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은 이성적 선택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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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은 이성적 선택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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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1.27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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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서

"소비자는 운동을 하거나 좋아하는 군것질을 포기하거나 건강식품을 만드는 데 시간을 더 투자하는 대신 뚱뚱해지는 쪽을 선택했다. 비만도 이성적 선택의 결과이므로 사람들이 원없이 먹을 수 있도록 자유시장을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비만을 퇴치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국민의 선호를 거스르는 것이고 시장경제를 억압하는 나쁜 행위이다. "

위의 주장을 보고 당신은 어떤 생각이 드는가? 맞는 이야기라고 ? 만약 아니라면 왜 아닌가?

경제학이 19세기 이후에 만들어진 학문으로서 지금의 체제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19세기 이래 경제학이 주장하는 핵심전제와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이고 합리적이며 이성적 선택을 통해 자기 삶을 완성해 나간다. 따라서 국가의 개입이 없으면 시장에서 인간은 각자의 이기적인 동기와 이성적 선택을 하게 되면서 사회는 모두 풍요로워지고 행복해진다. 시장은 만능이다. 보이지 않는 손이 우리를 구원(?)해 줄 것이다."

<욕망의 경제학>이란 책은 19세기 이후 인간은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주류 경제학의 관점을 구체적으로 입증하고  시장주의자들의 오류를 지적하며 그에 대한 비판과 대안으로 행동경제학을 소개한 탁월한 책이다.

여기에서 사람들이 어떤 결정을 할 때 근본으로 삼는 두가지 개념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첫째, 손실회피의 경향이다.

사람들은 이익을 얻는 것보다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쪽으로 결정하는 성향을 띤다. 즉, 이익을 얻는 것보다 손해보는  것을 참을 수 없는 것이다. 잠재적 이득이 잠재적 손실보다 최소한 두배가 되지 않을 경우에는 돈을 벌거나 잃을 확률이 50대 50으로 전망될지라도 이를 거부한다.  따라서 호모 에코노미수(경제적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 허상이다.

둘째, 보유효과이다.

사람들은 물건이건 사회적 지위이건 일단 무엇인가를 소유하고 나면 그것을 갖지 않았을 때보다 훨씬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즉,사람들은 소유한 물건을 내놓게 되면 손실로 느낀다. 보유효과는 사람들의 손실회피 성향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예이다.

구체적인 실험은 아래와 같다.

300명의 실험대상을 각 100명으로 나눈 뒤 1번 100명에게는 미리 손에 머그잔을 주고 초콜릿과 교환할 수 있게 하였고 2번 100명에게는 손에 초콜릿을 주고 머그잔과 교환할 수 있게 하였다. 3번 100명에게는 초콜릿과 머그잔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게 하였다.

1번에서는 89퍼센트가 머그를 초콜릿과 교환하지 않았다. 2번에서는 90퍼센트가 초콜릿을 머그잔과 교환하지 않았다. 3번은 거의 50대50으로 초콜릿과 머그를 선택했다.

1번에서 머그의 선호비율은 89퍼센트이고 2번에서는 머그의 선호비율이 10퍼센트다. 즉, 89퍼센트와 10퍼센트의 선호비율의 차이가 드러나는데, 그 이유가 바로 보유효과를 의미하는 것이다. 내 손에 들어온 것을 내놓는 것은 손실로 보고 계속 갖고 있으려는 것이다.

손실회피와 보유효과로 인해 당연히 이성적으로는 무엇이 더 나을 것이라는 객관적 판단을 할 수 있음에도 사람들은 비 이성적 선택과 결정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무수히 많은 실험결과를 통해서 인간의 선택과 결정에서 이성적인 것과 비이성적인 것이 혼재함을 증명한다.

사실 도박과 마약, 흡연과 과도한 음주등이 이성적판단의 결과라는 주장자체가 인간이 지닌 불완전성의 증명이 아닐까.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당위가 있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듯이 당위가 곧 행위를 지배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그래서 우선 자유시장의 복음을 전파하는 전도사들에게 비판을 가하는 것이 첫번째 목적이고 두번째 목적은 국가의 개입을 어느 정도까지 허용하며 허용하되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를 설명하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비만을 극복하는 방법이 많은 양을 차지하는데, 그 부분은 우리나라 실정과는 맞지 않기에 저자가 예를 든 다른 내용을 설명한다.

더 친절하고 부드러운, 우아한 개입이라는 표현으로 소비자에게 이익을 주는 규제라고 할 수 있다. 기본 조건을 바꾸면 자유를 제한하지 않고도 사람들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제를 의미한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한 학기중 3가지 과제를 제출해야 하는 경우 학기말에 한번에 내도록 했을 때의 과제물 제출률과 학기중 3가지 과제를 일자를 정해서 제출하도록 하는 제출률 중, 후자가 압도적으로 높은 과제물 제출률이 나오는 실례를 통해 과제물 제출을 개인의 자유에 맡겨 학기말에 내도록 하는 전자가 원리주의 시장주의자들의 생각이고 후자는 행동경제학의 입장에서 국가의 규제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자유를 제한하지 않으면서도 인간심리의 불합리성과 편향성을 적절하게 이용하여 사회의 부와 개인의 행복을 더 높이고자 하는 것이 행동경제학이 추구하는 일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것은 시장주의자들에게만 맡기기에는 너무 어려워진 현 경제상황의 해결에 매우 커다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현재의 신자유주의자들이 강조하는 시장만능이 갖는 부조리와 모순을 극복하고 그들에게 비판을 하기 위한 실제사례를 알아보는 데에도 이 책은 그 성과를 높인다. 

'충분한 정보를 가진 소비자'와 '시장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시장주의자들에게 저자는 묻는다.

규제에 반대하는(상품의 성분표시의무, 제품의 기능과 사용기한 제한 규제 등을 말한다) 그들은 어떻게 소비자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될 수 있는지를.

규제반대와 충분한 정보제공은 완전히 모순을 의미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책을 읽은 여러분은 시장주의자들이 하는 말 자체에 많은 모순이 있기에 그러한 주장을 더 잘 반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에게 용기와 지식을 전해준다.

더불어 이 책의 역자가 마지막에 강조한 아래 말은 이 책의 또 다른 서비스다.

"조직구성원들의 자율과 창의성을 제한하지 않으면서도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고 싶은 기업의 최고 경영자는 물론,국민들의 사회적합의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면서도 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싶은 정부 정책입안자들이라면 일독할 만한 책이다."

 욕망의 경제학/ 피터 우벨/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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