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도시 인천, "선택 아닌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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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도시 인천, "선택 아닌 필수"
  • 김주희
  • 승인 2011.01.06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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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평화도시로 가려는 논의 시작 - "작은것도 살피길"

취재: 김주희 기자

경인년 한 해를 보내며 인천경제정의실천연합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2010년 인천을 달군 10대 뉴스'의 첫머리는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이었다. 이 두 사건은 연말 인천지역 신문들이 선정한 인천 10대 뉴스의 맨 윗자리에도 올랐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지도 '2010 올해의 사진' 중 11월의 것으로 연평도를 찾았던 한 시민이 찍은 연평도 포격 사진을 국회 폭력 사태와 함께 올려놓았다.


지난 11월23일 북한군의 연평도에 대한 무차별 포격으로 섬이 불타고 있다.
이 사건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2010년 주요 사건으로 부각됐다.(자료사진)

불안해진 인천 앞 바다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경인년. 새해 벽두부터 눈 폭탄에 어리둥절하며 첫 출근길에 나섰던 인천시민들은 한 해 동안 두 번의 구제역에 천안함 침몰, 지역건설업 부도도미노, 부동산 경기 침체, 6·2 지방선거, 인천대교 연결도로 버스 추락사고, 물난리, 연평도 피격 등 잇따른 사건·사고를 겪었다.

이런 와중에도 시민단체와 지역 언론은 물론 해외언론까지 나서 서해5도, 인천 앞바다에서 두 번에 걸쳐 벌어진 남북 간 군사적 충돌 상황을 주목한 것은 그만큼 두 사건이 미치는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당장 송영길 인천시장이 지난해 인천시의회 마지막 정례회에서 연평도 피격 사건으로 인천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외자유치에 '빨간불'이 켜지는 등 지역경제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동안 일군 삶의 터전을 부지불식간에 잃고 '인천'도 아닌 경기도 김포에서 원치 않게 더부살이 생활을 하고 있는 연평도 주민들의 아픔은 더 말해 무엇할까.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는 아니어도 2차, 3차 포격 대상지로 연일 언론에 오르내렸던 인천지역 시민들은 이어진 남북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에 불안한 나날을 보내야 했다. 비단 인천뿐이었는가. 한반도 전체가 언제 터질지 모를 인천 앞바다를 가슴 졸이며 주시했다.

인천 앞바다, 서해5도에서 빚어진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은 더 이상 인천과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중국과 미국의 힘겨루기가 팽팽하게 진행됐고, 러시아가 가세했다. 일본은 한반도에서 금방이라도 전쟁이 터질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등 천안함에 이은 연평도는 국제적으로 매우 민감한 상황을 만들어 놓았다.

 


지난해 9월15일 인천상륙작전 60주년을 맞아 인천 도심 한 복판에서
대규모 군사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있다. (자료사진)

'평화', 선택 아닌 필수다

인천학연구원 김창수 박사는 인천이 해양도시이자, 다문화도시이기에 "인천은 평화도시로 돼야 마땅하다"라고 말한다.

오랜 시간 인천은 한반도의 허리이자, 관문 노릇을 했다. 이 때문에 인천은 민족 내부 분쟁이나 국제 전쟁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삼국시대와 고려시대는 물론이거니와, 개항기 인천 앞바다에서는 조선과 동아시아의 운명을 뒤바꾼 외침과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 인천 앞바다는 한국전쟁의 최대 분수령이었던 인천상륙작전의 현장이기도 하다.

김 박사는 "외국 세력이 인천에 상륙한다는 것은 곧 한반도를 점령하고 지배하는 걸 의미한다"면서 "이는 인천의 평화는 곧 한반도의 평화이며, 동아시아의 평화를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두 번에 걸친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을 예로 들며 "두 사건은 한반도의 위기로, 중국과 러시아, 일본과 미국 같은 열강의 외교전으로 비화하는 양상을 보여주었다"라고 지적했다.

인하대 박영일 교수는 "한반도 중심에 있는 인천은 동북아의 평화와 남북의 화해·협력이 도시 발전에 불가결한 조건이다"라고 강조한다.

평화가 없다면 해양도시인 인천의 앞 바다는 물론, 하늘도 막힐 것이고, 그렇다면 인천의 발전은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모두 바다가 닫혀 있던 조선시대와 쇄국정책기, 해방 이후 1980년대까지 이어진 남북냉전기에 해양도시 인천은 침체기였다고 지적한다.

반대로 1990년대 이후 한반도에 찾아온 평화무드의 최대 수혜자가 인천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인천공항은 세계 1위 공항의 영예를 떨치고, 인천항 역시 국제적인 항구로 자리 잡고 있다. 게다가 인천항은 남한의 대북한 물동량 중 64.4%를 맡고 있는 대북교역의 중심지다.

