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 함께 떠나버린 장봉도 망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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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과 함께 떠나버린 장봉도 망둥이
  • 문미정
  • 승인 2019.12.10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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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그 많던 망둥어는 다 어디로?
도시에서 나고 자란 젊은 부부가 인천 앞바다 장봉도로 이사하여 두 아이를 키웁니다. 이들 가족이 작은 섬에서 만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인천in]에 솔직하게 풀어 놓습니다. 섬마을 이야기와 섬에서 일어나는 아이들의 일상을 이야기로 만들어 갑니다. 아내 문미정은 장봉도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며 가끔 글을 쓰고, 남편 송석영은 사진을 찍습니다.

 

장봉도의 가을 소식을 전하고 싶었는데 고구마 파느라 바빠서 글을 못썼더니 벌써 겨울이다.

 

장봉도의 봄소식은 새들이 알려준다면, 가을은 망둥어가 알려준다. 봄부터 여름은 망둥어가 잡혀도 그리 크지가 않아 먹을 것이 없다. 거의 손가락만한 망둥어가 전부다. 하지만 추석이 지나면 망둥어들이 살이 포동 포동 오르기 시작한다. 망둥어 낚시를 하려거든 이때를 노려야 한다.

 

작년 한해 경험을 해본 우리 가족은 추석이 지나면서부터 몇 번의 낚시를 나갔다. 가끔은 나도 따라 나서기도 하지만 대부분 아이들과 남편만 낚시를 보내고 나는 미뤄둔 집안일을 한다.

 

 

온가족이 낚시를 간다해도 실제로 물에 낚시를 담그는 것은 대부분 아이들이다. 어른인 엄마와 아빠는 아이들 낚시에 미끼를 끼워주기에 바쁘다. 그래도 올해의 큰 성장이 있다면 큰아이 지인이가 혼자서 미끼를 끼우는 법을 배운 것이다. 어른인 나도 갯지렁이를 잘라서 끼우려면 징그러워서 잘 못하는데 1학년짜리 여자아이가 참 강단이 있다.

 

세상의 모든 막내는 언제나 불안하다. 낚시대는 내팽개치고 다른 아저씨들 물고기 잡는 것을 훼방하고 다닐 때가 많다. 한번은 아저씨들이 그릇을 두고 왔는지 선착장 바닥에 물이 고인 곳에다 임시로 담아둔 망둥어를 집어오며 소리친다.

엄마, 나 물고기 잡았어!”

다행히 우리집 아이들 엉뚱한 행동에 나무라는 어른들은 아직 못 만났다.

 

 

작년에 아이들과 남편만 낚시에 보내고 혼자 집안일을 하고 있던 날이었다. 아이들이 신이나서 뛰어 들어와 큰 망둥어를 보여준다. 나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남편에게 물었다.

이거 웬거야? 잡았어? 어머! 우럭도 있어. 이건 조기야?”

선착장에 배가 들어왔는데, 우리가 아무것도 못잡고 있는 게 불쌍했나봐. 그거 다 배에서 주신거래. 그냥 쓱 지나가면서 주셔서 얼굴도 못보고 인사도 못했어.”

 

너무나 어린 아이들이 남편과 다니니 처량하게 보는 분들이 많다. 덕분에 이렇게 부스러기를 얻어먹는 일이 흔하다. 그날 얻은 물고기는 바로 창자를 빼고 건조대에 잘 말렸는데 그날 저녁 고양이들에게 다 빼앗겨 우리는 한 마리도 못 먹었다.

 

작년엔 여기저기 망둥어를 말리는 집이 흔했다. 팔뚝만한 망둥어가 걸려있는 것도 보았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올해는 망둥어 말리는 집이 한집도 없는 것 같다. 아이들도 낚시를 가면 늘 빈 손으로 돌아오거나 손가락만한 망둥어만 가져와서 어디다 쓰지도 못하고 냉동실을 차지하고 있다.

마을분들에게 올해는 왜 망둥어를 말리지 않냐고 물으니 올해는 망둥어가 없다고 한다. 그 많던 망둥어는 다 어디로 갔을까? 올해는 망둥어를 직접 말려보리라 다짐했는데 망둥어가 그걸 알고 다 떠나버렸나 싶다. 내년엔 돌아와 주려나? 말린 망둥어 쪄먹으면 진짜 맛있는데.......

 

 

 

아쉽고 아쉽고 아쉬운 가을이 다 가버리고 벌써 첫눈도 오고 날이 춥다. 우리집은 여름부터 너무나 바빴어서 아직 겨울 준비도 미처 못했다. 다음 주엔 꼭 문풍지도 붙이고 난로도 놓고 겨울준비를 해야지! 지나가버린 가을은 아쉽지만 우린 또 겨울을 살아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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