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떨리는 물가 … "설 명절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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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떨리는 물가 … "설 명절이 두렵다"
  • 이혜정
  • 승인 2011.01.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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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풀린 고삐 잡아야" … 서민들은 앞으로 더 오를까봐 '한숨'


인천지역 한 대형마트에서 양모(83), 이모(81)씨 부부가
장을 본 가격을 보고 놀라 물품을 확인하고 있다.

 

취재 : 이혜정 기자

"어? 15만원이나 나왔네.  뭐 별로 산 거도 없는데, 왜 이리 많이 나왔대?"

지난 11일 오후 5시쯤 인천지역 한 대형마트. 노부부는 주말이면 찾아오는 자식과 손자손녀들을 먹이려고 바구니에 담긴 물품 가격표를 보는 순간 깜작 놀랐다.

"주말이면 우리 아들이랑 손자손녀들이 집에서 밥을 먹으니까, 운동할 겸 마누라랑 슬슬 나와서 장을 봐요. 올 들어서 처음으로 장을 봤는데…. 어휴~ 생각보다 참 많이 올랐네요. 뭐가 그리 비싼지. " 양성환(83) 할아버지의 말이다.

이들이 바구니에 담은 물건은 물미역, 콩나물, 김, 굴, 생선 한 마리, 조개, 생 오징어, 두부, 마늘, 고추, 우유, 초코렛, 과자, 도시락통 등. 총 비용은 15만3천950원이다. 작년 이맘때 18개 품목(일부 상품 중량 변화) 장을 봤다면 12만원 정도 나올 가격이다.

새해 벽두부터 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수산물과 채소, 과일 등의 가격이 폭등해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구제역에 한파가 잇따르면서 물가는 앞으로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여 설 명절을 앞둔 시민가계의 주름이 깊어진다.

이날 장을 보고 있던 시민들은 비싼 가격 때문에 들고 있던 물건을 도로 내려놓기 일쑤였다. 

한 아주머니는 흑설탕 1kg짜리를 들고 있다가 1천860원이라고 쓰인 가격표를 보고 도로 자리에 내려놓았다. 다시 그 옆에 놓인 소금을 집어 들더니 "소금이 이렇게 비쌌었나?"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한 주부가  마요네스를 사려고 가격을 살펴보고 있다. 
 

옆 다른 코너에 있던 김명애(54)씨. 저녁준비를 하려고 계란, 생고등어 한 마리, 조기와 대구 1마리, 마른 표고버섯, 두부, 고추장, 바나나 1개, 청정해초, 무 1개, 과자, 우유 등을 바구니에 담았다.

이날 김씨가 장을 본 가격은 5만원 선. 이전에 장을 봤더라면 4만2천원 선이었다고 한다. 지난해보다 물가가 20~25% 오른 것이다. 이중 예년과 비슷한 가격의 물품은 마른 표고버섯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올랐다.

1150원선 하던 두부 한 모는 1400원(가장 싼 브랜드)으로 올랐다. 여기에 양마저 340g에서 320g으로 20g 줄었다. 계란(30개입)과 고추장(1kg)은 5천200원 선에서 5980원으로, 5500원선에서 6천500원으로 각각 올랐다.

"1주일에 장을 보러 두 번 정도 와요. 장을 볼 때마다 조금씩 오르는 가격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다른 건 조금씩 줄이더라도 먹을거리를 줄이긴 쉽지 않잖아요? 특별한 것 없이 평소 먹는것들만 사도 5만원 가지고는 어림도 없어요." 김씨의 얘기다.

김씨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아이들이 즐겨 먹는 간식거리는 넉넉하게 구입했는데, 이젠 지출을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간식을 안 먹이거나 최소한으로 줄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시민들이 많이 찾는 신선제품 가격이 훌쩍 뛰었다.

적상추 한 봉지는 1200원에서 1천980원으로, 양파 1망(1.5kg)은  2천980원에서 3천580원으로 올랐다. 국산 가지(1개)는 800원에서 1천100원으로, 감자(100g)는 328원에서 498원으로 올랐고, 느타리버섯(1팩) 1천700원에서 2천100원으로 뛰었다.

지난해 한파 영향으로 산지 어획량이 좋지 않았던 고등어는 거의 잡히지 않아 생고등어 한 마리에 1천980원하던 게 3천980원에 팔리고 있다.


마감이 임박한 시각에 대형마트 직원이 바나나 세일을 한다고 외치자  
손님들이 바나나를 사기 위해 몰리고 있다.

이날 밤 10시쯤 또 다른 대형마트. 마감시간이 다 되면서 매장은 대부분 한산하다. 하지만 신선제품 코너에는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생선코너에서 만난 김모씨는 이 시각에 생물아귀 1마리, 조기(3마리, 1팩), 굴 1봉지(3팩), 미역, 사과 등 9가지를 3만5천800원에 구입했다. 정상가격은 5만7천460원이다.