박 교수는 "냉전기 인천이 서울의 위성도시로, 수도권 임해공업단지로 기형적인 확장에 그쳤다면, 남북교류협력의 탈 냉전기 인천은 자족적이고 균형 있는 동북아의 중심도시로 웅비하기 시작했다"면서 "평화가 인천 발전에 필수라는 점은 역사가 증명한다"라고 말했다.

"서해평화지대를 조성하겠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지난달 말 발표한 2011년 신년사에서 '평화'라는 단어를 27번이나 사용했다. '경제수도 인천'을 비전으로 하는 그의 신년사 중 '경제'란 단어는 22번에 그쳤다.

신년사는 총 7개의 단락으로 구성됐는데, 송 시장은 2010년을 평가하고 2011년 시정 구상을 크게 5가지로 제시하는 한편 시민들의 참여를 당부했다.

신년사 중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올 시정 운용 구상 중 첫 번째로 제시한 것은 '서해5도 평화지대 조성' 의지였다. 송 시장이 그의 정치적 철학이나 인천의 발전 전략을 펴는 데 '평화'를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송 시장은 신년사에서 "서해5도를 평화지대로 만들어갈 때이다"면서 "대피시설 현대화와 피해복구에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더 근원적으로는 연평도를 평화마을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서해5도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자고 했다. 남북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고, 해양평화공원과 섬을 만들어 국제평화해역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의 근로자가 강화 교동도로 출퇴근할 수 있도록 하자는 구상도 제시했다.

송 시장은 인천 출신 독립운동가이자 통일운동의 선각자인 죽산 조봉암 선생에 대한 재조명 사업을 펴겠다는 뜻도 밝혔다. 2007년 남북이 발표한 10·4 공동선언의 정신을 이어가야 한다고도 했다.

아시안게임을 평화의 축제로 만들겠다며, 남북이 함께 하는 프로그램과 아시아의 평화와 공존을 바라는 구상을 함께 내놓았다.

송 시장은 "인천은 아시아의 갈등을 녹이는 평화의 용광로로 될 것이다"면서 "이것이 아시아경기대회를 치르면서 우리가 얻을 가장 큰 수확으로, 인천 발전의 중요한 재산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전임 안상수 시장 역시 한나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북민간지원단체에 대한 지원 사업을 벌였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때 북한의 참여를 유도하는 일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는 정치적 성향을 떠나 '인천시장'으로서 남북화해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란 점을 인식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평화도시 인천을 만들자" 논의 시작

지난달 16일 야4당과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한 목소리로 "평화도시 인천을 만들자"며, 그 방안을 찾는 자리가 있었다. 이날 토론회는 남북평화재단 경인본부와 인천시민연대, 민주당·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진보신당 등 야4당 인천시당 등이 공동으로 주관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평화도시 인천을 만들기 위한 여러 가지 구상을 제시했다.

평화공원을 만들자고 했고, 다양한 도시 이미지 개선 작업과 홍보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유엔 산하 평화도시에 가입하자는 의견도 나왔고, 아시안게임을 평화를 상징하는 행사로 만들자는 제안도 있었다. 인천상륙작전 등 전쟁의 상처를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송 시장을 비롯한 시 내부는 물론, 시민사회단체에서도 평화도시 구상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월미도 희생자 위령제

지난해 9월15일 인천에서는 인천상륙작전 6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는 대규모 군사퍼레이드가 도심 한 복판에서 펼쳐졌다. 전차와 장갑차, 군인 800여 명이 1.4㎞를 걸었다.

앞서 인천 앞바다를 형형색색 화약으로 물들이는 등 상륙작전이 재연되기도 했다. 한국과 미군, 호주 등 군함 12척과 항공기 16대, 상륙장갑차 24대, 그리고 한미해병대 병력 200명이 참가했다.

3월26일 천안함 침몰이 있은 지 5개월여 만에 김태영 (전)국방부 장관이 참가한, 700억 원이나 들인 사상 최대 규모 행사였다. 송영길 인천시장도 이 행사에 참석했다.

인천상륙작전으로 초토화한 월미도. 그 때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도 같은 날 오후에 월미공원에서 당시 희생된 주민들의 넋을 기리는 진혼굿을 올리는 등 위령제를 열었다.

원주민과 유가족들은 피해보상을 요구하며 2천일 넘게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었지만, 송 시장은 물론 이 행사에 참석하기로 한 시 고위 공무원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평화도시 인천을 만들자"는 논의가 시작된 것은 환영할 일이다. <인천in>도 올해 '평화(도시)'를 주제로 다양한 취재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다만 시민들은 중앙정부 결정이 없으면 안 되는, 큰 구상만 챙기느라 작지만 더 소중한 것을 잃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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