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풀고 베풀어도 더 주고 싶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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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풀고 베풀어도 더 주고 싶은 마음~"
  • 이혜정
  • 승인 2011.02.0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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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사람 된 이웃] 인천시 곰두리봉사회 부회장 김해용씨


김해용씨가 1급 지체장애인의 휠체어를 들어 옮기는 모습.

취재 : 이혜정 기자

"장애인이지만 다른 장애인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게 정말 즐겁습니다." - 인천시 곰두리봉사회 부회장 김해용(60)씨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혼자서는 외부활동이 불편한 이들의 발이 되어 주는 이가 있다.

(사)인천시 곰두리봉사회 부회장인 김해용씨(60). 지난 1999년부터 장애인들에게 차량서비스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과 차상위 계층 장애인 중 1급 장애인을 위한 봉사에 더 힘을 쏟는다.
 
김씨는 뇌병변 3급 장애인이다. 그가 이토록 불편한 몸을 이끌고 봉사를 하는 이유는 스스로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즐거움 때문이다.

"장애인이라고 늘 도움을 받으라는 법은 없잖아요. 비장애인에 비해 몸은 좀 불편하지만 작은 일이라도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큰 행복입니다."

김씨는 1993년 일을 하던 중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져 외쪽 편마비 장애를 입었다. 평소 등산과 뜀뛰기 등 활동적인 운동을 좋아하던 김씨는 왼쪽 팔과 다리를 사용할 수 없다는 현실이 견딜 수 없어 죽고 싶도록 괴로웠다고 한다.

그는 5개월 가량 병원 치료를 받고, 퇴원 후 재활치료를 받으며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결국 7년간 재활치료에 온 힘을 쏟은 끝에 불편하지만 왼쪽 팔과 다리를 사용하게 됐다.

"갑작스러운 병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조금씩 건강해지니까 정말 감사했어요. 뭔가 도움이 될 일이 있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친구가 '장애인 차량봉사를 해보라'고 권유해 시작한 게 곰두리봉사회 차량봉사단원이 되었어요."

그렇게 곰두리봉사회와 인연을 맺은 이후 김씨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인천지역 곳곳으로 달려간다. 특히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은 컴퓨터 교육을 원하는 장애인들에게 차량봉사활동을 하면서 함께 공부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10여 년간 장애인들의 손발이 되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곰두리봉사회 봉사원으로 시작해 봉사부장, 사무국장을 거쳐 4년 째 곰두리 부회장직을 연임하고 있다.

장거리 차량봉사활동을 하면서 '체력과의 싸움'에 힘겨울 때도 있었다. 영종도와 강화도 등 멀리 떨어져 있는 곳으로 차량봉사를 갈 때는 몸이 저리거나 마비를 겪어 운전하는 데 어려움이 따랐다. 또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에게 차량봉사를 할 때는 불편한 팔과 다리로 휠체어를 트렁크에 싣는 일이 너무 힘들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항상 행복하다.

"영종도에서 한 장애인복지관으로 데려다 주는 차량봉사를 갔을 때, 언어치료를 받고 있는 5살 된 아이가 인상이 깊었어요. 매번 자신을 태워다주는 걸 기억하고 반갑게 웃으며 달려와 안기더라고요. 말이 통하지 않았지만 그 아이가 전하고자 했던 고마운 마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김씨가 '아픔과 절망'을 딛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었던 건 아내의 도움과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늘 아내에게 감사해요. 제가 뇌출혈로 쓰러져 있을 때 아내가 제 손과 발이 되어 주면서 가장 역할도 하느라 고생 많이 했어요. 이후 몸이 나아지고 나서 차량봉사활동을 한다고 했을 때도 함께 다니면서 저를 도와줬어요. 아내 덕분에 제 2의 행복을 찾을 수 있었지요."

김씨가 뇌병변 장애 3급을 받은 후, 아내는 장애인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장애인을 위한 봉사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그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중 사진촬영을 하고 싶은 이들과 함께 한 달에 1~2번씩 사진을 찍는 외부활동을 한다. 또 장애인 관련 행사나 거동이 불편해 사진을 찍고 싶어도 나가지 못하는 이들에게 무료로 사진을 찍어 주고 '추억의 사진첩'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저는 사실 차량봉사를 하고 있는 게 아니에요. 그들과 함께 드라이브를 하면서 대화도 나누고, 취미도 함께 나누고 있을 뿐이에요. 오히려 저를 찾아주는 분들에게 감사하죠."

앞으로도 다양한 봉사활동으로 마음을 가득 채우겠다는 김씨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원봉사를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장애인, 비장애인 할 것 없이 소소한 것 하나라도 서로 나눌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한다면 누군든지 봉사자가 될 수 있어요."

김씨가 생각하는 봉사란 내가 가진 것을 아무 조건 없이 나눠 주는 것이다.
 
"베풀고 베풀어도 더 주고 싶은 마음, 그것이 진정한 봉사가 아닐까요?"


김해용씨가 교육을 받기 위해 차량이 필요한 다른 장애인을 위해 봉사를 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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