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조력자, 의무 트레이너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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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조력자, 의무 트레이너를 만나다!
  • 이상민
  • 승인 2011.03.31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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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유나이티드] 인터뷰


경기 중에 선수들이 상대 선수와 경합과정에 쓰러져서 고통스러워하고 있을 때면 어김없이 달려와 그들의 몸 상태를 체크해주는 이들이 있으니 그들의 임무는 바로 의무 트레이너! 선수들의 심리상태나 컨디션 등을 하나하나 하루도 빼먹지 않고 꼬박꼬박 체크하면서 선수들이 최고의 몸 상태로 경기에 나가 최고의 경기력을 보일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비지땀을 흘리는 권혁준(이상 권), 이승재(이상 이) 의무 트레이너를 만나보았다.

- 팀 닥터의 길로 입문하게 된 계기는?
권 = 대학교 1학년 때까지 태권도 선수생활을 했다. 88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스포츠 마사지, 메디컬 부분이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태권도를 계속하고 나와도 미래가 불투명한 만큼 새롭게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던 찰라 마침 한 사설기관에서 교육생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게 되었고 그때부터 의무 트레이너의 길로 입문하게 된 것이다.

이 = 의무 트레이너의 길은 어렸을 때부터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대학 전공을 그쪽에 두고 착실하게 공부하고 준비하면서 이 길로 뛰어들게 되었다.

- 인천으로 오게 된 계기는?
권 = 많은 분들이 알다시피 부산 대우 로얄즈 시절 안종복 사장님, 김석현 부단장님, 장외룡 감독님 등 많은 분들이 인천에서 모였으니 함께 해보자는 제안이 왔었고 오랜 인연을 함께했던 분들인 만큼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해서 인천에 오게 된 것이다.

이 = 대학교 3학년 때 한의원 재활센터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03년 10월경에 인천에 축구팀이 생기는데 의무 트레이너를 한번 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게 되었고 팀에 합류해서 공개테스트를 받는 선수들의 치료를 담당하면서 인천과의 인연을 시작하게 되었다.

- 팀 창단과 함께 어느 덧 8년이 지났다. 그동안을 회상해보면?
권 = 벌써 8년이라니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간 것 같다. 역시 2005년에 준우승 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에는 창단 초기라 전용 운동장도 없어서 2시간 훈련을 위해서 왕복 4시간을 이동했을 정도로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이 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결승 진출이라는 좋은 결과를 내주니 나도 모르게 그동안의 고생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서 눈물을 펑펑 흘렸던 것 같다.

이 = 좋은 분들을 정말 많이 만난 것 같다. 최고의 지도자와 선수들과 함께 일을 할 수 있었고 또 지금도 일하고 있는 자체가 영광이다. 개인적으로 어린 시절부터 몸담았던 팀이라서 그런지 정이 참 많이 가는 팀이다. 아직 팀이 우승을 해보지 못했는데 우승을 한번 해봤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 일과 분담은 어떻게 하는지?
권 = 전지훈련지에서는 마사지 치료, 음료 준비 등 같이 준비하는 것도 있지만 컴퓨터로 문서 데이터 입력과 정리와 같은 것은 이승재 선생이 맡아서 해주고 있다. 시즌 중에는 어떻게 될 지는 가봐야 알겠지만 원래 이 선생이 2군을 전담했었는데 올 시즌부터는 김도완 선생도 있는만큼 왠만하면 1군 스케줄에 이 선생도 같이 움직이려고 한다.

- 개인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권 =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히 웨이트와 조깅을 하고 있고 선수들이 훈련할 때는 공을 주우면서 움직이는 것으로 운동을 대체하고 있다. 밥이 가장 큰 보약이라는 말이 있는만큼 항상 음식은 잘 먹으려고 하고 있다.

이 = 권 선생님과 함께 틈틈이 웨이트를 많이 한다. 개인적으로 여러 종목의 스포츠를 좋아하는 편이다. 수영, 스키강사 자격증도 가지고 있다. 저녁에 가끔씩 스트레스 풀 때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가 많이 해소되는 편이다.

