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노동청 경기도 이전 … "옳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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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노동청 경기도 이전 … "옳지 않아"
  • 이병기
  • 승인 2011.01.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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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이슈] 인천시민 무시 … "혈세 낭비와 지역갈등 부추긴다"


지난 5일 한국노총 인천지역본부 소속 조합원들은
중부지방노동청 앞에서 이전 반대 집회를 열었다.

취재: 이병기 기자

고용노동부가 인천에 위치한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을 '행정대상'이 많다는 이유로 경기도로 이전할 움직임을 보이자 지역사회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인천시민들은 전국에 산재한 6개 지방청이 광역시와 특별시에 청사를 두고 있는데, 노동부 말대로라면 다른 노동청도 모두 인근 도로 이사를 가야 할 판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또한 인천에 있던 주요 기관 상당수가 경기도로 빠져나갔는데, 중부노동청까지 뺏아가겠다는 건 인천시민을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달 29일 행정안전부에 지방노동청 소재지 변경 등의 내용을 담은 '고용노동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개정 요구안을 제출했다. 고용노동부 행정관리담당관 관계자는 "올해부터 복수노조가 시행되면서 중부고용노동청장의 구실이 더 필요해진 시점이다"면서 "청장 일을 잘하기 위해선 행정대상이 많은 곳으로 위치하는 게 낫다는 판단 아래 추진하게 됐다"라고 취지를 밝혔다.

그는 "경기도에는 8개 지청이 있는데, 경기도지사와 면담 시 8곳의 지청장이 다 가는 것보다 청장이 있을 경우 대표로 협의나 상담할 수 있게 된다"면서 "인천은 2개 지청장이 시장과 만나면 되기 때문에 업무의 효율성을 같이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 노동계와 정치권 등 시민사회는 "합리적 기준도, 설득력 있는 어떤 이유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 인천지역본부는 중부고용노동청 이전으로 지청 인력감축이 필수적으로 동반되며, 노동행정의 공백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류성민 한국노총 인천지역본부 상담차장은 "인천은 노동행정 수요에 비해 행정인력이 크게 모자란 편인데, 지금보다 근로감독관이 더 줄어든다면 근로감독과 산업안전에 심각한 업무공백이 초래된다"면서 "이는 고스란히 인천시민과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에 위협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현재 있는 청을 이름만 바꿔서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행정 지원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오히려 청장이 관할하게 되면 다른 부분에 신경을 써야 할 수도 있어 지청에서 보는 것보다 세밀하게 보지 못 할 수 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지역 노동계는 "'간판'만 바꿔 다는 수준의 개편이라면 더욱 큰 문제"라며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지역 갈등을 부추기면서 아무런 실익도 없는 노동청 이전을 추진하는 건 결코 그냥 넘길 수 없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또 노동부가 주장하는 노동행정 수요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류성민 상담차장은 "노동부 말대로 행정수요가 늘어났다면 수요에 맞춰 새로운 지청이나 고용센터를 설립해 대응하면 된다"라며 "본청이 없어 노동행정 수요에 대응할 수 없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서해를 넘어 동북아 물류센터로 발돋움하는 인천은 앞으로 더 많은 노동수요가 예상되는 지역이다"면서 "물류기지에는 서비스지역과 산업단지 등의 기반시설이 필수적으로 필요하고, 명백히 노동행정 수요가 많이 예상되는 상황인데도 노동부는 미래의 노동수요는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노총 인천지역본부는 "고용노동부가 인천시민을 무시하고 중부노동청의 이전을 강행한다면 분노한 인천시민들과 지역 내 모든 단체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며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퇴진 서명운동은 물론,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부당한 중부노동청 이전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지역 정계에서도 7일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중부노동청 이전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는 등 반발하고 있다.

이윤성(한, 남동갑) 의원은 "지난 2008년에도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한국노총 경기지역본부가 지방 정치권을 앞세워 중부고용노동청을 경기도로 이전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면서 "그들의 논리는 행정수요 때문인데, 이대로라면 대전청이나 대구청, 광주청도 모두 인근 도로 이사를 보내야 할 판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자리 창출과 고용안정 등 정책 발굴에 힘써야 할 고용노동부가 특정 지역 목소리에 휘둘려 지역 간 마찰을 유발하고 있다"면서 "이는 국민통합이 아니라 국민을 이간질시키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인천시의회도 지난 4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경기도 이전 전면 재검토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고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시의회는 "경기도는 이미 중부노동청 관할 수원지청 등 모두 8개의 지청과 16개의 고용센터가 있어 노동수요를 문제 없이 처리하고 있다"면서 "노동행정 수요에 대비해서는 지역실정에 맞는 지청과 고용센터를 확대 운영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성중 행정안전부 경제조직과장은 "지난 29일 고용노동부에서 문서가 접수됐지만, 복수노조 문제 등 시급한 여러가지 사안이 함께 요구됐다"면서 "이 때문에 이전을 검토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으며, 지역에서 반발하고 있다는 여론은 인천시로부터 들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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