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두루미 겨울나고 아이들이 얼음놀이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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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두루미 겨울나고 아이들이 얼음놀이하는
  • 장정구
  • 승인 2019.12.26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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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구의 인천 하천이야기]
(25) 서부간선수로 -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계양들녁을 찾은 겨울진객 재두루미

 

  “올해도 어김없이 겨울진객 재두루미 가족이 계양들녘을 찾아왔어요”
  “계양들에서 내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쭈~욱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한국내셔널트러스트와 한국환경기자클럽이 주최하고 환경부와 문화재청, 산림청이 후원한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민공모전 수상자는 말을 잇지 못한다. 1년 전인 2018년 12월 국토교통부는 남양주, 하남, 과천 등 30만호 주택의 3기신도시계획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3기 신도시에는 계양들도 포함되었다. 기습적인 정부 발표에 주민들은 저마다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신도시계획의 폐지부터 보상대책까지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한 주장을 내놓고 있다. 시민단체들도 주택공급을 통한 부동산가격을 안정화하겠다는 것은 이미 실패한 정책으로 3기신도시계획은 투기조장, 지역갈등만을 유발할 것이라며 전면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부평평야는 김포평야와 함께 수도권 서남부지역을 대표하는 들녘이였다. 많은 농경지가 개발되고 지금은 계양들을 비롯해 일부만이 남아 있다. 도시 근교에 있는 논습지는 미세먼지를 줄여주고 찬 공기를 생산하여 도시를 쾌적하게 해준다. 더욱이 이웃생명들의 중요한 서식지이다. 인천녹색연합과 아태양서파충류연구소의 조사결과 3기신도시계획부지인 계양 들에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2급 야생동물인 금개구리와 맹꽁이가 살고 재두루미와 큰기러기가 찾아오고 있다. Korean Golden Frog이라는 영어이름의 금개구리는 우리나라 고유종이다. 논주변의 수로와 습지에 주로 서식하는데 농약 등 환경오염으로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청라지구와 서창지구 도시개발 당시 수백마리 금개구리가 심곡천변 자투리 습지로 이주했다. 초여름 단 일주일간 조사로 계양들에서 3백마리 이상 확인되었다. 청라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 이후 인천에서는 최대의 서식지가 확인된 셈이다. 3기신도시가 예정대로 개발된다면 법정보호종인 금개구리들은 또 강제이주를 당해야 한다. ‘맹~맹~’ 장마철 집주변 작은 웅덩이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던 맹꽁이 소리도 이제는 도시에서 거의 들을 수 없다. 아직 계양들에서는 비내리는 한여름밤 목청을 높이고 있다.

“야~ 얼음이 깨져. 조심해!” “여기는 물에 빠져도 허리 정도야”
한 무리의 개구쟁이들이 서부간선수로에 모여 왁자지껄이다. 서부간선수로는 인공수로로 수심이 일정하고 겨울 농한기에는 수로에 물이 거의 없다. 그나마도 올겨울은 따뜻해 아직 얼음이 제대로 얼지 않았다. 겨울철 조금 고여있는 물이 얼기라도 하면 삼삼오오 개구쟁이들이 모여든다. 서부간선수로는 법적으로 하천이 아니다.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농수로이다. 김포시 고촌읍의 신곡양배수장에서 한강물을 펌핑해서 부평과 계양 등 부평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농수로이다. 부평의 삼산동과 갈산동, 계양의 계산동과 서운동이 개발되면서 농수로 기능이 많이 축소되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졌지만 백로, 왜가리, 오리들이 찾는 도심 속 생태공간이다. 특히 계산택지와 삼산택지 주민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산책코스이며 조깅장소로 중요한 친수공간이다.

 

 

서부간선수로의 물은 한강물이다. 신곡양배수장에서 대형 펌프로 퍼올린 것으로 팔뚝만한 잉어가 서부간선수로에서 관찰되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지금도 행정기관의 지도단속을 피해 몰래 밤낚시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서부간선수로로 끌어올려진 한강물은 부평과 계양의 논물이 되었다가 굴포천으로 흘러들고 한강 또는 아라뱃길로 이어진다. 굴포천과 나란하게 굴포천 서측에서 부평구청 부근까지 이어졌던 서부간선수로가 지금은 삼산동 벽산블루밍아파트 인근 삼산삼거리에서 끝난다. 아직 부평에는 삼산4지구의 논이 중요한 생태공간이자 농경지로 남아 있다.

인천광역시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서부간선수로 친수공간 조성사업’을 진행하겠다며 55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수로 준설과 물순환으로 서부간선수로의 수질을 개선하고 생태하천으로 꾸며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시민들은 열심히 벚나무를 심고 쓰레기를 주우며 서부간선수로를 가꿨다. 업무협약까지 체결했지만 관계기관 간의 칸막이는 여전히 높아 보인다. 지금 계양들에서는 재두루미 7마리가 겨울을 나고 있다. 계양들에서 떨어진 알곡을 찾고 아마도 서부간선수로에서 마른 목을 축일 것이다. 내년에도 또 후년에도 앞으로도 계속 계양들에서 재두루미가족을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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