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는 늘 착한 경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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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는 늘 착한 경제인가?
  • 전영우
  • 승인 2019.12.2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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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공유경제의 독식이 가져오는 폐단
독일 베를린 시내를 주행하는 택시 후면에 '우버는 사라져야 한다'는 문구가 붙어 있다.(사진 = 연합뉴스)
지난 12월19일 프랑크푸르트 지방법원은 우버가 현지 렌터카 업체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가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독일 베를린 시내를 주행하는 택시 후면에 '우버는 사라져야 한다'는 문구가 붙어 있다.(사진 = 연합뉴스)

 

차량 공유경제 서비스를 표방하는 "타다"를 불법으로 규정한 소위 타타 금지법이 국회에 상정되면서, 타다를 소유한 쏘카 이재웅 대표의 발언이 연일 미디어를 장식하고 있다. 타다가 불법화된다면 혁신을 가로막는 일이며, 혁신은 소비자와 시장이 판단하도록 놔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타다 금지법을 처음 발의한 김경진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등 반발이 거세다.

 

여러 매체가 이재웅 대표의 발언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고 기사량도 상당하다. 대부분의 주류 언론은 타다 금지법이 혁신을 가로막고 있으며, 택시업계의 집단 이기주의라는 논조를 보이고 있다. 언론은 있는 사실을 편견 없이 보도해도, 특정 사안을 보도하는 것 자체로 여론 형성에 기여한다. 하물며 이재웅 대표에 동정적인 논지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으니, 여론 형성에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

 

또한 언론이 내보내는 일반 시민들의 인터뷰도 타다 금지법을 비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일반 택시의 서비스가 엉망인데, 서비스를 개선할 생각은 하지 않고 타다와 같은 공유경제 서비스를 불법화하려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행위라는 시민들의 불만을 주로 보도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공유경제가 혁신적인 경제 개념이라는 인식과 더불어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착한 경제라는 환상이 자리 잡았다. 이재웅 대표가 강조하는 모빌리티의 공유경제도 그런 환상의 연장선상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재웅 대표는 차량을 더 많이 공유화해서 소유를 줄이는 것을 고민한 것이 쏘카이고, 타다는 기사까지도 공유하는 방법을 모색한 것이라며 타다 금지법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곧 공유경제는 혁신이자 선이고 소유 경제는 구시대의 유물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그런데 과연 공유경제는 이재웅 대표의 말처럼 혁신이며 착한 경제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이미 공유경제의 문제점은 전 세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물의 도시 베니스의 시민들은 관광객은 물러가라는 구호를 내걸고 있으며, 비슷한 유명 관광지의 주민들이 관광객을 배척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기사를 미디어에서 자주 접할 수 있다. 관광이 경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도시의 주민들이 관광객을 배척하게 된 원인이 공유경제에 기인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숙박 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가 인기를 끌면서, 주민들이 거주하는 주택가에 관광객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처음 시작은 남는 방을 공유하여 주민은 과외 수익을 올릴 수 있고 관광객은 저렴한 비용으로 현지인들의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혁신적 개념이었다. 그러나 에어비앤비를 통해 짭짤한 수익을 올리게 된 건물주들이 집세를 올리거나 아예 몇 채씩 집을 구매하여 숙박업을 운영하는 통에, 조용하던 주택가를 관광객이 점령하게 되었다. 비싼 집세를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은 쫓겨나고, 그 자리를 관광객들이 채우고 있다. 숙박의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되었고 결국 내몰리다시피 한 주민들은 관광객을 배척하는 운동을 벌이게 된 것이니, 과연 공유경제가 착한 경제인지는 심각하게 반문해 볼 문제이다.

 

공유경제가 오히려 노동자를 억압하는 제도가 되었다는 시각도 있다. 차량 공유 서비스의 시초 격인 우버는 독립 계약자인 기사와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종료시킬 수 있으며, 기사는 임금교섭권도 없고 산업재해 보상도 받지 못한다. 결국 우버는 자본화된 플랫폼일 뿐, 기사들을 절대적으로 통제하는 전혀 착하지 않은 공유경제가 되어버렸다. 공유경제는 공유라는 단어만 있을 뿐, 그냥 경제인 셈이다. 숙박 공유 서비스도 자본화된 플랫폼이 되어 기존 주민들을 내쫓는 주범이 되었다.

 

이렇듯 공유경제를 표방한 서비스가 거대 자본화되고 애초의 공유라는 개념이 사라지면서 오히려 노동 착취가 심해지고 자본가들의 배만 불리는 경제 시스템이 되었다. 결국 인터넷과 모바일 기반의 공유경제 개념이 플랫폼 사업자의 독식 무대가 되면서 극심화된 자본주의 경제의 폐단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 언론에서는 문제점을 부각하기보다는 일개 사업자의 주장만을 가감 없이 보도하고 있다. 또한 정치권에서 혁신을 가로막고 있는 것처럼 논조를 이어가고 있다. 외국에서 숙박 공유나 차량 공유 서비스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여러 규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보도하지 않거나 간과하고 있다. 파리, 베니스, 바르셀로나, 암스테르담과 같은 주요 도시들은 에어비앤비와 같은 숙박 공유를 매우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공유경제가 불평등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은 이미 외국에서는 사라지고 있는데, 유독 한국에서는 공유경제는 항상 혁신인 것처럼 포장되고 미디어는 이런 환상을 지속적으로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공유경제를 나쁜 경제로 매도하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회를 감시하고 사회 현상에 대한 날카롭고 정확한 분석으로 대중의 이해를 도와야 할 책임이 있는 언론이 자본의 시각만을 반영하는 편향적 보도 행태를 계속한다면 문제다. 자본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언론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며, 그렇기 위해서는 일반 시민들의 감시와 견제가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한 시점이다. 급변하는 미디어와 경제 환경 속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깨어있는 시민의식과 열려있는 언론이 절실한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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