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지금 이 순간 쥐어야 할 소중한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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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지금 이 순간 쥐어야 할 소중한 선물
  • 최원영
  • 승인 2020.01.20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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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끝은 새로운 시작

 

풍경 #132. 아이가 다 자란 후 슬픔으로 배운 것

 

시간을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로 나눕니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만을 살 수 있습니다. 과거에 묶여 집착하며 살면 현재를 살고 있다고 할 수 없겠지요. 또한 미래를 걱정하며 살면 이것 역시 현재를 살고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현재를 마주하며 살고 있으면서도 현재를 충실하게 살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어쩌면 과거에 지나치게 집착해서 살거나 혹은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의 불안감 때문일 겁니다. 다시 말하면 과거의 아픈 기억에 대한 집착은 절망적인 오늘을 살게 하고, 미래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은 불안감을 낳게 해서 오늘을 제대로 살 수가 없다는 말이지요.

 

마음의 암호에는 단서가 있다에 깨달음을 주는 글이 있었습니다.

노을이 드리워진 호숫가에서 어느 젊은 여인이 머리를 곱게 빗고 있습니다. 한편 호수 위에서는 늙은 어부가 천천히 낚시를 즐기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 참으로 평화롭기 그지없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어부는 풍덩~’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돌아보니 머리를 빗던 그 여인이 물에 뛰어든 겁니다. 서둘러 어부는 여인을 건져냈고, 한참 후에야 여인이 의식을 되찾았습니다. 어부가 물었습니다.

아직 앞날이 창창한 젊은 사람이 이게 무슨 짓이오?”

저는 더는 살고 싶지 않습니다.”

왜요?”

결혼한 지 겨우 2년 만에 남편에게 버림받고, 하나뿐인 아이도 얼마 전에 병으로 죽었습니다. 의지할 곳도 없고 함께 할 아이도 없는데 제가 살아서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2년 전에 당신 삶은 어땠소?”

그땐 정말 행복했지요. 자유롭고 아무 걱정도 없었으니까요.”

그때도 남편과 아이가 있었소?”

물론 없었지요. 결혼 전이니까 혼자였답니다.”

지금도 남편과 아이가 없긴 마찬가지 아니오. 당신은 그저 운명의 배를 타고 2년 전으로 돌아온 것뿐이오. 여전히 자유롭고 아무 걱정도 없는 거요. 기억하시오. 끝은 곧 새로운 시작이라는 점을 말이오!”

 

참 지혜로운 어부인 듯해요. 듣고 보면 이해가 됩니다. 2년 전, 미혼 때의 그녀에게는 남편도, 아이도 없었고 그녀의 삶 역시도 행복했었습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 그때와 똑같이 혼자임에도 왜 그녀는 절망하고 있을까요?

2년 사이에 자신과 맺은 인연들과의 이별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이별은 비록 가슴이 아프다고 해도 이미 지나간 과거일 뿐입니다. 아픈 과거일지라도, 그것에서 벗어나 오늘을 살아야만 합니다. 힘들지라도.

 

어떻게 해야 질기도록 떨어지지 않는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아무리 버리려고 애써도 여전히 우리의 마음속에 웅크리고 있는 그 아픈 과거 말입니다. 원효대사와 대안스님의 대화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원효대사가 대안스님을 찾아 스님이 계신 동굴로 찾아갔습니다. 원효를 반갑게 맞이하는 대안스님은 어린 너구리 새끼들을 돌보고 있었습니다. 웬 너구리들이냐고 묻는 원효에게 대안스님은 이렇게 말하고는 자리를 떠났습니다.

얘들은 어미를 잃은 너구리 새끼들이에요. 원효, 마침 잘 오셨소. 내가 마을로 내려가 얘들 먹을 것을 좀 구해올 테니, 그때까지 이 아이들을 돌보고 계시구려.”

대안스님이 떠나고 얼마 되지 않아 새끼 중 한 마리가 죽고 말았습니다. 어쩔 줄 몰라 당황하던 원효는 죽은 새끼가 극락에 가라며 경을 외며 목탁을 쳐주었습니다.

마을 사람들로부터 젖을 구해 돌아온 대안스님은 대뜸 이렇게 물었습니다.

아니, 원효, 뭘 하시는 거요?”

극락에 가라고 경을 외고 있는 중입니다.”

죽은 그 아이가 경을 알아듣기나 합디까?”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바로 이것이 얘들에게 필요한 경이지요.”

대안스님은 자신이 구해온 젖을 새끼들에게 먹이며 말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상대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바로 이라는 것이지요. ‘지금 이 순간상대가 가장 절박하게 필요로 하는 것을 행하는 것이 바로 부처의 가르침이라는 겁니다.

 

남편과 아이를 잃고 자신의 목숨마저 끊으려 했던 젊은 여인은 과거의 아픔과 슬픔에 묶여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목숨을 버리려고 한 것이지요. 그런 부인에게 늙은 어부는 지금 이 순간현재를 직시하라, ‘현재를 살아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아픈 과거를 털어내기 위해서 그것을 버리려고 아무리 애써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받아들여야합니다. 그 아픈 자신의 과거를요. 남편은 나를 떠났고, 아이 역시 하늘나라로 떠났다는 사실을 수용해야만 합니다. 그때 비로소 를 볼 수 있습니다. 비록 너무나 아프고 힘겹다고 해도 말입니다. 그때 지금 이 순간순간을 귀하게 맞이할 수 있습니다. 그때 비로소 내가 해야 할 일이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 그러면서 그 아픈 과거의 기억들로부터 서서히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제가 꽤 오래전에 읽었던 글귀 중에 이런 게 문득 떠오릅니다.

청소는 내일까지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을 아이가 다 자란 후에야 비로소 슬픔으로 배웠다.’

 

상상해봅니다. 회사에서 일을 미처 끝내지 못한 는 서류들을 들고 집에 돌아옵니다. 다섯 살 어린 아들은 와 놀아달라고 달려듭니다. 그러나 는 컴퓨터 앞에 앉아 못다한 일을 합니다. 그리고 청소기로 거실 바닥을 청소합니다. 그러면서 아이에게 말합니다. “엄마, 지금 무척 바빠. 내일 놀아줄게.”

그러나 내일도 같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도 같습니다. 그러는 사이 아이는 컸고, 다 커버린 아이는 큰 죄를 짓고 지금 교도소에 있습니다. 이때 는 후회를 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청소는 내일까지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을 아이가 다 자란 후에야 비로소 슬픔으로 배웠다는 문장을 곱씹으면서 말입니다.

행복은 어제가 아니고 또한 내일이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 쥐어야 할 소중한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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