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부는 농성장 … "더욱 시린 겨울"
상태바
칼바람 부는 농성장 … "더욱 시린 겨울"
  • 이병기
  • 승인 2011.01.02 19: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직장 떠난 해고 노동자들 … '시민들 관심 절실'

취재: 이병기 기자

연말연시를 맞아 많은 이들이 들뜬 마음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거나 신년을 준비한다. 그러나 영하 10도가 넘는 강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리와 투쟁 현장에서 새해를 맞는 이들이 있다.

남들에게는 낭만으로 다가올 흰 눈도 느끼지 못한 채 '신념'과 '생존'을 위해 칼바람 속에 내몰린 그들에게 시민들의 따뜻한 관심이 절실한 때다.

칼바람 속 내몰린 지엠대우 비정규직 노동자


29일 열린 인천대책위의 '아카몬 사장 결단 촉구' 기자회견

"빨리 복직해서 인간답게 살고 싶어요." - 신현창 지회장

12월1일 지엠대우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 2명이 부평공장 정문 위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됐다. 또 30일 현재 신현창 금속노조 인천지부 지엠대우 비정규직지회장의 단식농성도 11일째 접어들고 있다.

인천지역 시민사회는 지엠대우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을 위해 대책위를 구성하고 아카몬 지엠대우 사장에게 지속적인 면담을 요청했다.

한 달 동안 지엠대우 부평공장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만 해도 10회를 훌쩍 넘길 정도. 지역 내 정당과 시민사회단체, 문화예술인 모임, 종교단체 등의 릴레이 집회가 이어졌다.

또한 한파가 기승을 부리던 크리스마스를 비롯해 영하 10도가 넘는 날씨에도 거의 매일 저녁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측에 대화를 촉구하는 예술인들의 퍼포먼스가 열리기도 했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아카몬 사장을 만나 문제 해결을 위한 면담을 진행했고, 인천시의회 의원들도 공동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안전과 원만한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건의안을 채택했다.

그러나 지엠대우측은 아무리 두드리고 불러도 대답 없는 '철옹성'처럼 해고자 복직은 물론 대화조차 거부하고 있는 상황. 오히려 정문 위에 올라가 있는 노동자들의 밥줄을 끊기 위해 낫질을 하거나 CCTV를 설치해 조합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

지엠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이후 인천시와 정부에서 온갖 특혜를 받으며 회사를 불려나갔지만, 정작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규는 외면하는 '후안무치'한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어 시민사회의 인내심도 한계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시민사회는 외국자본인 지엠대우가 한국정부와 인천시에서 받아온 지원을 환수하는 방안 등 지엠대우의 무책임한 행태를 범시민적으로 알려나가는 운동을 검토하고 있다. 인천시민의 사랑을 받았던 지엠대우차의 불매운동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현 상태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돼야 할 사안은 한 달째 정문 아치 위에 올라가 있는 두 노동자 건강 문제다.

이달 중순께 인천평화의료생협에서 두 노동자 건강 상태를 확인한 결과 황호인씨의 경우 기관지염이 계속 심해지고 있어 폐렴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준삼씨는 양쪽 발 동상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여서 계속 추위에 노출될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건강검진 이후 영하 10도가 넘는 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두 조합원 건강 상태가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그러나 사측은 노동자들과 시민사회의 '절규'를 무시하고 있다. 오히려 1월1일부터 4일까지 정문 앞에 집회 신고를 내면서 노동자들과의 물리적 충돌 가능성을 유발하고 있다. 항간에는 사측이 이 기간에 대규모 용역을 고용해 정문 앞 농성장을 철거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얼마 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부평공장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한 지 1100일이 지났다. 이제 우리 아버지, 혹은 형과 오빠일 수 있는 그들이 오랜 싸움을 끝내기 위해 마지막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추운 겨울, 인천시민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관심이 더욱 필요해지는 때다.

콜트악기, 노동자의 한(恨)서린 음악을 언제까지…


부평구 갈산동의 콜트악기 담벼락에 붙여진 "No Cort Workers, No Music" 현수막

세계 악기 시장의 생산 점유율 3분의 1, 10년간 연간 순이익 100억원 이상, 사장은 한국의 120번째 부자. 

이들 '화려한' 수식어는 바로 콜트·콜텍사를 이르는 말이다.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음악인들이 한국에서 생산한 콜트악기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노동자들의 한(恨)과 '피땀어린 눈물'이 존재한다.

지난 2007년 부평구 갈산동에 위치한 콜트사는 경영상 악화를 이유로 56명의 노동자를 해고했다.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20~30년 동안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근무하던 이들은 기관지·천식 등 직업병을 안고 거리로 내몰렸다.

방종운 금속노조 콜트악기 지회장은 "당시 비정규직법이 통과되면서 사측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부당해고를 했다"라고 말한다.

콜트사는 이듬해 8월 '경영 적자와 노조 파업'을 이유로 공장 문을 닫았고, 생산물량은 인건비가 저렴한 동남아시아 공장으로 넘어갔다.

회사의 부당해고에 반발한 노동자들은 법원에 억울함을 호소했고, 2009년 법원은 '폐업과 해고를 할 만큼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을 갖추지 못했고 해고는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법 위에 있는 사측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지난 28일에는 박영호 콜트악기 사장의 재판이 열렸다. 노동자들이 박 사장을 근로기준법 위반과 노동자법 위반으로 법원에 고소했기 때문이다. 오는 1월25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콜트악기 해고 노동자들은 현재 큰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40~50대 중장년의 아줌마, 아저씨들은 건설 현장의 일용직 노동자로, 식당 종업원으로 살며 사측의 부당함을 알리고 있지만 짬을 내기가 쉽지 않다.

콜트악기 노동자들의 아픔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노동자들은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악기박람회에 참가해 콜트악기의 부당함을 알렸고, 해외 유명 뮤지션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금속노조 인천지부 관계자는 "2011년 1월 중순 미국에서 악기박람회가 열리는데, 해외 문화연대쪽 사람들이 비행기 티켓까지 보내면서 노동자들 해고의 부당함을 알리라고 전해왔다"면서 "방종운 지회장과 콜텍 노동자들이 함께 참석해 항의투쟁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로 치면 조용필처럼 유명한 가수가 '나도 콜트악기를 쓰지만 그렇게 나쁜 사장인 줄 몰랐다'라고 말했다"면서 "노동자들 해고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공연도 하고 함께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홍대 클럽에서 '콜트·콜텍 기타를 만드는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수요문화제'가 2008년부터 진행되고 있다. 이번 달에도 어김없이 29일에 2010년 마지막 수요문화제가 열렸다.

"저물어 가는 2010년, 콜트·콜텍 노동자들은 2010년에도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곧 새해를 맞이할 것 같습니다. 그냥 가는 시간이 아니라 뼈 아픈 나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4년 동안 150여팀이 넘게 참여한 올해 마지막 수요문화제. 다 함께 따뜻한 시간을 보내며 2011년을 힘차게 맞아합시다." - 12월29일 수요문화제 초청 글 中

새해를 맞아 콜트·콜텍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수요문화제에 참석해 보는 건 어떨까.

콜트콜텍 + 문화행동 홈페이지: http://cortaction.tistory.com/entry/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