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만 해도 설이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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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만 해도 설이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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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1.29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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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피란민들의 설 명절 맞이

북한의 포격으로 폐허로 변한 생활터전을 등지고 경기도 김포시 미분양 아파트에서 임시거주 중인 연평도 피란민들이 그 어느 해보다 쓸쓸한 설을 맞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주민 대부분은 설 연휴 동안 연평도에 복귀하지 않고 김포 아파트 또는 인천 등지 가족과 친척 집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고 통신은 전했다.

김포 아파트와 인천에 있는 딸의 집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는 박훈식(54)씨는 설을 앞둔 심경을 묻자 한숨만 내쉬었다. 연평도에서 여관을 운영하는 박씨는 계속되는 한파로 현지 수도시설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데다 연평도에 자주 가는 것도 여의치 않아 여관을 아예 페업하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돈을 못 버는 것은 상관하지 않지만 하루 빨리 피란 생활을 마무리하고 섬에 돌아가 안정을 되찾고 싶다"며 "작년만 해도 평온한 마음으로 설을 맞았는데…."라며 아쉬워했다. 그는 "올해는 여유가 없어 친척들과 여럿이 만나기 보다 아내, 딸과 조촐하게 보내고 싶다"며 "정부에서 나온 생활안정지원금으로 간단한 설 음식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3학년 딸과 함께 김포 아파트에 머물고 있는 김미향(40.여)씨는 "연평도에 돌아갈 수 없어 이곳에서 설을 맞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연평도에서 연휴를 보내고 싶었지만 얼마 전에 다녀와 보니 물이 나오지 않는 데다 춥고 불편해 겨울이 끝나기 전에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웃들도 아파트 집집마다 들어간 채 나오지 않아 섬에 있을 때보다 얼굴 보기 힘들어졌다"며 "함께 있는 가족들과 설을 맞을 수밖에 없다"라고 울상을 지었다.

연평도는 노인이 많이 사는 섬지역 특성상 육지의 자식들을 보러 '역귀성'하는 사례가 많은 데다 주민 대부분이 섬 밖으로 나와 있어 설을 맞아 연평도에 들어가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으로 연평주민대책위원회는 파악하고 있다.

또 다음달이면 아파트 입주계약이 끝나 앞으로의 거취 문제가 새로운 현안으로 떠오른 마당에 '상황실' 역할을 하고 있는 김포 아파트를 연휴 동안 잠시나마 비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주민도 상당수인 것으로 보인다.

연평주민대책위는 연휴 기간 피란민 상당수가 김포 아파트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입주민이 모여 합동 차례를 지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차례 장소로는 북한과 접경지역인 김포시 애기봉 또는 인천시 강화평화전망대가 검토되고 있다.

대책위 관계자는 28일 "이들 지역은 연평도와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고향을 두고도 가보지 못하는 실향민의 마음에서 합동 차례 장소로 검토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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