"보통 저녁 찬거리를 살 때쯤 나오면 이렇게 싸게 살 수가 없어요. 더구나 최근 물가가 많이 올라서 신선제품에는 손이 잘 안 가는데, 9시반~10시쯤 마트에 오면 신선제품을 거의 1/3가격으로 팔아서 요즘에는 주로 이 시각에 장을 보러 와요. 오늘은 조기3팩을 만원에 구입했는데, 한 마리 9천원짜리 조기도 있어요."

김씨는 이날 구입한 신선제품은 오랫만에 찾아오는 딸 가족과 함께 저녁을 해먹고, 싸게 구입한 큰 조기와 굴은 자식에게 싸줄 계획이라고 했다.


한 재래시장에서 정춘화(55)씨가 알배기 배추를 싸게 사려고 시금치를 구입하고 있다.

재래시장의 물가도 마찬가지로 뛰었다.

12일 오전 인천지역 한 재래시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장을 보려고 북적거린다. 그러나 정작 사람들 손에 쥐어진 것은 검은 봉지 한 두개뿐.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모습만 보인다.

"아줌마 알배기 배추가 왜 이렇게 비싸요? 무슨 2천원이나 한대. 양도 얼마 안 되는구만. 1천500원에 주세요. 너무 비싸다. 시금치 살 테니까 좀 깎아 주세요." 채소가게 아주머니와 흥정하는 모습이다.

정춘화(55)씨는 나박김치를 담글 재료와 반찬거리를 사려고 재래시장에 나왔다. 무1개, 알배기 배추 1통, 시금치(한근), 오이 2개, 도라지(한근), 호박(1개)에 총 1만3천300원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물가가 많이 올라서 뭘 먹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반찬값 좀 줄이려고 나박김치 재료를 사려고 시장에 나왔는데, 채소 값이 정말 많이 올랐네요. 알배기 배추는 이전에는 1천원이면 샀을 텐데…. 양도 얼마 안 되고 진짜 비싸네요. 요즘은 재래시장에 와도 만원 가지고는 뭘 사지도 못해요. 벌써 시금치랑 도라지 사는 데만 7천원이니…. 1년 전만 해도 이렇게 비싸진 않았는데, 올초부터 물가가 겁나게 오르니 걱정이에요."

채소가게 건너편 생선가게에서 만난 이모(56)씨도 물가가 너무 오르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아이고, 대형마트나 재래시장이 얼마 차이를 보이지 않네요. 마트에 생고등어 사려고 갔더니 3300원인가 하는 거 같더라고요. 재래시장에선 좀 싸게 살 수 있을까 해서 왔더니, 생고등어 한 마리에 3000천원이나 하네요. 갈치 한 마리도 이전에는 7천원 정도면 샀는데, 지금은 1만원이나 나가니 원…. 올 겨울에 생선 먹기는 글렀어요."

이씨는 "요즘 마트든지 재래시장이든지 장보기가 무섭다"면서 "오르지 않는 게 없으니 이제는 먹는것도 맘대로 못 먹고 살 듯싶다"라고 말했다.

전반적인 물가상승과 관련해 인천시 관계자는 "정부에서 지침서가 내려오면 지방물가대책위 심의과정을 걸쳐 지역 내 물가안정대책을 결정하겠다"면서 "특히 다가오는 설 명절과 관련한 물가를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라고 말했다.


부평종합시장 .


주부 51.5% "제발 물가 좀 잡아 주세요"
 
설을 앞두고 주부들의 소비심리가 물가인상의 영향을 받아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위축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3일 최근 주부 63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49.4%가 "올해 설 지출규모가 지난해와 비슷하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지난해보다 지출을 줄일 것이라고 한 주부도 38.6%(대폭 축소 13.8% 포함)나 됐다. 지출을 늘릴 것이라는 응답은 12.1%에 그쳤다.

설에 소비를 줄일 것이라고 한 주부들은 물가상승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41.2%), 경기불안 지속(28.0%), 가계부채 부담(23.0%)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또 지난해 설과 비교한 체감 경기가 나빠졌다는 답이 70.2%를 차지했고, 좋아졌다는 사람은 3.3%뿐이었다.

소비확대를 위해 필요한 정부 대책으론 물가안정(51.5%)을 가장 많이 들었다. 지난해 같은 조사보다 27.8%포인트나 높아진 것이다.

물가안정이 시급한 품목으론 농수산물(49.8%), 교육비(17.5%), 가공식품(10.8%)으로 조사됐다.

설 선물로 과일·농산물을 준비하겠다는 응답자가 26.0%로 가장 많았지만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응답률은 작년 조사보다 18.2%포인트나 낮아졌다.

설 선물 비용으로는 3만∼5만원이라는 응답이 32.5%로 가장 많았고, 이어 5만∼10만원(30.3%), 3만원 미만(22.2%), 10만∼15만원(10.0%) 순이었다.

응답자의 66.0%가 이번 설에 귀향계획이 없다고 답했고 이 중 79.2%는 "집에서 쉬겠다"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소비자들이 경기가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물가상승으로 실질소득이 줄어 체감경기는 나빠졌다"면서 "물가 불안 해소로 시급히 소비를 활성화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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