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와 의리를 지킨 허정무 감독
상태바
제자와 의리를 지킨 허정무 감독
  • 이상민
  • 승인 2010.12.24 11: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0일 쏘나타 K-리그 2010을 뜨겁게 달군 선수들을 비롯하여 코칭스태프 이하 모든 관계자들이 시상식을 위해서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인천의 허정무 감독 역시 최승열 단장, 김석현 부단장, 김봉길 수석코치 등 구단 관계자와 함께 제자 유병수의 득점왕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서 자리에 함께했다.

허정무 감독은 시상식장에 입장하기 전 로비에서 평소 친분이 있는 기자들에게 장난을 치며 반가움을 표현하기도 했으며 원로 축구인, 심판진 등 각 축구계 관계자들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보였다. 시상식장에 입장한 허정무 감독은 황선홍, 윤성효, 최순호, 박경훈 감독 등과 함께 자리에 착석하며 행사 진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허정무 감독은 당초 한국 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2010 K-리그 베스트 11 공격수 부문에 대한 시상자로 나서 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자신의 제자인 유병수 선수의 수상을 당연스럽게 예상하며 요청을 흔쾌히 허락한 상태였다. 가수 슈퍼키드의 ‘내사랑 K-리그’ 공연을 필두로 시상식이 막 시작될 무렵 허정무 감독은 베스트 11 공격수 부문에 대한 시상에 앞서서 미리 대본 연습을 하기 위해서 관계자에게 해당 대본을 요청했다.

이어 연맹 관계자가 시상식 대본을 허정무 감독에게 전해주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허정무 감독은 대본을 전해 받고 불과 몇 초 후에 그 대본을 집어 던지고 시상식장 밖으로 향했다. 허정무 감독의 갑작스런 행동에 해당 관계자들은 놀라서 급하게 허정무 감독을 만류하려 하였지만 허정무 감독은 그들의 만류를 뿌리친 채 이내 시상식장을 빠져나왔다.

허정무 감독이 시상식장을 도중에 빠져 나온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제자에 대한 스승으로써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허정무 감독에게 당시에 왜 그러한 돌발 행동을 했냐고 묻자 “리그 득점왕이 베스트 11에 안 뽑히는 것은 도대체 무슨 경우인가. 그 상황에서 내가 제자를 두고 다른 팀 선수 시상을 하게 생겼느냐”고 강한 어조로 되물었다.

그는 이어 “내가 만약 그 자리에 계속 있었더라면 (유)병수에게 스승으로써의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나도 이렇게 열받는데 본인은 얼마나 어이가 없겠느냐. 시상식장을 빠져 나오면서 연맹 관계자에게도 그 부분에 있어서 호되게 뭐라고 했다. 하지만 기자들의 선택일 뿐이라고 정작 자기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더라. 이는 앞으로 분명 심각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다.”며 잘못된 선정방식에 대해서 끊임없이 강조했다.

갑작스런 돌발 행동으로 제자에게 스승으로써의 도리를 지킨 허정무 감독은 “병수에게 내년에는 보란 듯이 더 잘해서 득점왕과 베스트 11은 물론이며 MVP 수상까지 꼭 하자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인천의 유쾌한 도전의 선봉장이 되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또 아시안컵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격수로서 앞으로 더욱 성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낙심하고 있을 제자 유병수에게 마지막 응원의 메세지를 함께 던졌다.

글 = 이상민 UTD기자 (power1360@hanmail.net)
사진 = 남궁경상 UTD기자 (boriwool@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