- 평균 수명시간은 어떻게 되는가?
권 = 많이 자야 5시간 정도이다. 이 선생은 잠이 별로 없는 편인데 나는 잠이 많은 편이다. 가끔씩 치료하다가 졸면서 마사지하는 적도 있다.(웃음)

ⓒ 목포 전지훈련지에서 이재권 선수에게 파스를 뿌려주고 있는 권혁준 트레이너
- 치료실 내 분위기 메이커가 있나?
권 = 내가 선수들에게 싫은 이야기, 재밌는 이야기를 다하려고 한다. 치료실에서 선수가 너무 떠들거나 약품을 마음대로 만지거나 하면 팀 닥터가 아닌 형의 입장으로 나무랄 때도 있다. 내가 안 좋은 소리를 하면 선수들은 툴툴거리기 마련인데 그런 부분은 이승재 선생이 커버를 해주고 있다.

이 = 권 선생님이 많이 주도해주시는 편이다. 선수들의 빠른 부상 회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선수들의 심리상태나 몸 상태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밖에도 권 선생님은 정이 많으셔서 선수들이 다른 팀으로 떠날 때 뒤에서 눈물을 많이 흘리셨다.

- 유머가 가장 튀었던 선수를 고른다면?
권 = 아무래도 성경모인 것 같다. 정말 신이 내린 개그 종결자였다. 지금 있는 선수들 중에서는 전재호, 정인환, 이윤표 선수 정도가 유머 감각이 좋은 것 같다.

이 = 새로온 선수들이 워낙 많아서 아직까지는 서로 알아가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있는데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서 서로 많이 알아가는 과정이다.

- 의무 트레이너로써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때는 언제인가?
권 = 98년초의 일이었다. 당시 부산 대우 로얄즈의 팀 닥터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2군에 이용하라는 선수가 있었다. 어느 날 눈이 엄청나게 오는 날 용하가 팀에서 방출 통보를 받았다. 그런데 용하가 사무실 앞에서 2시간 동안 무릎 꿇고 돈은 한 푼도 안받아도 좋으니 운동만 시켜 달라고 빌고 또 빌었다. 그러고 나서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부터 저녁까지 다리가 퉁퉁 부을 정도로 운동만 했다. 그러다가 얼마 후 용하가 1군 경기에 교체 선수로 경기에 따라가게 되었다. 어쩌다가 용하가 후반전 1-1 상황에서 투입되었는데 기적과도 같이 그 경기의 역전골을 넣었다. 용하가 골을 넣고 전속력으로 벤치로 달려와 나에게 안기면서 ‘선생님 고마워요.’라고 하면서 눈물을 흘렸는데 정말 가슴 짠했던 순간이었다.

이 = 인터뷰에서 이름은 밝힐 수 없지만 한 선수가 선수 생활에 지장을 미칠 뻔했던 큰 수술을 하고 팀에서 방출을 통보 받았다. 끈질긴 노력으로 본인 스스로 일어서서 부상을 회복하고 다른 프로팀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는데 전화 와서 고맙다고 하는데 가장 큰 보람을 느꼈던 것 같다.

- 가족들과 오랜 시간 함께하기 힘들 것 같은데 섭섭해 하지는 않나?
권 = 많이 섭섭해 하는 것이 사실이다. 집에 있으면 힘들어한다. 가끔씩 딸한테 전화 와서 자기도 다른 친구들 아빠들처럼 놀이공원 가고 싶다고 그러는데 가슴 아프다.

이 = 와이프는 내가 트레이너 생활하는 것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이해해주는 편이다. 그래도 미안한 게 사실인데 대신에 시간이 나면 틈틈이 공연이나 영화같은 여가활동을 같이 자주 하는 편이다.

- 치료실에서의 가장 잊지못할 에피소드가 있다면?
권 = 몇 년 전 일인데 익명의 선수가 밥 먹고 올라와서 치료를 요구했다. 엉덩이 부근에 치료를 하는 선수였는데 한창 치료를 하고 있는 와중에 내 얼굴에 방귀를 꼈다. 정말 웃지도 못하고 성질을 낼 수도 없고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그 이후로 식사 후에는 30분간은 치료실 문을 열지 않는다.(웃음)

-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선수는 누구인가?
권 = 크게 세 명을 고를 수 있을 것 같다. 주현재 선수는 본인 스스로 치료에 대한 의지가 상당히 강한 편이고 이재권 선수나 정혁 선수는 어느 정도 왠만한 통증은 참으려고 하는 편이다. 또한 치료를 받을 때도 이왕 치료받는 거 확실하게 치료를 받으려고 적극적으로 받으려는 자세가 잡혀있는 편이다.

