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평화가 깃들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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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평화가 깃들길 바라며…
  • 김주희
  • 승인 2010.12.3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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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이 다사다난했던 올 한 해를 되돌아본다
취재: 김주희 기자

눈(雪)으로 시작해 눈으로 마무리하는 경인년(庚寅年)은 세상의 눈(目)이 인천으로 쏠린 그런 한 해였다. 특히 인천에서 벌어진 두 번의 군사적 충돌과, 두 번의 구제역으로 사람들은 쓰린 가슴을 훔치며 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백호의 해 경인년'을 '태풍의 눈'으로 보내고 맞는 '토끼의 해 신묘년'(辛卯年). 사람들은 밤하늘 계수나무 아래서 방아를 찧는 토끼처럼 근심 없이 평화로운 삶의 눈(새싹)을 찾길 바랄지도 모른다.

 

◇새해 벽두 내린 큰 눈, 서설이길 바랐다

2010년 1월4일 새해 첫 출근길. '눈 폭탄'에 도심은 마비됐다. 전날 저녁에 시작돼 새벽녘 마구 쏟아진 눈의 양은 무려 22㎝. 1973년 30㎝ 이후 37년 만에 나온 기록적인 폭설이었다.

기온도 영하 6도까지 내려가 도로 곳곳이 빙판길로 변했고, 도심은 극심한 교통난을 겪어야 했다. '눈 폭탄' 한 방에 출근길 지각 사태가 속출하고 도로 곳곳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나는 등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래도 연초에 내린 눈이라 '서설'(瑞雪)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평화의 바다가 '화약고'가 됐다

3월26일 백령도 서남쪽 2.5㎞ 해상에서 우리 해군의 초계함인 천안함이 침몰됐다. 이 사고로 승조원 104명 가운데 46명이 실종되고, 58명이 구조됐다.

실종자 수색과정에서 해군특수전여단 수중폭발팀 소속 한주호 준위가 목숨을 잃었다. 또 수색작업에 참여했던 저인망 어선 '금양 98호'가 조업구역으로 돌아가던 중 대청도 인근에서 침몰해 선원 2명이 숨졌다.

천안함 폭침 원인을 두고 갖가지 의문이 제기되는 등 우리 사회는 갈등에 빠졌다.

무엇보다 인천의 입장에서는 지난 두 차례의 연평해전 후 2007년 나온 10·4 남북공동선언을 통해 '평화의 바다'로 나아가던 서해와 인천의 이미지가 큰 타격을 받았다. 천안함 폭침으로 남북 간 군사적 갈등은 물론, 미국과 중국 등 국제사회의 긴장도 높아졌다. 인천 앞 바다는 언제든 터질 수 있는 '화약고'로 변했다.

우려하던 일이 11월23일 연평도에서 벌어졌다. 북한군의 무차별 포격에 해병대원 2명이 목숨을 잃었고, 민간인 사망자도 2명이나 나왔다. 6·25 한국전쟁 후 처음으로 남한 영토에 대한 북한의 공격이었다.

연평도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피란길에 올랐다. 주민들은 찜질방 피난 생활을 한 달여 만에 정리하고 김포시에 마련된 임시 거처에서 차츰 안정을 되찾는 모습이지만 전쟁의 공포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비단 연평도 주민들만 전쟁의 공포에 휩싸인 게 아니었다. 남북 지도부의 강경대응 방침으로 인천시민은 물론, 온 국민들이 가슴을 졸이며 몇날며칠을 보내야 했다. 인천의 경제에 파장이 미처 외자유치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지역경제 기반 흔들, 위기를 맞다

지난 4월 강화도에서 구제역이 발생, 인접지역인 경기도 김포시까지 확산됐다. 강화에서만 한우와 돼지 등 3만1,345마리를 살처분하는 등 총 517억 원의 재산피해를 봤다.

노력에 노력을 더해 9월 가축 사육을 재개했지만, 그로부터 석 달 만에 다시 구제역이 덮쳤다.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것이 전국으로 확산되더니 김포시를 거쳐 강화도로 올라왔다. 잔인한 4월의 아픔을 다시 겪는 축산농가에서는 소 키우는 일을 포기하겠다고 까지 하는 등 지역의 축산업 기반이 흔들거리고 있다.

토종기업이 줄도산하면서 지역경제의 한 축인 건설업이 힘을 잃었다. 2월 동인엔지니어링의 부도에 이어 6월에는 향토기업으로 국내 1위 전문건설업체인 진성토건이 무너졌다. 국내 대형 건설사의 워크아웃 여파가 인천을 강타했다. 대우차판매에 이어 벽산건설과 신동아건설이 정부의 워크아웃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송영길 시장의 당선으로 '개발 중단'이란 우려가 확산됐다. '아시안게임'이란 호재도 지역 건설업계에서는 남의 잔치가 되는 것 아닌가하고 우려하고 있다.

지역 상권도 흔들리긴 마찬가지였다. 유통대기업의 진출이 가속화하면서 동네 상권이 피해를 보고 있다. SSM을 규제하는 조례를 추진하던 시의원은 소송까지 당했다. 지난 11월 국회에서 유통산업발전법과 상생법이 통과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중소상인과 유통대기업 간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그나마 자동차와 철강, 항만, 에너지, 건설장비 등 분야에서 분투하는 모습이다.

