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박물관, 지역성과 역사성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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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박물관, 지역성과 역사성이 중요
  • 김도연
  • 승인 2010.01.2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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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바에 위치한 해양박물관. 사진제공 글항아리 

'박물관' 하면 국가나 지역적으로 역사성을 간직할 가치가 있는 유물을 전시하는 공간으로만 인식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지역에서 소규모의 다양한 테마 박물관이 들어섰거나 들어설 예정이다.

테마 박물관은 그 지역의 역사성과 지역성에서 공감대가 형성되는 부분을 박물관의 주제로 선택한다.

단순히 지역에서 '오래된 것'을 주제로 할 경우 다른 데서 그 지역을 찾는 관람객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단지 지역에서 '유명한 것'만 주제로 할 때는 역사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테마 박물관이라 하더라도 지역성과 역사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주제의 선정이 중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1960~70년대 어려웠던 달동네를 주제로 한 동구의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이나, 개항기 우리나라 최초의 이민을 주제로 한 '한국 이민사 박물관' 등 기존 테마 박물관은 물론, 녹청자 도요지가 위치했던 서구 경서동 지역에 새롭게 조성되는 '녹청자도요지 교육사료관' 등이 지역성과 역사성을 담은 테마 박물관이다.

그렇다면 르네상스 등 예술사의 변천과 발전을 주도해 온 유럽 지역 작은 테마 박물관들은 어떤 모습일까?

문화 현장을 글과 사진으로 담아내는 미술평론가 정진국이 최근 펴낸 <유럽의 괴짜 박물관>(정진국 글·사진, 글항아리 출판)에는 이탈리아와 프랑스, 스위스, 벨기에, 네덜란드 등 주요 문화 선진국가의 작은 박물관들이 소개되고 있다.

책 속의 작은 박물관들은 농사와 고기를 잡던 어느 시골 마을의 풍속을 담은 한 가정집 박물관, 구두 수공업의 역사를 간직한 신발박물관, 이탈리아 제노바 한 선창가에 마련된 해양박물관, 수백 년 전부터 석영 광산이 있었고 다양한 크리스털 공방들이 있던 곳에 세운 크리스털 박물관 등 지역의 역사성을 담고 있다.

그렇다고 회화나 조각, 고문서 등 미술품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도구 등을 모아 놓은 '물건 박물관'이다.

꼭두각시 인형을 모은 '마리오네트 박물관'(리옹), 신발과 신발을 그린 그림만 모은 '신발 박물관'(로망), 선박과 관련된 것들을 모은 '해양 박물관'(제노바), 그릇을 모은 '도자 박물관'(파엔차), 인쇄와 관련된 것을 모으고 납활자를 녹여서 시연까지 할 수 있게 한 '인쇄 박물관'(낭트) 등이 그렇다.

또한 그 속에는 부두와 제철소에서 일하는 사람, 들판에서 씨를 뿌리는 사람, 갱도에서 탄을 캐는 광부 등 사람을 담아 공감대를 일으킨다.

리옹의 마리오네트 박물관에 전시된 인형들. 사진제공 글항아리

저자는 책머리에서 "그런데 몇 해 전 국내 박물관들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지자체의 것이든 공기업에서 만든 것이든 내부 구조와 전시물까지 거의 엇비슷했기 때문이다. 박물관 건물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런 박물관에서 전시실은 점점 더 상투적인 쇼룸처럼 연출된다. 우리가 기계로 찍어낸 듯 똑같은 삶을 살지도 않을 뿐더러 그런 꼬락서니를 남기려고 살았던 것은 더더욱 아닐텐데…"라며 서로가 닮아가는 지역의 소규모 박물관들에 대해 걱정한다.

비단 저자의 말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테마 박물관이 갖추어야 할 모습은 비슷한 것이 아닌 서로 다른 것이다.

한 미술평론가는 "작은 지역의 박물관을 짓기 위해 자치단체나 기업 등에서 고민해야 할 부분은 '지역성' '역사성'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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