다

 

12번째 연극 '세여자' 시민참여 배우 <사진제공=작은극장돌체>

 

 

작은극장 돌체가 준비한 12번째 시민참여 연극 ‘세여자’가 오는 12월18일부터 22일까지 관람객을 맞는다.
 
이번 연극은 언론인으로 더 유명한 조선희 작가의 역사소설(세여자)을 각색한 작품이다. 식민지 조선을 배경으로 저항활동과 독립운동을 펼치던 세 여자(주세죽, 허정숙, 고명자)의 각기 다른 인생 여정을 보여준다.
 
등장 인물인 세 여자는 한 공간에서 만났지만, 이후 황량한 시베리아, 중국 태항산, 친일이라는 각기 다른 공간에서 각기 다른 길을 걷는다.
 
연극은 원작소설에 담긴 40여 년의 시간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다만 그 축소의 과정에서도 강조된 요소는 ‘아픔’과 그것을 넘어선 ‘당당함’이다.
 
연극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이른바 ‘아픈’ 시대였다. 식민지 민(民)으로서 옛 조선인에겐 나라가 없었고, 여성으로서의 개인에겐 이름이 없었다. 한 개인이 아닌, 그저 여성으로 불리운. 말하자면 ‘정체성’까지 부재하도록 만든 시대적 폭압 속에서 세 여자는 ‘자신만의 길’을 걷는다.
 
세 여자의 모습은 어쩌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연극의 배경과 우리시대는 분명 다르나 현 시대에도, 그리고 누구에게도 저마다의 ‘아픔’이란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를 여기로 오게 한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지’...
 
돌체의 이번 공연은 연기경험이 없는 시민들이 직접 만든 ‘시민참여’ 연극이다. 돌체의 박상숙 대표가 시민참여 연극을 기획한 것엔 여러 이유가 있다. 소극장 활성화와 공연문화의 새로운 대안(도전), 지역문화의 확산과 여성 인프라를 공연이란 매개채로 구축 등이다.
 
박 대표는 시민참여 연극을 두고 일종의 ‘자아 찾기 운동’이라 말한다. 그는 이번 연극은 조금 더 특별하다고 강조한다. ‘보다 성숙하다’ 랄까... 이것이 그의 한 줄 평인데 대체 무엇이 성숙하다는 것이며, 자아 찾기는 또 무슨 말인가?
 
질문의 답은 ‘배역 선정’부터 시작되는 준비 과정에 있다. 일반 연극이나 촬영 등에선 보통 캐릭터를 구체화 한 뒤 그에 적합한 인물을 캐스팅한다.
 
그런데 돌체의 이번 연극 캐스팅은 조금 다르게 진행됐다. 정립된 캐릭터에 딱 맞는 인물을 골라 뽑는 것이 아닌, 일단 모집을 하고 그 사람이 살아온 세월과 경험에 따라 적합한 배역을 선정한다.
 
어쩌면 큰 차이가 아닐 수도 있다. 다만 이 작은 차이로 시민 배우들은 한 캐릭터로서 무대에 서는 것이 아닌, ‘한 명의 자신’으로 무대에 선다고 하겠다.
 
그들이 연기하는 캐릭터는 분명 그들과는 다르다. 그러나 일련의 공통점으로 그들은 캐릭터에 자신의 인생을 녹여내고, 더 진솔하고 솔직한 연기가 가능한 것이다. 이것이 일종의 ‘자아 찾기’이며 초연임에도 ‘성숙’해 보이는 이유가 아닐까.

박 대표는 그렇기에 돌체의 시민참여 연극 연습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고 말한다. 평균적으로 두 달의 기간. 말하자면 ‘짧고 굵은’ 연습으로 무대에 서는 것이다.
 
박 대표가 시민참여 공연을 처음 기획했던 12년 전(2008.12)에는 ‘이것이 성공 할 수 있을까’란 고민이 많았다고 말한다. 미디어 매체의 부흥으로 가뜩이나 힘을 잃어가는 연극에 전문인이 아닌 일반 시민들만으로 작품을 만든다니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누구나 일탈의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한다”고 다짐했다. 돌체의 연극은 각자의 자리에서 충실했던 이들이 마음의 짐을 잠깐이나마 내려놓을 수 있는 ‘일탈’이다. 또 누구나 참여가 가능한 ‘도전의 장’이며, 자신의 삶과 비슷한 배역을 연기하며 나의 정체성을 찾는 ‘조명의 무대’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제는 참여자들의 니즈를 위해서도, 또 그들을 위해서도 박 대표가 12년 전 했던 다짐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 돌체에서 진행하는 시민참여 연극은 12회를 넘어 쭉 계속될 전망이다.
 
이번 12기 연극은 12월 18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되며, 평일엔 오후 7시30분, 주말엔 오후 4시30분과 7시30분에 각각 공연될 예정이다. 출연진은 조은숙, 문다비다, 김은실, 이미경, 손민목, 최환석 시민배우이며 관람료는 일반 3만 원, 학생 1만5천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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