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를 받는 이웃들의 새해 소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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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를 받는 이웃들의 새해 소망은?
  • 이혜정
  • 승인 2011.01.0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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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새터민을 비롯한 장애인과 이주노동자 등의 바람


취재 : 이혜정 기자

천안함과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 구제역 등 다사다난했던 2010년 경인년(庚寅年)이 저물고 신묘년(辛卯年) 새해가 밝았다. 지역 내 소외된 이웃들은 어떤 소망을 품고 새해를 맞이할까. 새터민을 비롯해 장애인과 이주노동자 등의 새해 소망은 무엇일까? <인천in>이 이들을 만나 애환을 들었다.


천주교 인천새터민지원센터.

▲ 한국의 국민으로 제2의 인생을 찾았다 / 새터민 김혜경(가명, 49)

1949년 할아버지와 삼촌들이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온 식구들이 '반동분자'로 몰려 유배생활을 하며 힘겨운 삶을 보냈습니다. 힘겨운 삶 속에서도 열심히 일을 했지만 모든 수입을 정부가 빼앗아 겨우겨우 목숨을 부지해 가면서 살았습니다. 먹을것이 없어 감자를 으깨 죽을 끓여 먹거나 풀을 뜯어 간신히 배를 채웠습니다. 사람다운 삶을 살고 싶은 마음에 지난 2008년 북한에서 탈출을 시도했지만 북한군에게 붙잡혀 온갖 고문을 받으며 6개월간 수감생활을 했습니다. 수감생활을 하는 동안 반나절 이상 힘겨운 노동을 했습니다. 하루 음식은 옥수수를 통채로 넣어 겨가 떠다니는 물죽이었습니다. 같은 해 10월 두만강을 넘어 6개월 가량 기다린 끝에 2009년 3월 25일 꿈에도 그리던 한국땅을 밞았습니다. 인천항에 들어오는 순간 "하느님 감사합니다. 저는 인간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라고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몇년 전 한국에 먼저 넘어온 딸을 만나 새로운 삶을 시작했습니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딸과 쌀밥을 먹고, 영화도 보고 북한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해봤습니다. 얼마 전에는 49년 동안 살아오면서 처음으로 인간다운 생일을 맞았습니다. 저는 정말 행복합니다. 딸과 함께 따뜻한 밥을 먹고, 일을 해서 돈을 벌 수 있고, 스스로 노력해서 내것을 가질 수 있다는 일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여생 동안 딸과 함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열심히 사는 게 제 바람입니다.

▲ 우리는 한민족, 평화가 오기를 / 새터민 김선경(가명, 34)

2011년이면 한국에 온 지 5년째입니다. 힘겨운 북한생활에 지쳐 가족을 두고 힘겹게 한국에 왔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우리들에 대한 많은 지원과 관심 덕분에 이곳에서 생활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가 다른 사람들이라는 한국 사람들의 편견 때문에 스스로 살아가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자격증도 취득하고 공부도 했지만, 북한 사람이라는 이유로 일자리를 얻는 데 너무 힘겹습니다. 더군다나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으로 인해 분쟁이 더욱 커지고 있어 가슴이 아픕니다. 우리는 한 민족입니다. 저는 지금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루 빨리 남한과 북한이 통일을 이뤄서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 장애인의 목소리에 귀를 귀울여야 / 뇌병변 1급 장애인 이주영(34)

예전에 비해 장애인들에 대한 사회적 시각이 많이 변화됐다고 봅니다. 하지만 사회적인 인식은 바뀌고 있음에도 정작 장애인들을 위한 정책은 서비스를 받는 당사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동안 중증장애인들이 외부활동을 하는 데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한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제도가 2011년 10월부터 변경돼 시행됩니다. 이로 인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시간대비 개인부담율이 15% 변경되면서 개인부담율이 두 배 가량 증가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장애인 중 80% 이상이 수급자인 것을 감안할 때 정작 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제도를 활용하지 못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이런 정책은 전혀 중증장애인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것입니다. 장애인의 사회참여와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제도가 중증장애인들에게 더욱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좀더 장애인들 목소리에 귀를 귀울이는 소통의 구조가 잘 형성되길 바랍니다.

▲ 장애인 스스로도 변화가 필요 / 뇌병변 2급 장애인 고영익(27)

장애는 몸이 불편한 것이지 정신이 불편한 것이 아닙니다.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도 필요하지만 장애인 스스로의 변화도 필요합니다. 아직까지도 사회와 등진 채 집안에서 생활하는 중증장애인들이 많아 정작 누릴 수 있는 서비스를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와 같은 장애를 가진 많은 친구들이 두려움을 이기고 세상에 나와 비장애인들과 더불어 살기 위한 터전을 함께 마련했으면 합니다.


▲ 건강을 회복해 여자친구와 결혼하고 싶어요 / 스리랑카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 구마르(30)

지난 2005년 페인트 공장에서 일을 하면서 직업성 천식이 생겼습니다. 하루에 12시간씩 일하고 한 달 90만~120만원을 받았습니다. 일이 많이 고됐지만 심장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와 가족들을 위해 쉬지 않고 일을 했습니다. 지금은 폐기능이 일반인의 비해 60% 정도밖에 되지 않아 산재급여를 받아가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하루 빨리 건강을 회복해 올해는 스리랑카에 있는 여자친구와 결혼을 하고 싶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임런(왼쪽)씨와 한국이주인권센터 식구들이 함께 찍은 사진.
▲ 무시하지 말아주세요 / 인도네시아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 임란(33)

한국사람들이 외국인 노동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는 않지만 몇몇 한국 사람들이 피부가 까맣고 못 사는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라며 무시하면서 욕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주변에 저와 같은 동남아시아 외국인 노동자들은 보통 하루에 15시간 정도 일을 합니다. 일이 힘든 건 참을 수 있지만 인격적으로 무시하는 말은 견디기에 너무 힘듭니다. 저희들도 한국인과 같은 사람입니다. 동남아시아에서 온 우리 노동자들을 좀더 인간적으로 대해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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