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문화중심도시'를 만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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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문화중심도시'를 만들려면…
  • 김주희
  • 승인 2010.12.30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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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 창간 1주년 기획] "문화를 품자" ② 문화 없는 '경제수도' 없다

인천, "문화를 품자"

① '회색도시' 인천은 이제 안녕~

② 문화 없는 '경제수도'는 없다

③ 문화도시를 꿈꾸다


지난 11월16일 인천언론인클럽이 마련한 좌담회에서 송영길(사진 왼쪽) 인천시장이
'경제수도 인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인천시)

 ▲리버풀, 쇠락한 항구도시서 문화도시로 

건축비평가이자 도시사회학자로 영국에서 활동 중인 인천 출신 김정후는 그의 저서 '유럽의 발견'에서 쇠락한 '항구도시'에서 유럽의 대표적 '문화도시'로 탈바꿈한 리버풀의 원동력을 '다양성'에서 찾았다.

존 레논와 폴 메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 이들 '비틀즈' 멤버가 태어난 곳 리버풀은 18세기 말까지만 해도 전 세계 해상무역 거래량의 40%가 집중된 '항구도시'였다. 다양한 나라의 문화와 예술·종교·문학 등이 교류하던 낭만의 도시였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리버풀은 '노예문화'의 중심지이기도 했고, 무기와 마약 등 온갖 종류의 밀거래가 성행하던 곳이기도 했다.

영원할 것 같았던 리버풀의 영광은 19세기에 접어들면서 위축됐다.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고, 대형 컨테이너에 의한 화물수송이 보편화하면서 최고의 항구도시 리버풀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1980년대 들어 지역 경제 기반이 흔들렸고, 젊은이들은 다른 도시로 빠져나갔다. 영국 최고의 실업률 도시로 전락해 버렸다.

잊힌 항구도시 리버풀이 돌연 2008년 '유럽문화수도'로 지정됐다. 쟁쟁한 경쟁도시를 물리친 리버풀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리버풀이 유럽문화수도 유치를 위해 내건 슬로건은 '한 도시 안의 세계(The World in One City)'였다.

저자는 "거리에서 흔하게 이용하는 가게를 보면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터키, 인도, 중국, 태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외국인들이 지역공동체를 형성해 거주하는 지역이 곳곳에 있다. 한 도시지만 분명 세계를 느낄 수 있는 도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좋게 말하면 '다양성', 나쁘게 말하면 '뒤죽박죽'인 동네"라면서 "리버풀에 갈 때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새로움과 마주할 것 같은 기대가 가득하다"라고도 했다.


영국에서 활동하는 건축비평가 김정후는 그의 책 '유럽의 발견'에서
창조적으로 도시를 바꿔 성공한 유럽의 여러 도시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은 오스트리아 그라츠에 있는 쿤트하우스.(사진=책 유럽의 발견)

리버풀의 변화는 항구도시답게, '부둣가'에서 시작했다. 영국에만 4개의 현대미술관을 지닌 테이트 재단이 머지 강변에서 가장 큰 부두인 '앨버트 독'에 '테이트 리버풀 미술관'을 세우면서부터다.

버려진 부둣가의 창고가 미술관으로 탈바꿈하자, 문을 닫았던 주변 가게가 다시 문을 열었다. 머지사이드의 해양박물관도 앨버트 독으로 이전했다. 리버풀의 자랑 비틀즈에 관한 모든것을 담은 '비틀즈 스토리가' 1990년 문을 열었다. 이어 리버풀의 어두운 역사를 가감 없이 다룬 세계 최초의 노예박물관이 개관했다.

앨버트 독은 빠르게 문화예술의 메카로 자리를 잡아 갔다. 그러자 나머지 공간에 레스토랑, 상점, 화랑, 서점, 기념품 가게, 각종 사무실 등이 들어서면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 국제회의장과 박물관, 공연장, 주거시설도 속속 들어설 예정이다.

"쇠락한 도시의 다양성은 어우러질 수 없는 모래알처럼 하찮은 것에 불과하다. 오히려 발전의 걸림돌이 되곤 한다. 그렇지만 번영한 도시의 다양성은 도시를 보다 풍요롭게 하는 촉매제와 같다. 유럽연합은 바로 모래알과 같은 리버풀의 다양성이 도시 발전의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면서 "(유럽문화수도는) 리버풀 사람들이 한동안 잊고 지냈던 자긍심을 자극했고, 그들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일깨웠다." 저자의 평가다.