그렇지만 5%대의 전국 최고 실업률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전세가와 물가는 가파른 상승세가 예상돼 서민경제에 어려움이 클 전망이다. 여성과 청년층의 높은 실업률은 내년에도 꺾이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야권연합, 지방선거 승리

6·2 지방선거에서 야권연합 후보가 대거 당선됐다. 인천에서는 처음으로 민주노동당 소속 자치단체장이 두 명이나 배출되기도 했다. 시의원도 나왔다. 지역 내 시민사회단체와 4개 야당이 힘을 모아 성과를 냈다.



그렇게 당선돼 7월1일 취임한 송영길 시장은 인천을 '경제수도'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9조원에 달하는 인천시 부채가 가장 큰 난제로 떠올랐다. 송 시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경제수도'의 밑그림을 제시했다.

하지만 송 시장을 지지했던 지역 내 시민사회단체들이 불만을 쏟아냈다. 편중 인사 논란이 불거졌고, 2014인천아시안게임 주경기장 신축 논란이 인천을 달궜다. '경제수도'가 개발중심의 전 안상수 시장의 '명품도시'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곳곳에서 일었다. 몇몇 개발 사업이 중단되거나 축소되는 등 조정 작업이 진행됐지만, 새롭게 추진하는 송 시장의 공약 사업도 반대 여론에 부딪혔다.

◇교육 비리 끊이지 않았다

딸 특채 논란 등 나근형 인천시 교육감에 대한 구설수가 끊이지 않았다.

교육계 전반에 걸쳐 답안지 유출사건과 사립교원 특채, 급식 비리, 수학여행 비리 등 각종 비리 사건이 계속 터져 나왔다.

시와 시교육청이 무상급식을 우여곡절 끝에 추진하지만 재원마련이 숙제다. 소위 10대 명문고 육성사업이라하는 '학력향상 선도학교'도 예산은 확보했지만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아시안게임 준비 시동 걸었다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뒤숭숭하던 11월27일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폐막하고, 송영길 시장이 대회기를 인수했다. 송 시장은 "참가국 모두를 배려하는, 인천만의 특색 있는 대회를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송 시장 취임 초기 논란이 됐던 서구 주경기장 문제도 신축으로 확정됐다. 선수촌·미디어촌 문제도 구월보금자리지구로 일단락 됐다. 경기장은 주경기장을 비롯해 시내 37개, 인접지역 13개 등을 활용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서울시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쓰레기매립지를 경기장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나왔다. 국비 확보는 여전히 난제다.

◇'소통' 부재가 사고를 불렀다

900억 원 가까이 들인 월미은하레일이 잦은 사고로 안전성을 의심받더니 사업백지화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모습이다. 세계 최초의 도심형 모노레일이라 했던 월미은하레일은 사업을 계획할 때부터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시는 이 사업을 강행했다. 내년 7월 개통도 미지수라 월미은하레일은 결국 900억 원짜리 고철덩어리가 될 처지다.

'소통' 부재는 문화계에서도 문제를 낳았다.

지난해 '일랑미술관' 건립 논란이 뜨겁더니, 올해는 여성비엔날레 개최 여부를 놓고 문화계가 들썩거렸다. 일단 시가 내년도 예산을 확보해 예정대로 추진하는 쪽으로 결정됐지만, 여성비엔날레 사업에 대한 존폐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시의 도서관 정책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시가 인천문화재단이 위탁 운영해 온 수봉, 영종, 율목 등 3개 시립도서관을 '인천시도서관협회'를 만들어 운영하려 하자, 논란이 일었다. 시는 이 협회를 통해서 이들 도서관을 직접 운영하겠다는 뜻이지만, 시민단체들은 이 또한 민간에 위탁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도서관 사서가 총액인건비의 희생양이 되는 것이며, 도서관의 공공성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립미술관 예정 부지는 옛 인천대와 용현·학익지구 등 2곳으로 압축됐다. 시는 2014년까지 국·시비 500억 원을 들여 9,900㎡ 규모로 시립미술관을 세울 계획이다.

◇"네가 있어 즐거웠다"

인천연고 프로야구팀 SK 와이번스가 경기 침체로 시름에 빠진 시민들을 잠시나마 위로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기아와 7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지만 아쉽게 우승을 놓친 SK는 올 한국시리즈에서는 삼성을 상대로 완승을 거뒀다. 김성근 감독 체제에서 SK는 2007년과 2008년, 그리고 2010년까지 우승하며 구도 인천의 자존심을 세웠다.

게다가 인천연고 프로야구단 중 처음으로 관중 100만(2010년 관중 98만 명) 시대 예고하며 성적과 흥행에 모두 성공한 SK는 명실 공히 인천을 대표하는 명문구단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인천연고 프로 스포츠의 선전은 농구와 배구로도 이어졌다.

프로배구 대한항공이 개막전 이후 7전 전승의 기록으로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고, 프로농구 전자랜드도 동부와 한 게임차 1위 접전을 벌이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월드컵 원정 16강이란 유쾌한 도전에 성공한 허정무 감독을 영입하며 프로축구 인천유나이티드가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허 감독은 올 시즌 11위로 마감했지만 내년 6강에 진입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시는 당초 세우려던 히딩크 축구센터를 '히딩크-허정무 축구센터'로 이름을 바꿔, 내년 3월 공사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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