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약도 좋지만 … 기관 · 업체 등 "덜덜"
상태바
절약도 좋지만 … 기관 · 업체 등 "덜덜"
  • 이혜정
  • 승인 2011.01.26 19: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에너지 절약 대책' 시행 첫날 … "추워서 업무 효율성 떨어져요"


인천시청 내 한 사무실. 정부의 '고강도 에너지 절약 대책'으로 실내온도가 낮아지자
공무원들이 추위를 달래기 위해 외투를 입은 채 근무하고 있다.

취재: 이혜정 기자

정부가 연일 지속되는 한파로 급증하는 전력수요를 줄이기 위해 내세운 '고강도 에너지 절약 대책'을 시행한 첫날. 관공서와 업체 등 지역 곳곳에서는 추위를 달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24일 오전 10시쯤 인천시청 내 한 사무실. 실내 난방온도를 섭씨 18도로 유지하자, 공무원들이 추위를 달래려고 옷을 겹겹이 입고 있다. 코트를 입고 있는 사람은 물론, 의자 뒤에 간이담요를 두거나 오리털 점퍼 등이 보인다. 이들은 날씨가 추워 두꺼운 겉옷을 입었지만, 이내 거동이 불편해 입었다 벗었다를 반복한다.

또 전기 사용량을 줄이려고 청사 내부 형광등 전구를 한 두 개씩 빼거나, 외부에는 아예 불을 끄고 전기를 줄이고 있다.

인천시청 청사관리 담당은 "동료나 민원인들이 정부의 에너지 절약 지침을 알고 있으면서도 지난해보다 유난히 더 추워서인지 '견디기 힘들다'라고 항의한다"면서 "'정부 방침이라 어쩔 수 없다'고 이야기를 해도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라고 말했다.

창가 근처에 앉아 있는 한 직원은 "아무리 단열창이라고 해도 이렇게 추운 날에는 바람이 새 나와 손과 발이 시려서 업무를 볼 수가 없다"면서 "틈틈이 화장실에서 따뜻한 물로 손을 녹이거나 간이 손난로로 추위를 달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른 공공기관의 공무원도 불만을 호소하긴 마찬가지다.

하루 기온 중 가장 따뜻한 오후 1시쯤. 남구청에서 근무 중인 직원들은 내복을 껴입거나 양말 두 겹, 등산용 양말, 손난로, 간이 담요, 전기선풍기 등을 갖춘 채 일을 하고 있다.

한 직원은 "이곳은 다른 부서와 달리 냉난방 시설이 없어 전기선풍기 2대로 따뜻하게 데우기는 하지만, 오늘 같이 추운 날 전기선풍기를 하나라도 더 돌리면 전기가 나가 업무를 볼 수 없다"며 "할 수 없이 이를 막으려고 춥더라도 전기선풍기 온도를 줄이거나 한 대만 사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역 내 백화점과 대형마트 역시 난방온도 제한으로 고객들에게 불만을 사고 있다. 

A백화점 관계자는 "정부의 방침을 따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20도 이하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첫 날부터 고객들이 '에너지 절약도 좋지만 이렇게 추운날 백화점 내부도 추우면 불편해서 이용할 수 있겠냐'라고 불평하고 있다"면서 "이러다 설 명절 대목 매출에 영향이라도 생길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신선제품과 냉동제품 등 주로 식품을 판매하는 코너에선 에너지 절약을 위해 온도를 낮게 유지하게 되면 더 추워질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출입구가 있는 층의 경우 같은 공간이라도 온도가 몹시 내려가기 때문에 고객뿐만 아니라 각 매장 직원들의 불만도 만만치 않다"라고 털어놓았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2000년대 이후 처음으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오르고, 예비전력수준은 400만kW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관심' 단계 수준에 달해 고강도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다"면서 "예비전력이 확보된다면 현 대책을 완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