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관광객이 총알받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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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관광객이 총알받이인가?"
  • 김주희
  • 승인 2011.01.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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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이슈] 인천시 '백령도 카지노 설치' … "천박한 발상"

취재: 김주희 기자


연평도와 백령도 등 서해5도를 평화협력지대로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방법론에서는 이견이 많다.
특히 시가 장기적으로 백령도에 카지노를 설치하려 한다고 하자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게 형성되고 있다. 

인천시가 서해5도를 평화지대로 조성하겠다며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2007년 10·4남북공동선언을 바탕으로 '평화의 그림'을 서해에 그리겠다고 나선 것이다.

연평도를 '안보관광지화'하겠다는 구상이 나왔고, 백령도에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구도를 잡았다.

하나 들고 나온 '물감'이 카지노다. 국회의원들이나 자치단체장들이 지역 활성화 사업으로 곧잘 내미는 단골 카드다. 인천시는 '도박장'과 '평화'를 같은 선상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서해평화협력지대

송영길 인천시장은 취임 초기부터 꾸준히 "인천과 서해5도를 평화협력 특별지대로 만들겠다"라고 말해 왔다. 그러면서 인천과 서해5도를 '남북교류 할성화'의 교두보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송 시장이 '국민의 정부'에서 참여정부로 이어온 햇볕정책을 계승해 꼭 실천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송 시장이 이처럼 줄곧 강조해 온 서해평화협력지대는 지난 2007년 남북 정상이 만나 합의해 발표한 10·4 공동 선언의 결과물이다.

당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서해해상경계선(NLL) 문제를 풀려고 군사적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남북이 해당 수역을 함께 이용하자는 취지의 경제적 관점으로 다가갔다.

그렇게 나온 것이 서해평화협력지대로 △남북공동어로수역 조성 △평화수역 조성 △해주공단 개발 △한강하구 이용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포함했다. 바다에도 개성공단과 같은 평화구역을 설정해 경제협력사업을 벌이자고 했다.

이 합의는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흐지부지됐다. 그리고 2009년 12월28일 '대청해전'이 벌어졌고, 지난해에는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피격 사건이 이어져 서해는 물론 한반도 전체가 불안에 떨었다.

이처럼 서해에서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상태가 고조되자 서해평화협력지대가 유일한 해법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인천시는 올 초 10·4남북공동선언 4주년 기념식을 대대적으로 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앞서 연평도 사건이 발생하기 전인 11월초 인천시는 서해 공동어로 구역 설정 등 기본안을 마련하는 것과 함께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 북한이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인천~개성~해주를 연결하는 남북공동경제자유구역 건설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서해5도 종합발전계획

지난 12월6일 김황식 국무총리가 연평도 포격 후속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김 총리 발표에는 연평도 지역에 대한 피해복구와 주민안정대책, 정부의 위기대응 태세 재정비 등과 함께 서해5도 종합발전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올해 김 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서해5도 지원위원회'를 구성해 범정부적으로 종합발전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겠다는 것이었다. 국회에서 통과한 서해5도 지원 특별법을 전제로 연평도와 백령도 등 서해5도 지역의 종합발전에 시급히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겠다는 뜻도 포함됐다.

송영길 인천시장송 시장은 연평도 사건 이후 "서해의 평화 없이는 인천의 발전이 없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지난해 12월 인천시의회 정례회 때도 "연평도 피격 사건으로 외자유치 등 인천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면서 서해평화협력지대 조성에 힘을 쓰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이 같은 뜻이 그대로 반영됐다. 새해가 시작되고 곧바로 인천시는 '서해5도 발전계획'에 속도를 냈다.

행정안전부도 '서해5도 발전계획'을 수립하려고 10억 원의 용역비를 들인다. 이 용역은 주민들의 정주여건 개선 방안, 특화사업, 주민지원시설, 관광인프라 구축, 요새화 방안, 문화 잠재력 등을 총망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행정안전부는 이 용역에 대한 연구 용역 입찰을 공고했다. 인천발전연구원과 국토연구원 등이 공동으로 맡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말 국토해양부도 이에 발맞춰 국가관리항 지정 계획을 발표하면서 연평도와 백령도 등 도서지역에 5천톤급 선박을 댈 수 있는 접안시설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인 관광객이 평화 사절단?

송 시장은 연평도나 백령도 등 서해5도에서 북한의 무력도발을 막을 예방책으로 '중국인 관광객'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백령도를 제2의 제주도화하면 중국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고, 이렇게 되면 북한이 어떻게 서해5도에 포격을 하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발상에서 나온 게 바로 '관광 카지노'다.