- 그렇다면 재활 트레이닝에 가장 열심히 임했던 선수를 고른다면?
권 = 방금 말했듯이 (주)현재를 뽑고 싶다. 지난 해 12월에 목포에서 1차 훈련을 할 때 심하게 다쳤는데 본인도 의기 의식을 느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부단하게 완벽한 부상회복을 위해서 본인 스스로가 의지가 강했다.

이 = 2010년 터키 전지훈련에 갔을 때 (이)재권이가 훈련 도중에 발목을 접질려서 재활을 했는데 내가 요구하는 데로 정말 잘 따라주었다. 심지어 숙소에서 쉬면서 하라고 내준 운동도 꼬박꼬박했다는 소식을 다른 선수들을 통해 들었을 때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밖에 안재곤, 장원석 선수 같은 경우도 시키는 대로 군말 없이 재활에 꿋꿋하게 임하는 편이다.

- 팀을 떠난 수많은 선수들 중에 가장 그리운 선수가 있다면?
권 = 김치우, 최효진, 방승환, 이정수, 이근호, 이요한, 라돈치치 등 다 기억에 남는다. 치료실과 운동장에서 서로 장난치고 농담하던 시절이 가끔씩 그리울 때가 있다.

이 = 나 역시도 권 선생님 말씀대로 모두가 그립다. 그 중에서도 역시 오랜 시간 함께하다가 떨어지게 된 성경모, 노종건, 윤원일, 이상헌 등의 선수들이 그립다.

ⓒ 목포 전지훈련지에서 조범석 선수의 스트레칭을 도와주고 있는 이승재 트레이너

- 앞으로 더 도전해보고 싶은 것이 있는지?
권 = 훗날 인천 유나이티드 팀이 재활센터를 운영하면 현장에서 은퇴하고 그 재활센터를 운영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 꼭 선수에 국한시켜서 운영하지 않고 일반인을 대상으로도 재활하는데 있어서 도움을 주고 싶고 현장을 떠난다해도 가끔씩 선수들이 필요할 때는 옆에서 작은 도움도 주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

이 = 개인적으로 요즘에는 일본어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데 앞으로 분야에 상관없이 더 많은 자격증을 따고 싶다. 그리고 가장 이루고 싶은 꿈은 역시 다 같이 열심히 노력해서 인천 유나이티드라는 팀에서 일하는 동안 우승컵을 하늘 높이 들어 올리고 싶은 꿈이 있다.

- 의무 트레이너로써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지?
권 = 프로 선수 생활을 하면서 부상이라는 것을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을 수는 없다. 설상 부상을 당한다 한들 그 부상을 빨리 딛고 일어서는 게 훌륭한 선수로써 발전할 수 있는 자격이 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혹시라도 부상을 당하게 된다면 절대 좌절하지 말고 최고가 되기 위한 통과의례라고 생각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이겨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 = 자신의 일을 즐기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항상 자신은 프로 축구 선수라는 점을 간과하지 말고 아마추어 때의 버릇이나 행동 가짐은 과감히 버리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모든 부분에 있어서 프로다운 모습으로 발전하여 팬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권 = 이제 어느 덧 내가 인천 유나이티드와 함께한지 8년차가 되었다. 그동안 내가 팀을 제대로 밑받침을 못해서 아직까지 우승컵 한번을 못 올린 것 같아서 죄송하게 생각한다. 올해를 기점으로 현장에서 은퇴하는 그 날까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비하인드 스태프로써 선수들이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일할 생각이다. 팬 여러분들도 선수들에게 많은 응원 보내주시고 이왕이면 질책보다는 격려를 많이 보내주셨으면 좋겠다.

이 = 이제 모든 전지훈련을 마치고 시즌 개막 준비를 마쳤다. 우승을 위한 장전을 마친 상황인데 올 시즌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그 누구도 모르지만 나는 우리 선수들이 지닌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뒤에서 열심히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팬 여러분들도 우리 팀의 우승을 위해서 선수들에게 더 큰 성원을 보내주셨으면 좋겠다.

“하루하루 많이 힘들죠. 힘들지만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멋진 골과 승리로 보답해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피로도 싹 가셔요. 올 시즌 우리 선수들 분명히 뭔가 보여줄 것입니다. 기대해주세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수들과 함께 뛰면서 작게나마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만 있다면 언제든지 달리고 싶다는 그들의 마음에서 행복한 미소를 찾아 볼 수 있었다. 2011시즌 인천 유나이티드 Forever!!! 인유요정 권혁준, 이승재 트레이너 Forever!!!

<b>글-사진 = 이상민 UTD기자 (power13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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