 ▲경제수도, '풍족한 경제복지 누릴' 비전?

지난 10월7일 취임 100일 맞아 송영길 인천시장은 '대한민국의 심장, 경제수도 인천'의 비전을 풀기 위한 실천전략을 밝혔다.

3대 핵심사업으로 '아이 키우기 좋은 무상보육도시', '공평한 기회와 경쟁력 있는 교육도시', '청년 일자리 메카' 등을 내놓았다. 또 5대 시정목표로 △도약하는 大 인천경제 △균형 있는 동반성장 △활기차고 풍요로운 삶 △소통하는 시정혁신 △성공적인 아시안게임을 제시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3대 시정원리로 △소통과 융합 △열정과 도전 △상생과 균형을 말했고, 경제수도의 기반이 △인천 배후의 2500만 인구 등 사람 △공항·항만 △산업기반 △경제자유구역 △해양(섬) 역사 등 5가지에 있다고 했다. 여기에 인천의 지정학적 요건이 힘을 보탠다고 했다.

민선 5기 시정부는 이를 "삼삼오오 사람이 모여들고 물류가 집산돼 미래가치를 선도하는 환황해권 중심도시 인천 만들기"라고 하며 '3355' 전략이라 불렀다.

송 시장은 이날 "경기침체와 세계경제 여건의 변화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래도 인천은 전국에서 가장 비전 있고 경쟁력 있는 도시임을 확인했다"면서 "결국 국제공항과 항만을 동시에 소유하며 경제자유구역이 있는 '경제수도 인천'이 아니면 대한민국과 인천의 미래를 뚫을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렀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제수도 인천의 개념에 대해 인구나 지역총생산 규모에서 제일이 되겠다는 것이 아니고, 금융 중심지나 경제정책의 중추를 이전해 오겠다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유, 개방, 도전, 녹색, 해양, 남북, 환황해권 등으로 상징되는 미래가치를 선점하고 선도하여 기업과 사람과 물류가 모여들어 경제, 사회적 활력이 최고 수준의 도시가 되겠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송 시장은 경제수도 인천이 원활히 완성되면 "내 고장에서 노령까지 부담 없이 아이를 잘 낳아 기르며 편안하고 걱정 없이 품격 있는 삶을 누리며 경제수도에 태어난 축복을 만끽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수도는 인천시민이 풍족한 '경제복지'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비전임을 강조했다.


송 영길 인천시장이 10월7일 취임 100일을 맞아 연 기자회견에 앞서 이동철 경제청장과
정동화 스코건설 사장, 스텐게일 NSIC 회장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인천시)

▲경제수도=명품도시?

송 시장의 '경제수도론'이 발표되자, 시민사회가 요동쳤다. 송 시장의 '경제수도'가 전 안상수 시장이 내걸었던 '명품도시'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일었다.

안 시장 재임 때인 민선 3기 인천의 도시비전은 인천의 지정학적 이점과 인천공항, 인천항을 전략적으로 이용한 '동북아 관문도시 인천'이었다. 인천은 당시 '살기 좋은 도시와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표방했다.

이 비전은 1년 만인 2006년 3월, 민선 4기 출범과 함께 '동북아의 중심도시'로 바뀌었다. 인천시가 도시 슬로건으로 '플라이 인천'을 채택한 것도 이때다.

이어 2007년 7월 안 전 시장은 '세계일류 명품도시 인천'을 비전으로 선포하며, 도시축전과 2014 아시안게임 등 대규모 행사, 그리고 경제자유구역 조성과 구도심 재창조를 통해 2020년 세계 10대 명품도시로 진입하겠다는 목표로 세웠다.

지난 11월7일 열린 2010인천사회포럼에서 이희환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연구교수는 '민선5기 정책방향에 대한 비판적 제언'에서 "2006년 재선에 성공한 안상수 시장이 제시한 100대 사업과제는 개발·건설 관련 사업이 무려 90개인 '개발주의' 프로젝트였다"라고 지적한 뒤, 송 시장의 '2014 비전과 실천전략'을 조목조목 따지면서 "서민을 위한 공약이나 환경, 문화 복지와 관련된 사업들은 배제한 채 경제제일주의, 성과주의, 경쟁담론에 기운 것 아닌가 한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무엇보다 "100대 공약에 담긴 중요한 공약들을 누락한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100대 공약 중 한 부분에 그치지 않았던 '경제수도'가 다른 공약의 영역까지 모두 포괄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난 것으로 여기며 "경제수도 인천이란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길 바란다"라고 조언했다.

