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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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위하여
  • 장현정
  • 승인 2019.11.2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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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치료 가족의 세상살이]
(90) 장현정 / 공감미술치료센터장
 

얼마 전 지역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부모교육’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아서 다녀왔다. 2시간동안 진행하는 단회성 교육이었는데 이러한 교육들은 짧지만 부담이 된다. 간결하고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을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까, 무슨 이야기를 해야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고민이 되었다. 지금의 부모님들에게는 어떤 이야기가 필요할까? 문득, 시대가 정말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 우리 반 남자아이들이 누가 더 아프게 맞은 적이 있는지 배틀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난 검도 대검으로 맞았어.”
“야야, 난 야구배트로 맞았다.”
“너네 골프체로 맞아봤어? 피멍든다”
 
우리 이전 부모님들 세대는 부지깽이로도 맞았다. 놀라운 이야기지만 당시에는 그랬다. 15년전 즈음 부모상담을 할 때도 ‘아이들을 독립된 인격체로 대해주세요’, ‘존중해 주세요’, ‘강요하지 마세요’ 이런 내용이 주였다. 그때만 해도 많은 분들이 아이들을 대하는 기본자세가 달랐다.
 
오늘날에는 반성하고 배우고 대화를 시도하는 분들이 훨씬 더 많아졌다. 자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시중에는 컨텐츠들이 충분히 많다. 나만해도 육아 관련 서적을 스무권 정도 갖고 있다. 육아 관련 예능프로도 있고 유튜브나 블로그도 많다. 마음만 먹으면 어떤 내용이건 쉽게 알아낼 수 있다. 노출된 기법이나 기술은 더 이상 새롭지 않다.
 
그래서 고민 끝에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에 부모의 태도와 자세, 공감하는 방법 등을 사례와 함께 이야기하고 간단한 미술작업을 함께 했다. 부모교육을 마치고 나서 담당자로부터 반응이 무척 좋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나는 새로울 것도 없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무엇이 좋았을까 궁금해졌다.
 
생각해보면, 미술작업에 대한 반응이 폭발적이었던 것 같다. 참여하신 분들이 예상했던 시간보다 더 오랫동안 숙고하며 만들어 내는 모습을 보았다. 무언가를 배우고 싶고 알고 싶은 마음도 있었겠지만, 그저 위로받고 그저 나누고 그저 표현하고 싶었던 엄마들의 마음을 만져주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가 되기 전의 나는 상담 장면에서 어머님들께 자주 조언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때는 부모님들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이에게 왜 짜증을 내는지, 아이를 왜 그렇게 다그치고 재촉하는지, 아이와 노는 시간을 왜 그렇게 힘들어 하는지... 그러한 부모님들의 행동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그 상태와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나 또한 내 아이에게 때때로 그러하지 않은가.
 
어떤 부모님들께는 그저 자신을 위한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사실, 아주 많은 부모님들에게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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