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북한 돕는 '바람' 일어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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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북한 돕는 '바람' 일어나길…
  • 이병기
  • 승인 2011.01.28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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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 강연


인요한 소장이 북한의 열악한 의료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취재: 이병기 기자

"북한을 도매급으로 취급하면 안 됩니다. 그곳에는 지배하는 3%와 지배당하는 97%의 국민들이 있습니다. 나도 북한에서 활동하면서 관리들과 싸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97% 국민들은 무엇을 잘못했습니까? 그들은 리더십과 체제를 잘못 만난 것 뿐입니다. 인천에서 북한을 돕는 '바람'이 일어나길 바랍니다. 연평도 때처럼 끝까지 성숙하고 인내심 있는 모습을 보인다면 성공적인 평화통일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요한(John Linton)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이 '북한의 실태'를 주제로 인천모닝아카데미 강연에 나섰다.

인천시청 대회의실에서 28일 열린 이번 강연에는 공무원과 유관기관 관계자 300여명이 참석했으며, 인요한 소장의 '구수한 입담'으로 북한을 잘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내 고향은 전남 순천"이라고 서두를 꺼낸 인 소장은 5대째 한국에서 살고 있는 토박이다. 겉만 보자면 전형적인 외국인이지만, 유창한 한국어 실력과 재치 있는 말솜씨는 여느 한국인보다도 더 한국인스럽다.

그의 집안은 미국 장로교 선교사였던 4대조 할아버지 유진 벨 시절부터 한국에서 의료와 선교사업을 시작했다. 할머니 샬럿 벨은 1899년 목포에서, 아버지 휴린튼은 1926년 군산, 그는 1959년 전주에서 태어났다.

인요한 소장은 북한 동포를 위한 인도적 지원활동으로 작년 10월 대한적십자사에서 수여하는 '적십자인도장 은장'에 선정됐으며, 인천시 외교자문특별보좌관을 맡고 있다.

그의 형인 스티브 린튼(인세반)이 회장직을 맡고 있는 '유진벨 재단'은 질병으로 고통받는 북한 환자들을 위해 결핵 의약품과 의료장비 지원사업 등을 지원하는 대북의료지원 민간단체다. 그 역시 세계결핵제로운동본부 부총재를 역임하며 직접 북한을 방문해 다양한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인 소장은 자기 가족이 한국에 인연을 맺었던 이야기를 시작으로 북한의 고위 간부와 뜻이 맞아 북한지역 영양소, 병원 지원사업을 진행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남한에는 1965년 결핵인구가 5%를 차지했으며, 지금도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지금도 인구의 5%, 100만명 정도가 활동성 결핵에 감염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김문수 경기도 지사한테 많은 X-ray 기계를 보유해야 한다고 건의했다"면서 "북한 주민들이 넘어오면 가장 먼저 X-ray 사진을 찍어야 할 정도로 환자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인 소장은 북한의 열악한 의료환경을 설명하면서 대부분의 병원에 난방이 없는 상태지만, 아이들이 있는 소아과만은 꼭 난방을 틀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또 1990년대 중반 극심한 식량난이 발생했을 때도 배급된 식량을 줄이려고 노인들이 먼저 집을 나가고 아버지, 어머니 순서로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1990년대 중반에 고아가 됐던 아이들이 지금은 20대가 됐기에, 통일을 준비하려면 그들도 고려해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통일이 되면 북한 주민들과 어떤 얘기를 할까요? 그들에게 변화를 요구할 게 아니라 우리가 변해야 합니다. 북한에서는 중국 교포들을 통해 남한의 악한 소문이 증폭돼 있습니다. 일하다 부상당한 얘기 등이죠. 그래서 탈북자나 중국 교포들에게 잘해야 합니다. 그들이 남한에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면, 북한 주민들에게도 효과가 있을 겁니다."

그는 "1주일 전 북한 고위 관계자가 하는 말이 '투명성을 보장할 테니 제발 식량을 구해달라'고 호소했다"면서 "산을 깎아 텃밭을 만들다 보니 노루와 맷돼지가 숨을 곳이 없어 중국으로 넘어간다"라고 말했다.

인요한 소장은 "대한민국은 G20 정상회담을 유치한 대단한 국가다"면서 "송영길 시장이 인천에서 북한을 돕는 바람을 잘 일으키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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