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돋보이는 성숙한 시민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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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돋보이는 성숙한 시민의식
  • 박상문
  • 승인 2020.03.13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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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세상] 박상문 /지역문화네트워크 공동대표

어제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9일 CNN방송은 코로나19 발병 상황을 '팬데믹'으로 부르기로 했다면서 "오늘부터 CNN은 현재의 코로나19 발병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팬데믹이란 용어를 쓰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그것이 두렵게 들린다는 걸 알지만 그게 패닉(공황)을 일으켜선 안 된다"고 하였다.

 

사실 중국 우한지역에서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했을 때만해도 우리는 이 바이러스가 그동안 발생했던 메르스나 사스 정도로 여겼다. 우리나라도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감염자를 대면방역으로 적극방어하며 나름 통제가 잘되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대구지역 신천지교회 신자들에게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국내 대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예기치 않았던 마스크 파동이 일어났다. 정부는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국내 처음으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지역사회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는 방역에 힘을 쏟고 있는 와중에 마스크 수급을 책임져야하는 이중고를 격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 5천여만명이 일주일에 한 장만 착용한다 치더라도 주당 5천여만장이 필요한 수량이니 이는 우리나라 생산 능력으로는 수급이 절대불가한 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 패닉 보다 마스크 파동이 먼저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천만다행으로 마스크 파동은 정부와 지자체의 강력한 수급정책과 홍보,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 그리고 중국 등의 도움으로 심리적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코로나19는 국내외 모든 분야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런데 신천지교인 집단감염 발생과 마스크 파동을 겪으면서 우리사회 곳곳에서 희망의 기류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양보하기, 면마스크 제작 자원봉사, 영·호남 병상 나눠 쓰기. 취약계층을 위한 기부 행렬, 의료인들의 자발적 의료봉사, 이들을 응원하는 시민들의 자원봉사, 인천 꿈베이커리의 대구지역 빵 보내기 등 다양한 형태로 온정과 유대감이 우리사회 곳곳에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온정과 유대감은 과거 IMF 때 ‘금모으기운동’처럼 애국심에 기반 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외신들은 이와 같은 현상을 한국사회에 민주주의가 정착되었기 때문, 한국경제가 튼실하기 때문, 무엇보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돋보인다고 보도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의 성숙된 시민의식은 문화적으로는 매 주일 집회에 참석하던 종교의식을 가정의 영상예배나 미사로 대체하였고, 사회적으로는 개인별 오프라인 대인활동을 SNS을 통한 온라인 접속으로 대신하고 있고, 경제적으로는 생필품을 집에서 구입함으로 인해 생필품 사재기와 같은 파동 우려를 불식시켰다. 특이한 현상으로 정치적으로는 가짜뉴스와 정략적인 선동성 막말을 구별할 수 있는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코로나19 사태는 어디쯤에서 멈춰질지 속단할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들의 성숙 한 시민의식은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그래서 그 한계가 어디이든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그 여파로 발생하는 반사회적 바이러스와 싸워서 이겨내야 한다. 그때까지 정부는 시민들이 지쳐 쓰러지지 않도록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과감한 지원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그 방법으로 최근에 실시하고 있는 소상공인 정책자금 지원, 코로나19 피해 예술인 긴급지원금 등은 물론 이제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 재난안전기본소득과 같은 혁신적인 재정정책을 일시적으로나마 실행하여야 한다.

 

지금은 국민 모두가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 그중에서 저소득층의 경제적 고충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각자의 고충으로 언성을 높이는 일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 모두가 인내하고 있는 성숙된 우리사회가 스스로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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