그런데 지난 3일 한나라당 박상은 국회의원이 보도자료를 통해 "백령도에 외국인 카지노 등을 유치해 평화관광지대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박 의원은 "백령도에 외국인, 특히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드나들면 북한이 무모하게 도발할 엄두를박상은 국회의원이 연평도 요새화를 비교시찰차 7일 대만의 금문도를 방문했다.(사진=박상은 의원 홈페이지) 내지 못할 것"이라면서 "서해5도 발전계획에 외국인 카지노와 함께 경비행장, 대형 쾌속선 운항 시설 등 관광 인프라 구축 방안이 포함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싱가포르의 예를 들며 카지노 '산업'을 '오락'으로 봐야 하며, 관광산업 활성화에 꼭 필요한 요소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자 인천시는 5일 '서해 5도 관광 프로젝트' 구상을 내놨다. 장기적으로 관광 카지노를 설치하고 '비자 프리지역'으로 이 지역을 개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는 서해5도가 두무진과 콩돌해변, 사곳 자연비행장 등 특이한 자연경관을 갖추고 있는 데다,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의 유물이 남아 있고, 북한과 인접지역이라 '안보 관광지'로서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12일에는 행정안전부와 옹진군 등과 함께 연평도를 안보관광지로 조성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도박장으로 평화를?

지난 5일 박상은 국회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사의 오전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중국인들은 예로부터 카지노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강하다"면서 백령도 카지노 건설을 재차 주장했다.

다음날 같은 프로그램에 송영길 인천시장이 출연해 똑같이 '백령도 카지노 설치'를 이야기했다. 특히 진행자가 전날 박 의원과의 인터뷰를 예로 들며 같은 생각이냐고 물어보자, 송 시장은 인천시가 먼저 한 구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지노 카드는 지난해 11월말 '중앙일보'의 '중앙선데이'가 '서해 5도에 카지노를 짓자'는 제하의 칼럼을 통해 처음으로 공론화했다. 당시 이 신문이 카지노를 해법으로 제시하자, 누리꾼들이 "차라리 아바이 동무 동상을 짓자"거나 "안보 장사질"이라면서 맹비난했다.

누리꾼들조차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던 '카지노 카드'가 어느새 국회의원의 정책으로 됐고, 시의 사업 구상으로 된 것이다. 게다가 누가 먼저 구상했느냐를 놓고 라디오 방송에서 신경전까지 벌였다.


인천시는 최근 연평도 피해지역을 보존해 안보관광지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박병상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은 박 의원과 송 시장의 카지노 구상이 "고민 없이 낸 천박한 발상"이라고 혹평했다.

박 소장은 "서해5도에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해 총알받이로 쓰겠다는 것이냐"면서 "중국인 관광객이든, 돈 있는 사람이든 언제 사이렌이 울릴지 모르는 불안한 곳에서 도박을 할 것이며, 누가 총알받이가 되겠다고 백령도에 들어가겠냐"고 반문했다.

박 소장은 "서해5도를 도박 관광지로 만들어 중국관광객을 유지하겠다는 생각은 접으라"면서 "차라리 백령도를 남북이 함께 교류하는 마당으로 만드는 게 돈도 덜 들이면서 북한의 무력도발을 막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가 제시한 남북공동어로수역의 전진기지로 백령도 등 서해5도를 활용하자는 것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처럼 결과를 다 만들어 놓고 따라오라 하지 말고, 사업의 기조를 잡을 때부터 문화, 역사, 안보, 관광, 건설 등 다양한 분야의 시각으로 깊게 논의해야 한다"라고 그는 강조했다.

인천환경운동연합 조강희 사무처장도 "안보관광은 평화가 형성된 뒤에 가능한 것"이라면서 "긴장이 가시지 않은 곳을 안보관광지로 개발하겠다는 건 오히려 북한을 더 자극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카지노를 짓고, 호텔을 들여 관광지로 개발하는 와중에 아름다운 서해5도는 다 망가질 것이라며 그 노력과 비용을 생태·역사·문화 관광지 등 그 지역에 맞게 쓰라고 그는 지적했다.

조 사무처장은 "중국인 관광객이 카지노가 있다고 해서 왕복 10시간 거리의 백령도까지 들어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 "국내 관광객이 자주 찾고 시간이 지나 생태관광지로 서해5도가 자연스럽게 알려진다면 그때 중국인이나 외국 관광객이 백령도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하대 박영일 교수는 "중앙정부가 북한과 협력 사업을 하지 않으니, 인천시가 당연히 나서야 한다"면서 "인천시는 서해평화협력지대를 실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 역시 카지노 카드를 "천박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깊이 고민해 국민과 시민이 지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환경을 우선시하고, 생명을 존중하며 인간을 평화롭게 하는 방향으로 일을 벌여야 한다"면서 "굳이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려 들지 않아도, 서해5도 주민 삶의 질을 높이고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한다면 외국 관광객이 저절로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는 오늘 19일 시정참여정책위원회를 열어 연평도 사태 후 인천시 대북정책 방향 등을 다루기로 했다. 시는 이날 '서해5도 평화지대 조성', '인도적 대북 지원 확대', '남북 교류 증진' 등을 구체적 안건으로 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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