'100대 공약'이란 송 시장이 지방선거 후보시절인 5월24일 발표한 '인천발전 100대 공약'을 말한다. 지역 내 29개 시민사회단체와 5개 정당이 참여해 함께 만든 것이다. 안 시장의 '명품도시'와 외형에 치중했던 개발만능주의에 대한 '대항마적' 성격이 강하다.

이는 다시 시민사회 영역과 학계, 정치권 등이 총망라된 시정인수위원회를 거쳐, 시청 고위공무원과 인천발전연구원, 자문위원 등이 참여한 TF팀을 통해서 '경제수도 인천'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안 시장의 명품도시에, 시민사회단체와 야권의 공조와 지지로 탄생한 '대항마'를 타고 승리한 뒤 송 시장이 제시한 '경제수도'는 지지세력한테 명품도시의 연장선이란 비판을 받았다.

한나라당 인천시당도 송 시장의 비전과 전략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그동안 시에서 추진한 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하기에 이르렀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소통하며 만든 공약이 불통됐다고 허탈함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20대 중점과제 중 문화예술분야 사업이 2개뿐인, 그나마 관광개발 중심의 사업을 본 문화예술영역의 불만이 더 컸다.


인천시의회가 지난 11월16일 마련한 한 토론회에서 지역 내 문화예술 관련 단체
관계자와 공무원이 인천의 문화예술 활성화 방안을 두고 토론를 벌이고 있다.

 ▲문화 없는 경제수도

송 시장의 당선을 지지했던 인천민족예술총연합은 10월27일 '민선5기 문화정책공약이 사라졌다'는 논평에서 또다시 도시정체성을 경제에 둔 '경제수도 인천'이 구태를 재현하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밝혔다.

인천민예총은 "세계 모든 도시가 발전의 한계성을 극복하기 위해서 '창의성'에 기반을 두고 도시전략을 세우고 있다"면서 '경제수도 인천'을 20세기식 도시전략이라고 저평가했다. 이들은 "5대 시정목표와 3대 핵심 사업에도 문화예술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는 것도 문제지만 시정 20대 중점과제에 포함된 문화관련 사업이 오히려 더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해양과 강화·옹진의 역사문화 창조지역 육성'은 관광 상품으로 강화와 옹진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라고도 비판했다. 또 다른 과제인 '역사가 숨 쉬는 활기찬 문화도시'는 아이디어만 모아놓았고, 전임시장때 문제가 제기돼 IFEZ 아트센터 등을 추진하겠다는 일관성 없는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인천민예총을 포함한 시민사회단체와 범야권은 송 시장이 후보시절, 88개 정책과제를 기반으로 한 '시민이 만드는 행복한 문화도시'를 문화공약으로 함께 만들었다.

당시 공약은 대규모 예산이 수반되는 '외형' 위주의 문화정책에 반대하고, 시민 중심의 문화적 공공성을 확대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며 지역문화의 자생성을 강화하자 등의 취지로 작성됐다. '문화헌장'에 기반을 둔 문화정책을 추진하자고 했고, 문화산업을 하드웨어에서 콘텐츠 중심으로 전환하자고 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시민'이 놓여 있었다.

하지만 '경제수도 인천'은 이런 송 시장의 공약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지난 11월16일 열린 인천지역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손동혁 주안영상미디어센터 소장은 "시민 중심의 문화 공약을 실천하려면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방선거연대를 결성해 합의한 그때 초심을 기억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또 민선 5기 시정부의 문화예술정책이 시민을 중심에 두고 펼쳐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박상문 지역문화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시의 문화예술정책은 시민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함보다, 시의 이미지를 홍보하는 수단으로 진행돼 왔다"면서 "특히 일부 대형 사업은 공론화 과정을 무시했고, 즉흥적으로 펼쳐져 문화예술인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시민문화형성과정을 저하시켰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인천문화재단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예술가들이 신나게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며 전문 예술인 육성 기관을 세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무엇보다 시민이 핵심인 만큼, 문화예술정책에 시민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관형 미추홀문화회관 관장도 "문화예술정책은 예산, 조직, 법규 등이 얼마만큼 실효성 있고 현실적으로 다가가 시민들이 직접 느끼고 피부로 와 닿을 수 있는 결과가 중요하다"면서 "시민이 중심인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낸 문화예술정책을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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