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봉 아이들의 겨울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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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봉 아이들의 겨울놀이
  • 문미정
  • 승인 2020.03.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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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방학이 길어도

도시에서 나고 자란 젊은 부부가 인천 앞바다 장봉도로 이사하여 두 아이를 키웁니다. 이들 가족이 작은 섬에서 만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인천in]에 솔직하게 풀어 놓습니다. 섬마을 이야기와 섬에서 일어나는 아이들의 일상을 이야기로 만들어 갑니다. 아내 문미정은 장봉도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며 가끔 글을 쓰고, 남편 송석영은 사진을 찍습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맞벌이 부모들은 아이들의 방학이 길다.

코로나19로 인해 그 긴 방학이 더 길어졌다.

하지만 아이들은 방학이 길어진 것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다. 장봉의 겨울을 느끼기에 하루하루가 쉬 가버린다.

 

 

별로 춥지 않았던 올 겨울의 끝자락,

반짝 추위로 섬이 꽁꽁 얼어붙었던 날이 있었다.

아이들은 처마 아래 달린 고드름이 마냥 신기하고 재밌다.

고드름을 잔뜩 따와서 집안에서 수건을 깔고 녹이기 놀이를 하더니, 누가 더 큰 고드름을 찾아내나 시합도 한다. 한번은 정말로 큰 고드름을 구해 와서는 둘이 함께 붙잡고 성화 봉송을 한다며 뛰어 다닌다.

 

 

아기염소 깜지는 이제 어른 염소가 되었다.

아이처럼 키웠던 염소라 그런지 추운 겨울 혼자 밖에서 지내는 게 안쓰러워 노란 니트를 입혀주었는데 아주 잘 어울린다.

깜지 먹이가 떨어진 어느 날, 지난 가을 뽑지 않은 당근을 뽑아 먹기 좋게 잘라서 아이들에게 먹이게 했다. 세상에 이렇게 신나는 동물체험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깜지는 너무나 신나게 달려들어 받아먹는다.

당근을 잘 주던 지유는 급기야 깜지를 놀리기 시작한다. 깜지는 놀리며 도망가는 지유를 뿔로 들이받으며 쫒아가면서 까지 빼앗아 먹는다. 두 녀석 티격태격하는 것이 마치 형제들 놀이 같다.

 

빈 고구마 밭에서 아이들이 동네 친구와 함께 그리고 깜지와 함께 뛰어 논다. ‘둥글게 둥글게노래를 부르며 원을 그리고 잘도 뛰어 논다. 그 모습을 보면서 우리네 어른들은 왜 저리 놀지 못하나 아쉽다.

 

 

요즘 코로나 19로 인하여 전국은 물론 전 세계가 비상이다.

이 와중에 사람들은 이편 내편을 가른다. 이편에서는 저편을 나무라고 저편에서는 이편이 잘못했다 한다. 사람의 생명이 오가는 일인데 말이다.

다들 탓을 하고 있다. 이것은 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인데 말이다.

아이들의 둥글게 둥글게 놀이처럼 적당한 거리에서 각자의 역할을 다하며 즐거워하는 것.

인생, 그리고 공동체의 참 모습은 이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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